[현장포커스] 울산이 레전드를 기리는 법, 故 유상철로 한일 화합... “우리의 레전드”

이현민 2024. 4.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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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승부는 승부다. 유상철 선수는 울산 HD와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뛰었다.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마련해준 양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16일 울산 홍명보 감독은 운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이자 아끼는 후배 故 유상철 감독을 떠올렸다.

울산이 요코하마와 함께 특별한 경기를 준비했다. 17일 오후 7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023/2024 4강 1차전이 열렸다.

결과는 최근 K리그1을 주름잡고 있는 이동경이 또 폭발한 울산이 1-0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2025년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 전부터 故 유상철 감독을 기리는 메모리얼 이벤트로 울산과 요코하마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유상철 감독은 울산에서 아홉 시즌 동안 142경기를 뛰었다. 두 차례 K리그(1996, 2005), 슈퍼컵(2006), A3 챔피언스컵(2006) 등 정상을 이끈 레전드다. 2005년 울산에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요코하마와도 인연이 깊다. 총 네 시즌(1999~2000, 2003~2004)을 몸담았다. 멀티 플레이어, 유비로 불렸던 유상철 감독은 두 팀에 특별한 존재다.

췌장암과 사투를 벌이던 유상철 감독은 2021년 6월 7일 별이 됐다. 울산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해 6월 20일 성남FC전에서 추모 경기를 준비했다. 문수축구경기장 내 S8 기둥 뒤편에 ‘헌신과 기억의 벽’ 공간을 마련했다. 매 홈경기마다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요코하마 팬들은 유상철 감독이 병마와 싸우는 순간에도 긍정 메시지로 힘을 실어주며 쾌유를 바랐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뒤에도 그의 명복을 빌었다.

유상철로 새로운 인연을 맺은 울산과 요코하마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잠시 접어두고 하나가 됐다.

경기 전 ‘헌신과 기억의 벽’ 공간에 유상철 감독의 울산, 요코하마 시절 유니폼, 추모 기념 티셔츠가 전시됐다.

울산 팬들뿐 아니라 요코하마 팬들도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길게 줄을 지었다. 고인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며 잠시 슬픔에 잠기는 팬도, 업적을 기리는 팬도 있었다. 유니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인생의 소중한 컷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난 요코하마 50대 여성팬 료코 오이시는 “이번 경기에 맞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요코하마 팬들은 유상철 감독을 레전드로 생각한다. 나도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면서, “이번 원정에서 울산의 헌신과 기억의 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요코하마 유니폼이 전시된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울산 선수들은 유상철 감독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어 전광판을 통해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울산과 요코하마 시절 활약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열정적인 응원을 이어가던 울산과 요코하마 팬들은 잠시 침묵한 뒤 고인을 회상,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때 요코하마 팬들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우리가 이어받자 유상철 형과 함께”라는 메시지로 감동을 자아냈다.

전반 6분, 모든 관중이 하나 돼 60초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울산 서포터스의 주도하에 유상철 감독 추모 콜과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을 메운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울산 서포터스 역시 플래카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유상철과”라며 레전드를 추모했다.

경기는 치열했다. 울산의 화력이 요코하마보다 조금 더 매서웠다. 한 골로 아쉬울 만한 스코어였다. 그렇지만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다가올 2차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에 행사한다는 걸 알았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유상철 선수는 두 팀에서 활약했다. 공교롭게 중요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런 세리머니를 해준 양 구단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며 아끼는 후배를 추모했다.


사진=울산 HD,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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