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협력 동반자 관계' 이끈 장쩌민 전 중국주석…북핵 6자회담 추진도
북핵 문제 해결 위해 '6자 회담' 추진…'비핵화 협상' 모델에 기여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올해로 수교 30주년이 된 한중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운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9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과 북핵 문제 등으로 최근 한중 관계가 삐그덕거리는 것과는 달리 장 전 주석 집권 당시는 한중관계가 우호적인 관계로 개선되던 시기였다.
장 전 주석이 집권하기 한 해 전인 1992년 우리나라와 중국은 처음으로 공식 수교를 맺었다. 양국의 수교는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 시대의 종식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이어받은 장 전 주석이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당시 노태우 정부의 외교 정책인 '북방 정책'이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진 결과였다.
장 전 주석은 이같은 외교적 분기점을 중국의 경제 발전에 적극 활용했다. 장 전 주석은 1993년 11월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애틀에서 만나 집권 시기 첫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
그는 1995년 한국을 방문,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으로 방한하는 역사적 인물이 됐다. 특히 장 전 주석이 국회에서 한 연설은 중국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외국 국회에서 한 연설이었다. 방한 당시 삼성전자를 방문해 고 이건희 전 회장을 만나고, 현대자동차를 찾아 현대차의 중국 진출의 시발점이 되는 인연을 맺었다. 모두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행보였다.
이후 장 전 주석은 2003년 3월 국가주석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총 10차례에 걸친 한중 정상회담을 열어 중국의 개혁·개방 기조에 맞춰 한중 간 경협 확대의 새지평을 열었다.
이후 한중 관계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선린 우호 관계'에서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기도 했다.
양국 수교에 따른 영향은 교역량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수교를 맺은 1992년 약 63억달러였던 한국의 대중국 교역량은 장 전 주석 집권 마지막 시기인 2002년에는 약 411억달러로 증가했다. 집권 10년간 약 7배 급증한 셈이다.
장 전 주석은 집권하는 동안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비롯해 고속 성장을 이끌면서 현재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아울러 최근 북한의 전례없는 무력도발과 북한과 러시아의 침묵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던 것과는 달리 장 전 주석이 집권하는 기간 남북관계는 개선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1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국방위원장에게 서울을 방문할 것과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적극적인 대화 추동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 회담을 거부하자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서 '6자 회담'을 추진했다. 6자 회담은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북한의 비핵화 등을 논의한 다자 협의체였다.
6자회담은 2001년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북미관계가 악화를 겪었던 뒤에 열린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2003년 8월 처음 열린 6자회담은 2005년 미일이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기로 약속하고 북한의 문제인 전력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9·19공동성명을 도출하는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으로 인해 6자회담의 추동력이 크게 상실됐다. 이후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집권 중이던 2007년 10월 6차 회담까지 진행되었지만 2009년 북한의 6자회담 파기 선언으로 결론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이 처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의 핵심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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