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강보험사 시그나와 휴매나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와 같은 소식에 시그나와 휴매나 주가는 각각 8%, 5% 이상 하락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가 현금 및 주식 거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되지 않을 경우 연말 전에 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양사가 논의 중인 계약의 구조와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합병이 성사되면 약 1400억달러 규모의 대형 건강보험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이나 CVS헬스에 필적하는 것이다. 이날 장 마감 후 기준 시그나와 휴매나의 시가총액은 각각 800억달러, 600억달러 규모다. 지난해 시그나의 매출은 1810억달러에 달했으며 휴매나는 93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그나는 처방약급여와 상업보험에서, 휴매나는 65세 이상의 노인 대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서 양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휴매나는 유나이티드헬스에 이어 2위 메디케어 보험사다. 시그나도 메디케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편이다.
아울러 휴매나의 홈헬스케어와 1차 진료 클리닉 사업을 통해 시그나의 ‘에버노스’ 의료 서비스 부문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거래로 시그나의 관리의료(managed care) 사업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나와 휴매나는 2015년에도 합병을 시도했으나 휴매나가 시그나의 경쟁사인 애트나와 합병 계약을 체결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미국 규제당국이 휴매나와 애트나의 합병을 독과점 우려로 불허하면서 거래가 불발됐다. 애트나는 지난 2018년에 CVS에 인수됐다.
이후 시그나는 엘레번스 헬스(구 앤섬)과 합병을 추진해서 미국 최대 건강보험업체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 또한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시그나는 2018년에 미국 최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하나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홀딩스를 540억달러에 인수한 후 에버노스 사업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 최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메디케어에서는 큰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WSJ은 “휴매나와의 계약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시그나를 주요 의료서비스 제공업체로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소식은 앞서 시그나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에 나온 것이다. 이는 반독점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며 매각 자금도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휴매나는 지난 2월 상업보험 사업을 정리하고 메디케어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또한 이번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합병은 최근 발표된 600억 규모의 엑손모빌의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 인수를 뛰어넘는 올해 최대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고금리와 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체기를 겪고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1조2000억달러에 그쳤다.
두 기업의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진 후 이날 뉴욕증시에서 두 회사 모두 급락했다. 시그나 주가는 8.14% 하락한 262.87달러에 마감했으며 휴매나는 5.49% 떨어진 482.41달러를 기록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