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은 왜 잘 찌고, 왜 더 빼기 어려울까?

- 지방, 호르몬… 복부는 원래 살이 붙기 쉬운 구조
- 다이어트는 서두르지 말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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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은 늘 고민이고 문제다. 축 늘어진 뱃살은 스스로 보기에도 좋지 않고, 옷을 입을 때도 늘 신경이 쓰인다.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뱃살은 가장 먼저 찌고 가장 늦게 빠진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된 ‘팩트’는 아니다. 개인의 체질이나 생활습관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복부 내장지방은 다른 곳에 비해 연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건 사실이다.

이런 이유는 다이어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준다. 뱃살을 빨리 없애고 싶은 욕구를 부추긴다.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의 식이요법, 약물에 의존하는 다이어트 등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뱃살이 잘 찌는 것, 잘 빠지지 않는 것은 인체 구조적인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이것을 알아두어야 다이어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함에 있어 유혹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부동의 진실이다.

두 가지 종류의 지방이 쌓이는 곳

흔히 말하는 뱃살은 복부, 그중에서도 하복부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복부 전체를 크게 나눠보면 상복부와 하복부로 구분할 수 있다. 엄밀한 경계선이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배꼽을 중심으로 구분한다. 상복부에는 위, 간, 췌장, 담낭 등이 위치해 있고, 하복부에는 소장, 대장, 방광 등이 위치한다.

복부에는 장기들이 위치해 있음으로써 그만큼 살이 찌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피부 아래 위치하는 피하지방과 장기 주위에 생기는 내장지방이 모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이 잘 찌는 것으로 꼽히는 다른 부위들에 피하지방만 생기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불리한 조건이다.

섭취한 음식물 중 사용되고 남은 에너지원은 각각의 과정을 거쳐 지방으로 전환돼 쌓인다. 이때 피하지방에 우선적으로 쌓이게 되며, 그러고도 잉여분이 생기면 내장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복부에 지방이 더 쉽게 쌓이는 이유

내장지방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도, 복부에 특히 살이 잘 찌는 이유는 더 있다. 기본적으로 복부에는 지방 세포와 호르몬 수용체가 상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호르몬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결과로 지방이 더 쉽게 축적된다.

대표적인 예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복부지방이 더 쌓이게 된다. 코르티솔은 위협 상황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혈당 수치를 높이려는 작용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에너지를 충당하려 한다. 이때 남는 에너지가 생기면 지방으로 전환돼 축적될 수 있다.

이밖에도 복부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인슐린의 경우,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한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의 경우 식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및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그렐린 분비가 늘어나면 과식을 유도한다. 자연스레 잉여 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된다.

복부지방, 서두르지 않는 것이 핵심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진행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뱃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전신을 거울에 비춰보면 보통 뱃살이 가장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내내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다른 부위에서 살이 빠진 흔적이 보이더라도 뱃살은 그대로인 경우도 흔하다.

슬프게도, 지름길은 없다. 복부지방의 핵심은 내장지방이며, 이들은 체내 저장된 글리코겐, 그 다음으로 피하지방이 소모된 다음에야 비로소 연소되기 시작한다. 피하지방이 100% 다 없어진 다음부터 소모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충분히 연소돼야만 비로소 내장지방을 없앨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매일매일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히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분명 어딘가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겠지만, 그 미미한 변화는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비유하자면 방 안에 놓아둔 디퓨저가 하루하루 그대로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확 줄어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건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뱃살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매일 조금씩 쌓여 어느 순간 수북해지듯, 부적절한 습관이 오랫동안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슬프거나 화가 나더라도 그것이 현실이다. 인정해야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것은 다시 오랜 시간에 걸쳐 없애는 것이 정석이다.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들이 그 과정을 쉽게 해주거나 더 빠르게 해주는 왕도가 있다며 유혹할 것이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즉,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본래 건강이란 시간과 함께 서서히 망가진다. 회복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꾸준히 지속하자. 체력이 좋아졌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되는 어느 날, 당신의 뱃살도 눈에 띄게 사라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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