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4억 대국’으로…재계, 인도 증시 노리는 이유는

허인회 기자 2024. 10. 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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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상장 시점 조율 중…LG전자도 IPO 본격 시작
연평균 7% 성장 등 내수 시장 잠재력 풍부한 ‘넥스트 차이나’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지난 22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의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인도법인 상장 기념식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왼쪽)이 NSE 아쉬쉬 차우한 최고운영자(CEO)로부터 기념품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인도 증시에 진출한 가운데 LG, CJ 등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있다. CJ대한통운의 인도 물류 자회사 CJ다슬은 지난 3월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LG전자 인도 법인 역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인도 주식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자금 조달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를 발판 삼아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에 따르면, 지난 22일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HMIL)의 주가는 전날 1896.85루피(약 3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당일 주당 1934루피에 거래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1.96% 하락한 모습이다. 안정적으로 인도 주식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이번 상장으로 33억 달러, 한화로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인도 증시 사상 최고액이다. 아울러 올 들어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이자 올해 아시아 증시 IPO 중 최대다.

상장 당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인도증권거래소 상장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장했다"며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이곳,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조달한 자금을 인도에 재투자할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마루티스즈키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도를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상장을 발판 삼아 인도의 내수 시장을 석권하는 동시에 수출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9일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폭발 성장' 내수 시장 정조준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하려는 국내 기업은 현대차뿐이 아니다. CJ대한통운의 인도 자회사 CJ다슬은 지난해 11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 예비서류를 제출했고 지난 3월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상장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인도 물류기업 '다슬'의 지분 50%를 당시 570억원에 인수, CJ다슬로 사명을 바꾸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CJ대한통운 품에 안긴 CJ다슬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8년 352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6960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는 미국법인(CJ LOGISTICS AMERICA, 1조66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 규모다. CJ다슬의 올 상반기 매출은 4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늘었다.

LG전자 인도법인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인도법인 IPO를 위해 최근 모건스탠리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데 이어 조만간 인도 증권당국에 상장예비심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IFA) 기자간담회에서 "인도 법인 상장은 고려할 수 있는 많은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인도 시장에서 산업 및 유사 IPO 사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LG전자 인도법인 가치를 13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로 추산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법인의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내수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4월 14억 명을 돌파하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등극했다. 평균 연령도 28세로 25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한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6~7%에 달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 가전 등의 보급률은 낮은 수준이다.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34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 보급률이 8%에 불과하다. 물류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가 '넥스트 차이나'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호적인 증시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인도 주식시장 현황 및 지속 상승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4조3600억 달러다. 2020년 초 대비 2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지난 6월에는 5조 달러를 돌파했다. 내수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 유입이 늘어났고 시총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개인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020년 3100만 명이던 인도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7270만 명을 거쳐 지난 8월 1억 명을 돌파했다. 이중 30대 미만 개인투자자 비중은 4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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