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기 중심에서 수동을 외치다. 패들 시프트!

한국에서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 중, 실제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큼 될까요? 사실 트럭 등 상용차를 운전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한국에서 수동을 몰아볼 기회는 거의 없을 텐데요.

하지만 자동변속기 차량에도 기어 단수를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래서 오늘 준비한 첫차의 주제는 바로 ‘패들 시프트’예요.


😥 설 자리를 잃어가는
수동변속기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요? 여러 자동차 매체에서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신차 출고 기준으로 봤을 때 북미 시장의 경우 그 비율이 1~2% 수준밖에 안 돼요. 게다가 상대적으로 수동변속기를 애호한다는 유럽 시장조차도 최근에는 그 비율이 조금씩 축소되고 있어요.

2010년대만 해도 무려 80% 이상의 신차가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채 출고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그 선호도는 정말 압도적이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난 2020년 포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된 포드 차종 중 수동변속기로 판매된 차량의 비중은 2017년 89.6%에서 2020년 68.7%로 하락하는 등 점차 하락하고 있죠.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국내 시장은 북미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요. 심지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재 수동변속기로 출고가 가능한 차량은 거의 없는 것과 같아요. 현대차는 최근까지 소형 SUV 베뉴와 준중형 세단 아반떼 엔트리 트림에 수동변속기를 제공한 바 있었으나, 연식변경이 되면서 그마저 사라져 버렸어요.

현재는 아반떼 N Line 및 N 모델에서만 선택이 가능하죠. 한국GM에서 생산한 쉐보레 스파크에도 수동변속기 옵션이 있었으나, 이 경우 지금 차종 자체가 단종 수순을 밟은 상황이에요. KG모터스의 렉스턴 스포츠를 상용차가 아닌 SUV로 생각한다면, 이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상용이 아닌 승용 목적의 자동차 중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국산차는 잘 떠오르지 않죠.

 비단 일반 승용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스포츠카 브랜드 중에서도 이제는 수동변속기를 갖춘 자동차를 만나보기는 꽤나 힘들어요. 과거에는 스포츠카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수동변속기였으나 이제는 아니죠.

일찌감치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 브랜드는 수동변속기를 갖춘 모델을 단종한 바 있어요. 포르쉐의 경우, 꾸준히 일부 스포츠카 모델에 한해 수동변속기 모델을 출시해 왔어요. 그러나 한때 자사의 고성능 모델, 911 GT3의 명맥과도 같았던 수동변속기 모델을 아예 삭제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가 팬들의 엄청난 반발로 다시 부활시키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수동변속기 차량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해요. 오늘날 수동변속기보다 자동변속기가 더 편리하고 성능도 좋으니까요. 클러치를 조작할 필요 없다는 편리함,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전자제어 시스템 또한 성능이 올라가 효율적인 변속으로 연비까지 좋아졌어요. 단점이라면 수동변속기 대비 가격이 더 비싸다는 정도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개발도상국가 등에서는 아직까지 수동변속기 차량의 비중이 높다고 하는군요.

사람의 판단으로 변속을 하는 것이 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던 시절, 스포츠카 브랜드에는 대부분 수동변속기가 장착되곤 했어요. 게다가 토크 컨버터를 통해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변속기에 비해 수동변속기는 클러치로 기어를 직접 맞물려 동력 손실도 적었죠. 하지만 클러치 조작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도 수동변속기 차량은 점차 사라지게 됐죠.

이른바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등으로 불리는 기술들이 바로 이에 해당되는데요. 컴퓨터가 적절한 타이밍에 빠르게 변속하여 그 속도도 빠르고 연비 효율까지 향상됐어요. 따라서 오늘날 수동변속기를 말하는 데 있어 직접 클러치를 밟고 기어 레버를 조작하는, 이른바 ‘손맛’이라고 불리는 운전의 재미를 놓고 보자면 장점을 찾기는 다소 어렵죠.

이처럼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변속기는 반박할 수 없는 흐름이자 대세예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는 것은 또 아니에요. 웬만한 자동차는 자동변속기를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조작할 수 있는데요.

여러분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안, 센터콘솔에 위치한 기어 레버나 스티어링 휠 양옆을 유심히 보면 +, - 버튼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자동변속기를 수동처럼 조작할 수 있는 변속 모드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예가 바로 스티어링 휠 뒷부분 양쪽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예요.


🔎 존재는 아는데...
정확히 패들 시프트가 뭐지?

패들 시프트는 말 그대로 paddle(주걱, 라켓) 형태의 버튼을 눌러 자동차를 수동으로 shift(변속)하는 것을 뜻해요. 앞서 말했듯이 이는 자동차를 변속할 때 발로 클러치 페달을 밟아 수동으로 변속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패들을 누르면 컴퓨터가 알아서 클러치를 변속해주는 기능이에요.

물론 오늘날에는 클러치가 아닌 토크 컨버터가 장착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차량에도 패들 시프트를 장착하고 있죠. 하지만 본래 패들 시프트는 수동변속기의 메커니즘을 유지한 채 클러치 부분만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탄생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기원은 다름아닌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예요.

페라리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중 하나로 불리는 ‘포뮬러원’ 경주 대회에서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어요. 이는 본래 당시 F1 자동차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운전석 쪽을 더 좁게 만들고자 기존의 기어박스를 대체하여 개발된 것으로, 1989년에 출전한 F1 머신, 페라리 640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패들 시프트 덕분에 드라이버는 300km/h를 넘나드는 초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죠. 이후 페라리는 이 기술을 자사의 스포츠카에 접목시키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된 최초의 패들 시프트 장착 차종이 바로 페라리 F355예요.

오늘날 패들 시프트는 대부분 페라리 F355가 보여 줬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보통은 스티어링 휠 뒤쪽에 배치된 패들 중 왼편 패들을 당기면 기어가 내려가고, 오른편 패들을 당기면 기어가 올라가는 형태예요.

일부 차량의 경우 하나의 패들을 밀고 당기면서 기어를 변속하는 방식도 있죠. 그 외에도 스티어링 휠 뒤쪽이 아니라 휠 자체에 부착된 버튼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차종도 있는데요. 에디터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대표적인 스포츠카 중 하나의 예시로는 과거 포르쉐 911(997)를 들 수 있겠네요.

그 외에도 기어 레버에 부착된 버튼이나 레버 자체를 왼쪽으로 밀면 수동 변속 모드로 변경되는 자동차들도 있어요.

최근 국산차는 앞서 말한 다양한 수동 변속 모드 형태 중에서 보통 패들 시프트가 적용되어 있어요. 아반떼 N DCT, 코나 N DCT 모델 등 퍼포먼스 성향을 띠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쏘나타, K시리즈 등의 세단, 투싼, 팰리세이드 등의 SUV는 물론이고 제네시스 등 고급차에도 패들 시프트가 장착되어 있어요.

이는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가 기어 레버를 버튼식으로 변경하거나 스티어링 휠 컬럼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변속 조작 버튼을 스티어링 휠 뒤쪽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생각돼요. 현대기아차 외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 KG모빌리티, 구 쌍용자동차 차종에서도 쉽게 패들 시프트를 확인할 수 있어요.


🤖 자동변속기가 있는데
패들 시프트는 왜 사용할까?

그렇다면 패들 시프트, 수동 변속 모드는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걸까요?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도로를 주행하면서, 이 기능은 크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치부되기 쉬워요.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운전자가 직접 수동으로 단수를 조작할 필요가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내리막길 상황을 들 수 있죠. 비탈길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해서 밟으면 브레이크 패드가 마찰로 과열되어 제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거든요. 이러한 경우 브레이크 페달만 사용하지 말고, 기어단수까지 함께 낮춰 엔진브레이크를 병행 사용하여 감속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 외에도 오르막길이나 자동차를 추월하는 상황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단수를 낮춰 차량에 힘을 더하는 방법도 있죠. 물론 자동차에는 예전부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단수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킥다운’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는 해요. 그러나 수동 변속 모드 작동방식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편이 킥다운보다 더 쉽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죠.

참고로 전기차의 경우에도 패들 시프트가 장착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사실 특정 차종을 제외하고는 전기차에는 변속기어 자체가 없는데, 보통 전기차에 부착된 패들 시프트는 주로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어요.

회생제동이란 전기차에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 감속하는 제동력을 전기에너지를 바꿔주는 기능이에요. 따라서 회생제동 강도가 강력할수록 마치 자동차에 제동을 거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요.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르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생기는 이질적인 저항감으로 운전자마다 호불호가 갈렸고, 이를 해결하고자 완성차업체가 패들 시프트에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정한 것이죠.


📌 오늘의 세 줄 요약!

☝ 이제 양산차 중에서 '수동변속기'로 달리는 현행 모델은 대폭 감소했는데요.
✌️ 자동변속기 차량을 수동처럼 조절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는 아직 많은 차량에 탑재돼요.
👌 현재는 전기차 회생제동을 돕는 기능으로도 사용해서 앞으로 변화될 여지가 충분해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점점 더 확대된다면 자동변속기를 넘어서 아예 변속기 자체가 탑재되지 않은 자동차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생각돼요. 그렇게 된다면 패들 시프트의 활용도는 다시 변경되거나 사라지고 말겠죠. 실제로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패들 시프트의 경우, 변속이 아닌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하는 용도로 바뀌었으니까요.

언젠가 그런 시대가 찾아온다면 오늘날 수동변속기 사용 이유를 보통 ‘운전하는 맛’과 같은, 감성적인 측면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자동변속기 또한 ‘내연기관차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되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 Motor1, Google, 제조사 홈페이지, pixabay
Copyrights 첫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