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에서 현대카드 향이 느껴진거야
'과감한 상품구조 변화, 체계화된 VIP 마케팅.'
이제는 현대카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나카드가 건실한 중소득 고객을 편입하기 위한 상품 구조조정 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이렇게 유입한 고객을 바탕으로 경기불황 시 대출부실로 인한 충당금 위험을 줄이고 연회비 수익을 높일 수 있으며, 호황일 경우에는 대출을 확장하는 식으로 유연한 영업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 첫 상품인 제이드 클래식(Classic)을 발급받은 고객에게 우수회원 등급인 '로열'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나카드의 프리미엄 우수회원 체계에서 로열은 VVIP와 퍼스트에 이은 세 번째 등급이다. 로열 등급은 전 가맹점 2~3개월 무이자 할부, 이용알림 서비스 요금 면제 등의 추가 혜택을 받는다.
특히 하나카드의 기존 프리미엄카드 라인업인 '클럽 시그니처'가 제이드 클래식보다 연회비가 3만원 더 높은 15만원임에도 부여하는 등급이 로열보다 한 단계 더 낮은 '클래식(이용액 1700만원 초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상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고객 입장에선 혜택이 열위한 카드가 비용까지 더 높을 경우 선택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하나카드는 제이드 출시에 앞서 인기카드인 '스마트애니', '마패카드' 등을 비롯해 수십여가지 상품의 신규 및 추가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비용을 감축할 수 있고 마케팅 효율은 더욱 높일 수 있다. 하나카드가 제이드에 역량을 기울이는 건 '포장'에서도 드러난다. 단순히 우편에 카드와 설명서를 동봉하는 형식을 탈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패키지를 적용했다. 이는 현대카드가 라인업을 단순화하고 심미성을 높인 방식과 흡사하다.
자산수준을 더 높게 고객군을 재편하는 건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전략은 아니다. 자칫 신규 고객이 유입되지 않고 기존 고객도 잃을 수 있다. 하나카드는 최근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한 해외여행 특화서비스 '트래블로그'의 성공으로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을 보다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유인력 있는 서비스 덕분에 고객 이탈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하나카드가 프리미엄카드로 '새판짜기'에 나선 동기는 실적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2956억원으로 전년 동기(1440억원) 대비 2배 규모에 달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충당금도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카드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9.9% 늘어난 4118억원이었지만, 현금서비스·카드론수수료가 포함된 카드수익의 경우 26.9% 증가한 1조1148억원이었다. 모집비 등 영업비용을 쓰는 만큼 카드수익 성장률이 따라오지 못하고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기하방 여파로 충당금까지 쌓이니 실적이 역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수익에는 연회비 수익도 포함된다. 하나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2023년 3분기 누적 599억원으로 같은 기간 현대카드(2095억원)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하나카드로선 고자산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이 모든 실적지표를 높이는데 주효하다.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하나은행의 '클럽원' 브랜드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시점도 절묘하다. 고자산군이지만 혜택에 민감한 '알짜형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제휴와 맞물려 비용 감축과 프리미엄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연회비 100만원인 '아멕스 플래티늄(현아플)'을 단종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현아플은 1000원당 1.5 멤버십리워즈(MR)를 적립해줬지만 현아플2는 1000원당 1MR을 적립해 그 혜택이 33% 하향했다. 알짜카드로 꼽힌 '제로에디션2'를 단종하고 내놓은 후속카드는 연회비가 50% 올랐다.
하나카드는 연회비 12만원의 제이드 클래식에 실적 조건 없이 국내외 전 가맹점에서 1% 하나머니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고, 조건 충족 시 1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특히 빠른 인지도 확보를 위해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제이드 신규 발급 시 8만원을 캐시백하는 이벤트도 펼쳤으나 수요가 급증해 하루 만에 종료했다. 향후 하나카드가 제이드 브랜드 강화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블로터>에 "당사는 '뉴(New) 하나카드'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며 "손님의 본질을 이해하고 완성도 있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원더카드와 더불어 이번에 출시된 프리미엄 라인업인 제이드 시리즈, 그리고 해외여행 특화 트래블로그 등을 통해 개인회원 진성고객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