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올 줄 몰랐어" 18세 소년들의 약속, 2000번의 계절을 지나 잠실에서 꽃피다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6. 5.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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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절친의 뜨거운 조우, '에드먼턴 우승 주역' 오지환과 박건우
LG 오지환이 2000경기 출전 시상식에서 NC 박건우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잠실야구장의 푸른 잔디 위로 18년 전 에드먼턴의 뜨거운 함성이 되살아났다.

LG 트윈스 오지환이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2000경기 출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KBO리그 역대 23번째 2000경기에 출전한 오지환은 LG 한 팀에서 유격수로만 2000경기에 출전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고, 많은 LG 관계자가 그를 축하했다. 단순한 기록 축하의 장을 넘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2009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유격수라는 힘든 자리를 지켜온 오지환은 어느덧 2000 경기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빛났던 건 그의 기록보다 한 선수의 깜짝 등장이었다. 꽃다발을 들고 그라운드에 나타난 NC 다이노스 박건우를 본 오지환은 예상치 못한 축하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친구와 뜨겁게 포옹했다.

LG 오지환이 2000경기 출전 시상식에서 NC 박건우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G 오지환이 2000경기 출전 시상식에서 NC 박건우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두 선수의 뜨거운 포옹 뒤에는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이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당시 18세 소년이었던 두 선수는 U-18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함께 일궈냈던 국가대표 동기이자 90년생 동갑내기 절친이다. 비록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은 없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던 소년들의 약속은 18년의 세월을 지나 잠실의 푸른 잔디 위에서 결실을 보았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두 베테랑이 보여준 우정은 야구가 단순히 기록의 스포츠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써 내려가는 따뜻한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에드먼턴의 소년들은 이제 KBO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팬들의 가슴 속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2000번의 계절을 견뎌낸 오지환의 꾸준함과 그 길을 진심으로 예우한 박건우의 우정은 잠실 하늘 아래서 그 어떤 홈런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LG 오지환이 2000경기 출전 시상식을 마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한편, 오지환은 "포지션을 바꾸지 않고 오직 유격수라는 이름으로만 이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오지환은 내야의 사령관으로 버틴 17년의 세월 동안, 멀리서나마 서로를 응원하며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 박건우의 값진 축하를 받으며 짧지만 잊지 못할 시상식을 했다.

[NC 박건우가 LG 오지환의 2000경기 출전 시상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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