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벤또 IR’의 결실”… WGBI 편입 뒤엔 일본 뻔질나게 날아간 공무원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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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확정됐습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전략 연구위원은 "그간 WGBI 편입의 난제 중 하나가 일본의 금융기관, 특히 신탁은행들이 '한국 채권 별로 사고 싶지 않다'며 반대를 많이 했다는 점인데, 막판 일본과 협조가 이뤄지면서 결과가 잘 나왔다고 본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안 들어와 있기 때문에, WGBI 편입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 역시 일본"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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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확정됐습니다. 그 막후에는 올해 일본 투자자들 설득에 주력했던 한국 정부의 전략이 있었고, 이것이 주효했다는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일본 투자자들은 WGBI 추종 자금의 30%를 차지하는 ‘큰손’입니다. 그만큼 발언권이 막강하지만, 그간 원화 채권에는 투자를 꺼렸습니다. 정부는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로 정평 난 일본 금융기관들을 ‘우리 편’으로 사로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일본에 5번 날아갔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입니다. 대면 투자설명회(IR)를 하기 위한 출장길이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새로운 변화와 그에 따른 실패를 유독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데다, ‘비디오 콜’(화상 회의)을 싫어하는 특유의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반엔 우리 정부의 미팅 요청에도 “만날 필요가 없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하네요.
이런 ‘깐깐한’ 일본 투자자들을 우리 정부가 공략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였다고 합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국채통합계좌 개설 등 실제 제도가 갖춰지기 전까진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던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전제조건이 이제는 갖춰졌으니 “본격적으로 물꼬를 터보자”는 구상이었던 거죠. 일본 금융계에선 특이하게도 투자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대신 수행해 주는 ‘신탁은행’의 입김이 센데요. 이 신탁은행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했습니다.
공무원들은 ‘벤또’(辯當·도시락)로 끼니를 때우며 IR을 진행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곽상현 기재부 국채과장은 허리 숙여 투자자들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쳤던 상반기였다고 지난날을 회상했습니다.
방어적이기만 하던 일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5~6월쯤 달라졌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의 한 주요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R 말미에 “한국 정부는 왜 WGBI에 가입하려 하느냐”라며 “재정 건전성도 좋고, 국채 발행도 잘 되고, 유동성도 좋고, 경제도 튼튼한데, 가입하지 않아도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하는데요. 곽 과장은 “그때 ‘드디어 일본 투자자들에게도 한국 시장의 선진성을 인정받았구나’란 느낌이 들었다”며 “어쩌면 WGBI 편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WGBI 편입은, 금융 측면에서 한일 관계가 일종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의미가 있다고도 평가됩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전략 연구위원은 “그간 WGBI 편입의 난제 중 하나가 일본의 금융기관, 특히 신탁은행들이 ‘한국 채권 별로 사고 싶지 않다’며 반대를 많이 했다는 점인데, 막판 일본과 협조가 이뤄지면서 결과가 잘 나왔다고 본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안 들어와 있기 때문에, WGBI 편입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 역시 일본”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의 WGBI 편입 도전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장장 15년의 역사를 지닌 기나긴 과정이었습니다. 현 국채과장인 곽 과장이 국채과 사무관 시절이었던 2009~2010년 당시 WGBI 편입이 유력한 단계까지 진행된 적도 있었으나 ‘원화 절상’ 이슈로 우리 정부가 막판 편입을 포기한 바 있었습니다. 외국인 채권이 갑자기 너무 많이 들어왔던 것이 환율에 불안 요인이 됐기 때문이죠.
곽 과장은 “그때와 지금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달라졌다”며 “지금은 같은 상황이라도 그런 걸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 시장이 탄탄해진 걸 느낀다”고 오래된 소회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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