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때문에 주민 전기 끊긴다”… 美 레이크타호서 벌어진 ‘전력 전쟁’

미국 서부에서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전력 인프라를 압박하며 지역 주민들의 전력 공급 안정성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네바다·캘리포니아 접경 지역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이 사실상 ‘전력 후순위’로 밀려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전력업계와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AI 연산 확대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들어 전년 대비 17%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AI 관련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전력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캘리포니아 북동부 레이크 타호(Lake Tahoe) 일대다. 이 지역 주민 약 5만 명은 2027년부터 현재 공급받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에 직면했다.
배경에는 네바다 북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대형 데이터센터 벨트가 있다.
이 지역은 ‘타호-리노 산업단지(TRIC·Tahoe-Reno Industrial Center)’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낮은 세율, 상대적으로 낮은 지진 위험, 연중 대부분 자연 냉각이 가능한 기후 조건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 일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이미 운영 중이거나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12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모두 가동될 경우 2033년까지 약 5900메가와트(MW)의 신규 전력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지역 전력회사인 리버티 유틸리티스(Liberty Utilities)다. 이 회사는 레이크 타호 분지 내 약 4만9000명의 고객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공급 전력의 약 75%를 네바다 전력회사 NV에너지(NV Energy)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지역 전력망이 캘리포니아 본토 전력망과 사실상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V에너지는 최근 기존 공급 여력을 데이터센터 고객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리버티 유틸리티스에는 1년 내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지역 전력망과 연결하려면 수억 달러 규모의 신규 송전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만, 부지 확보와 환경 인허가,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7년 이전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AI 산업 성장의 비용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도 비판을 의식해 자체 전력 조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독립형 전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구글은 ‘BYONCE(Bring Your Own New Clean Energy)’ 전략을 통해 신규 청정에너지를 직접 확보해 데이터센터 운영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네바다 지역에서는 태양광과 재활용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자가발전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다만 대부분 자율 협약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이행 여부를 강제하거나 검증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반면 송배전 인프라 투자와 전력시장 제도 개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산업 전력 수요가 주민 생활 인프라를 압도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반도체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확보 능력이 되고 있다”며 “전력망 투자 없이 데이터센터만 급속히 늘어나면 지역사회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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