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이체 대신 배달… 기술의 시대, 더 빛나는 물성의 가치
우체국의 용돈배달 서비스 인기…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성 매력’
물성 추가한 아날로그 버튼 도입
AI도 로봇이란 물리적 실체로 등장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집배원이 부모님댁을 방문해 자녀 대신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우체국 용돈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클릭 몇 번이면 계좌이체로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데 이 무슨 시대에 역행하는 서비스란 말인가. 의외로 직접 현금을 받아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동적”이라고 한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은 현금을 찾으러 멀리 읍내에 있는 은행까지 방문할 필요가 없어 더욱 편리한 서비스다. 사이버 머니처럼 통장에 숫자만 찍혀 있는 계좌이체와 달리, 손으로 직접 현금을 쥐었을 때의 만족감도 쏠쏠하다.


상품에도 물성을 추가해 매력을 높인다. 모든 제품에서 버튼을 없앴던 애플은 최근 2년 연속으로 아이폰에 아날로그 버튼인 ‘액션 버튼’과 ‘카메라 컨트롤’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물론 유명 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자동차 비상 버튼 등을 터치스크린 방식에서 물리버튼으로 변경하고 있다. 터치스크린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화면에서 제공해 편리하지만, 긴급 상황에서 사용하기엔 물리버튼에 비해 직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밀리의 서재도 자사 전자책에 종이책처럼 밑줄을 치거나 짧은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인 ‘필기 모드’를 추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 철학과 조직 문화도 물성으로 전달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2022년 문을 연 오피스 ‘더큰집’은 조직 문화의 물성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아한형제들의 조직 철학 중 하나가 “가족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자”인데, 이 가치를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사옥 회의실에 자녀 이름을 붙였다. ‘1번 회의실’ 혹은 ‘소회의실’ 같은 이름 대신, ‘선우회의실’, ‘리우회의실’ 등 직원들의 자녀 이름을 붙이고, 해당 어린이가 직접 쓴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팻말을 달았다. 조직 문화를 물리적 공간에 녹여 구성원들이 유대감을 갖도록 유도한 것이다.
디지털과 AI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에서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물성으로 변환하는 흐름은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러한 물성 매력에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최신 기술과 신개념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쓸모를 느낄 수 있게 할 물리적 경험을 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물성을 통해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향후 디지털 경제가 발달할수록 물성 매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가령 현재 정보기술(IT)·전자 산업의 가장 큰 화두인 인공지능(AI)은 머지않아 ‘로봇’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소비자는 어느 때보다 사물 본연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거대한 기술의 대변혁 속에서도 물성의 가치는 여전히 빛날 것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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