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무기 금수 조치 위반… 이란과 UAE제 드론이 수단 내전에 동원된 증거

조회 1002024. 6. 13. 수정
1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면서 옴두란 지역 주민들은 집 밖 외출이 쉽지 않다

지난 14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수단 내전에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수단 정규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에 드론을 공급해 UN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BC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살펴봤다.

올해 3월 12일 아침, 수단 정부 측 군인들은 전례 없는 군사적 성과를 축하했다. 수도 하르툼 소재 국영 방송사 본부를 탈환한 것이다. 하르툼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11개월 전 내전 발발 당시 RSF의 손에 넘어간 건물이다.

그런데 이번 정규군의 승리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해당 공세 장면을 담은 영상에 이란제 드론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드론 포착

‘수단 투명성 및 정책 관측소’의 술리만 발도 소장은 내전 초기, 수단 정규군이 공군에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요 정규 병력 대부분이 (RSF에 의해) 포위됐던 탓에 지상에선 투입할 전투 병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RSF가 하르툼과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었던 당시, 수단 공군(SAF)은 공중에서 그 존재감을 유지했다.

그 초, RSF가 격추한 군용 드론 1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네덜란드의 평화 단체 ‘PAX’의 인도주의적 군축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드론 전문가이기도 한 윔 즈비넨베르는 해당 드론의 잔해, 엔진, 꼬리 등이 이란제 드론 ‘모하제-6’을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하제-6’은 길이 6.5m의 드론으로, 최대 2000km까지 비행할 수 있으며, 유도 자유낙하탄을 장착해 공습에 동원할 수 있다.

격추 3일 뒤 하르툼에서 북쪽에 자리한 수단 정규군의 와디 세이드나 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도 즈비넨베르는 같은 기종의 드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즈비넨베르는 “이 드론은 최소한의 훈련만으로도 목표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모하제-6’이 격추된 지 3주 뒤, RSF가 또 다른 드론을 격추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즈비넨베르는 해당 드론의 정체가 이란제 ‘아바빌-3’ 드론의 현지 제조 버전인 ‘자질-3’이라고 파악했다.

드론 ‘자질-3’ 수년간 수단에서 사용됐으나, BBC와 PAX는 이번 내전에서 해당 드론이 처음 사용된 건 올해 1월인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올해 3월, 즈비넨베르는 와디 세이드나 군사 기지를 담은 또 다른 위성 이미지에서 ‘자질-3’ 1대를 더 포착했다.

즈비넨베르는 비록 수단의 ‘주권 위원회’ 측은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얻은 바 없다고 부인하나 “이는 수단군이 이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즈비넨베르는 “이러한 드론에 유도탄이 장착돼 있다면, 이는 이란에서 공급받았다는 증거”라면서 “왜냐하면 이러한 유도탄은 수단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초, 이란의 화물 수송 업체인 ‘케심 파스 항공’이 보유한 ‘보잉 747’ 비행기 1대가 이란 내 반다르 압바스 공항에서 출발해 홍해로 향하던 중 레이더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있었다.

몇 시간 후, 위성 카메라는 수단 동부 포트수단 공항에서 해당 항공기와 같은 기종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후 트위터엔 해당 항공기 기종이 포트수단 공항 활주로에 주차된 사진이 유포됐다.

반다르 압바스 공항에서 홍해까지 이어지는 해당 항공편은 올해 1월 말까지 5차례나 반복됐는데, 1월은 이란제 드론 사용이 포착된 바로 그 달이다.

케심 파스 항공은 여러 차례 중동 지역, 특히 이란의 주요 동맹국인 시리아에 무기 및 전투원 등을 수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와 있다.

'양측 모두 각자 목적이 있습니다'

수단은 지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편을 들기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오랫동안 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발도 소장은 “수단이 보유한 무기 다수가 이란제 무기의 현지 생산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수단 내전 발발 이후 수단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했는데, 발도 소장은 양측 모두 각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란은 이 지역에서 자신들에게 발판이 될 만한 곳을 찾고 있다. 만약 지정학적으로 이곳에서 전략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분명 더 많은 첨단 드론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BBC는 수단군, 이란 외무부, 케심 파스 항공 측에 이란제 드론이 수단 내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러나 수단 ‘주권 위원회’의 말릭 아가르 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어떠한 이들로부터도 무기를 받은 바 없다 … 무기는 암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으며, 현재 암시장은 회색 지대”라고 발언했다.

UN 무기 금수 조치 위반

한편 RSF가 전쟁 초기 상용 부품으로 120mm 박격포를 투하할 수 있는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인 형태) 드론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SNS에 유포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수단군이 이러한 드론 여러 대를 격추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 소속 무기 전문가 브라이언 캐스트너는 그 배후로 UAE를 지목했다.

“UAE는 에티오피아, 예멘과 같은 다른 분쟁 지역에서 동맹 세력에 동일한 드론 기종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 추적 전문가들은 민간 항공기가 아랍에미리트에서 RSF로 무기를 수송하는 걸 관측했다고 밝혔다. UAE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해당 수송 경로는 아부다비 공항에서 출발해 케냐의 나이로비와 우간다의 캄팔라 공항을 거쳐 차드의 암드자라스 공항에서 끝이 난다. 이곳은 RSF가 거점으로 삼은 수단 서부 지역과 불과 몇 km 떨어진 곳이다.

아울러 해당 UN 보고서는 여러 현지 소식통과 군사 단체를 인용해 암드자라스 공항에서 비행기에 하역한 무기를 실은 차량들이 일주일에 몇 번씩 다르푸르 등 수단 여러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발도 소장은 “UAE는 수단에 여러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으며, 홍해 지역에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UAE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무기가 아닌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을 전달한 것이라며 거듭 부인했다.

UAE 정부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BBC에 UAE는 “현재 이어지는 분쟁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RSF 측에도 의견을 물었으나, 답은 없었다.

내전 중인 정규군과 RSF가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드론들은 수단 정부와 다르푸르의 무장 세력들에 대한 무기 공급을 금지하고자 2005년 통과된 UN 안보리 결의안 위반 사항이다.

캐스트너는 “UN 안보리는 책임을 지고 수단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수단은 기근에 다가가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집을 잃었다. 이에 즉시 수단 전역에 대한 포괄적인 무기 금수 조치를 내리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적처럼 살아남았습니다'

한편 수단의 하늘에 드론이 등장하게 되면서 지상에서의 상황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수단군은 여러 지역에서 자국 군대를 향한 포위망을 뚫는 데 성공했으며, RSF는 하르툼 서쪽 일부 지역에서 철수했다.

발도 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란제 드론 덕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9월 18일과 2024년 4월 15일 자 비교(붉은색: RSF 통제 지역 / 노란색: 수단 정규군 통제 지역)

한편 무력 분쟁 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는 지난 1년여간 벌어진 내전으로 민간인 최소 1만6650명이 숨졌다고 추정했다.

‘UN 국제이주기구(IOM)’는 수단인 1200만 명이 살던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다고 추정한다.

압둘라 막카위도 이집트로 피난 간 수단인 중 하나다. 막카위는 하르툼 남부 소재 자택에 있었던 지난해 7월, RSF 소속 드론의 공세로 인해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막카위는 “집으로 달려갔다. 우리 가족은 콘크리트 지붕 밑 방으로 피신했다 … 어머니와 나를 포함한 다섯 남매는 침대 밑에 숨었다”고 회상했다.

막카위는 드론이 투하한 포탄이 지붕이 나무로 된 옆 방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 방에 있었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다. 우리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수단 내전은 수도 외곽 새로운 지역까지 확산했다. 수단 북부, 동부, 중부 지역에선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최초로 보고됐다.

이집트로 피난 가기 전, 막카위는 수단 동부 포트 수단에 가족들을 남겨뒀다. 그곳은 안전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드론이 그곳까지 날아가진 않을지 두렵기만 하다.

“수단 국민들은 이번 내전에 지쳤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전쟁이 멈추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양측에 대한 무기 중단을 중단한다면, 전쟁은 끝이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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