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레인지로버 벨라 2025년형, 디자인 완성도는 최상급

더 뉴 레인지로버 벨라 P400 HSE 2025년형을 시승했다. 더 뉴 레인지로버는 최근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내외관 디자인 변경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더했다. 플로팅 커브드 디스플레이, 픽셀 LED 헤드램프을 더해 상품성을 높였으며, 디자인은 여전히 최상급이다.
레인지로버 벨라에게 있어 디자인은 가장 밀접한 수식어다. 지난 2018년 출시와 함께 월드카 어워드에서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을 수상하며,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평가받은 것을 비롯해, 벨라의 디자인 DNA는 향후 출시된 다양한 SUV 모델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의 디자인은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환원주의 디자인' 철학을 레인지로버 최초로 도입했다. 이를 통해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벨라의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데, 그릴과 헤드라이트, 리어램프의 디테일이 개선됐다.
특히 실내에서는 센터 콘솔의 디자인 변화가 크게 다가온다. 원목 소재를 강조한 패널을 통해 고급감을 높이면서 11.4인치 플로팅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조작을 위해 UI를 개선했다. 또한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의 시인성을 개선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지원된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랜드로버의 프리미엄 브랜드, 레인지로버의 볼륨 모델 중 하나다.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벨라, 이보크로 이어지는 모델 라인업 중 1억원 전후의 가격을 통해 레인지로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디자인 완성도에 가장 공을 들였다.
벨라의 외관 디자인은 쿠페형 루프라인과 짧은 프론트 오버행, 긴 휠베이스, 대구경 휠과 슬림한 LED 헤드램프, 비노출형 도어핸들 등 2024년 기준으로도 앞선 디자인 요소를 이미 2017년 양산차로 선보였다. 이같은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는 현재 기준으로도 신선하다.
특히 벨라의 후면부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역동적인, 그리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KGM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액티언이 벨라의 디자인을 대놓고 차용한 점은 누구라도 인정할 부분이다. 레인지로버의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우위는 여전히 유효하다.
벨라의 차체 크기는 전장 4797mm, 전폭 1930mm, 전고 1678mm, 휠베이스 2874mm로 중대형급 차체를 갖는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휠베이스가 2997mm, 레인지로버 롱휠베이스가 3197mm, 이보크 2681mm를 고려하면 이보크보다는 레인지로버에 가까운 구성이다.
실내는 일반적인 중형 SUV의 거주성을 확보했다. 벤츠 GLC 쿠페나 BMW X4에서 기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낮고 와이드한 프로포션이 한 체급 위의 모델처럼 느껴졌다면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벨라의 포지셔닝은 경쟁차 대비 반 등급 높은 곳을 노린다.
벨라 P400에는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AWD 사륜구동 조합으로 최고출력 400마력(5500-6500rpm), 최대토크 56.1kgm(2000-5000rpm)다. 공차중량 2190kg, 100km/h 가속 5.5초, 최고속도 250km/h, 복합연비 8.2km/ℓ(도심 7.3, 고속 9.5)다.
2025년형 벨라의 파워트레인은 P250(직렬 4기통 터보), P400(직렬 6기통 터보)으로 단촐해졌는데, 기존에는 D240(4기통 디젤), D300(V6 디젤), D300(V6 슈퍼차저)으로 완전히 다르다. 2025년 벨라는 P250 9010만원, P400 1억2420만원으로 P250의 가격이 880만원 낮아졌다.
벨라의 트림 구성을 살펴보면 P250 다이내믹 SE와 P400 다이내믹 HSE는 파워트레인 차이 외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유무와 20인치와 21인치 휠 차이, 픽셀 LED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1억원 언더에서 레인지로버 벨라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휠은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실내 분위기는 단순하지만 고급감을 전한다. 기존 모델에서는 중앙 모니터가 대시보드와 이어진 모습에 공조장치 조작부가 LED 디스플레이였다. 공조장치 조작부가 사라지며 화면을 키운 디스플레이에 통합됐다. 화려함을 원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보다 세련된 분위기다.
벨라의 강점 중 하나는 시트포지션이다. 전형적인 SUV보다 살짝 낮지만 좋은 시야를 전한다. 높게 위치한 중대형 SUV에 오르는 것이 불편한 가족(아이들, 고령층)이 있다면 좋은 선택이다. 낮고 와이드한 프로포션은 주행시 낮은 롤 센터를 통해 안정적인 주행감을 전한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감각을 전하지만, 짧고 빠른 쇼크는 부드럽게 소화한다. 그럼에도 견고한 섀시를 통해 전달되는 무게감은 고가의 럭셔리 SUV를 선택하는 이유를 충족한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우수한 편으로, 장거리 주행이 많은 소비자라면 만족할 수준이다.
굽은 길에서는 낮고 와이드한 쿠페형 프로포션이 부각된다. 쿠페형 SUV의 기준이 반드시 리어 윈드실드가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SUV 장르에서 비교적 스포티한 주행감각에 초첨을 맞춘, 상대적인 전고가 낮은 모델을 쿠페형 SUV로 부르기도 한다.
레인지로버를 선택하고 싶은데,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원한다면 벨라가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다. 좌우로 반복되는 코너링 상황에서 벨라는 비교적 작은 차를 운전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낼 만큼 밸런스가 좋다. 여기에 400마력의 강력해진 파워트레인은 경쾌함을 더했다.
P400의 파워트레인 강점은 고속주행시 힘의 여유로움이다. 규정속도 부근은 물론 150km/h를 넘어서는 초고속 항속주행에서 출력에 대한 갈증이 거의 없다. 재가속시 펀치력은 물론, 초고속 항속주행시에도 9~10km/ℓ 전후의 좋은 연비는 디젤 모델이 부럽지 않은 부분이다.
최신 ADAS 시스템은 앞차와의 거리는 물론 차로유지까지 지원하는 최신 버전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최신 모델 중에서는 낮은 편이다. 다만 티맵 내비게이션을 출고시 제공해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계기판에 연동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콘셉트카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디자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한 파워트레인은 기존 버전 대비 신뢰성이 향상됐다. 레인지로버가 2억원을 넘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벨라의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