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짜장면을 허겁지겁 먹던 레전드 장면.

요 미션의 무대가 된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는 한때 국내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데 요즘 사뭇 달라진 에버랜드 분위기. 방문객이나 놀이동산 덕후들 사이에서 “시설 노후화가 심하다” “새로운 놀이기구가 없다”는 불평이 많다.

마침 유튜브 댓글로 “에버랜드가 최근에 왜 이렇게 욕먹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취재했다.

방문객 후기만 보면 에버랜드 분위기, 심상치 않긴 하다. 그런데 사실 에버랜드의 매출과 방문객 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세다.

요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방문객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23년에는 판다 ‘푸바오’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20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장사는 잘 되고 있는 거다. 수도권에 위치해 가깝고, 국내 최대 규모 테마파크라는 이점도 있다.그러면 방문객의 평가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거다. 이유가 뭘까?

첫째, 시설 노후화. 최근 후기에는 “놀이기구가 낡았다” “끼익거리는 소리가 무섭다”는 지적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대표 놀이기구의 연식도 오래됐다. T익스프레스는 2008년, 더블락스핀은 2003년, 허리케인은 1996년에 개장했다.

물론 현재까지 모든 기구는 KTC 정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근데 수십 년 된 놀이기구는 언제까지 운행할 수 있는 걸까?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사용 연한이라고 (언제) 폐기하라 이런 규정이 국제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이 시설을 타면 안전하겠다라는 안정감을 줘야 되는데 삐걱 소리 나고 불안함을 느낀다라면 놀이 시설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죠.

실제로 에버랜드 곳곳에선 노후화된 흔적이 보인다. 외벽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 갈라진 바닥 포장이 눈에 띈다.

일부 구역에선 스피커 음악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운영을 중단한 놀이기구가 방치돼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둘째, 고객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한다는 느낌이 부족하다. 에버랜드는 새로운 스릴 어트랙션을 들여온 게, 2015년에 개장한 ‘썬더폴스’가 마지막이다.

그러니 이용 후기에도 “탈 만한 게 없다” “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이 아니라 사파리다”라는 반응이 반복되는 중.

[전재균 부경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새로운 (놀이)기구를 도입한다는 게 이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니까 투자 대비 이윤을 남겨야 되니까 그게 커버가 되느냐 이제 그런 부분을 고민하겠죠.

대신 에버랜드는 자연농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정원’을 중심으로 다른 테마파크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근데 놀이기구 외에 시간을 보낼 만한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얘기는 계속 반복되는 상황.

반면 요새 뜨는 경주월드는 에버랜드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스릴 어트랙션을 꾸준히 도입하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스콜&하티’, 올해에는 ‘타임 라이더’를 개장했다.

그러니 방문객 입장에선 에버랜드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에버랜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까. 직접 물어봤는데, “고객 니즈를 잘 알고 있고, 다양한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는 답변 정도만 했다.

실제로 에버랜드도 고객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판다 가족 ‘바오 패밀리’를 마스코트로 키우거나, 산리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외부 캐릭터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에버랜드는 건재하다. 다만, 시설 노후화, 신규 스릴 어트랙션과 컨텐츠 부족 등은 아쉬운 부분.

1976년에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에버랜드. 내년이면 벌써 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에버랜드도 커다란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다시 그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