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브로커와의 전쟁…“가격 담합 형사고발”
조달청, 입찰유의서 개정안 행정예고
브로커ㆍ견적대행사 정의 구분
특정 가격군 형성 등 금지행위 명시
8월부터 조달청 직권조사 가능

[대한경제=백경민 기자]조달청이 다음달부터 브로커나 입찰견적대행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한다. 종합심사낙찰제의 균형가격 제도를 악용하는 행태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이들의 처분에 따라선 입찰자나 계약상대자도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14일 조달청에 따르면, 최근 ‘공사입찰특별유의서’와 ‘조달청 공공주택 공사입찰특별유의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달 29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브로커와 입찰견적대행사 용어 정의 신설 및 이들의 불공정행위와 그에 따른 처분 내용을 구체화한 게 골자다.
조달청은 우선 브로커와 입찰견적대행사를 명확히 구분했다. 브로커는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가 아님에도 입찰ㆍ낙찰ㆍ계약체결 등의 과정에 개입해 직접 이익을 얻거나,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는 자로 규정했다. 입찰견적대행사는 시설공사 내역 입찰에서 입찰자가 직접 산출내역서를 작성하도록 지원하거나 산출내역서를 작성해 입찰자에게 제공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 입찰ㆍ낙찰ㆍ계약체결 과정에서 브로커나 입찰견적대행사가 공정한 입찰 질서를 해치는 경우 형사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입찰자나 계약상대자가 불공정행위에 관여하거나 협조한 경우에도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조달청은 다수 입찰자의 입찰가격을 사전 모의하거나 조율해 특정 가격군을 형성함으로써 균형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공정한 입찰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행위로 규정했다.
낙찰자 결정을 목적으로 입찰자 간 입찰가격 공유를 중개하거나 입찰자들에게 동일ㆍ유사한 내역서 배포를 통해 담합을 유도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또한 입찰 담합이나 가격 조작의 대가로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 등으로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조달청은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는 앞으로 이런 의무를 저버릴 경우 불이익 처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해야 한다”며 “금지 행위 등으로 브로커 등이 처분되면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를 부정당업자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달청은 오는 8월부터 불공정행위에 대한 직권조사권도 손에 쥔다. 올 초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간 신고에 의존했던 불공정행위 적발 체계를 조달청 중심의 능동적 점검ㆍ조사체계로 전환한다. 이제는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입찰 과정에서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 직권으로 조사해 이를 형사 고발하는 체계를 갖추는 셈이다. 시기상 오는 9월 대거 발주될 예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종합심사낙찰제인 공공주택 건설사업이 직권조사권에 의한 형사 고발 체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브로커를 둔 조사권한이나 처벌 규정 등이 애매했는데, 조달청에서 관련 근거들을 명확히 한 만큼 이들의 움직임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달청이 이처럼 초강수를 둔 계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건설사업을 이관 받은 첫해인 지난 2024년 ‘고양창릉 S-6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에서 불거진 동가 입찰 사건이다. 입찰에서는 동일 견적에 따른 동가 입찰로 인해 2개사가 무효 처리돼 심사 1순위 업체가 뒤집혔다.
동가 입찰은 서로 다른 회사의 내역금액이 똑같다는 의미인데, 베끼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입찰 담합 또는 브로커 등의 개입 여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조달청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입찰 담합 관련 조사를 의뢰했고, 이후 전방위적 현장조사가 수차례에 걸쳐 진행돼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는 브로커 등의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본 게 아니라, 입찰자 간 정보를 교환해 담합을 했는지에 더 집중했다”며 “결과적으로 담합으로 인해 동가 입찰이 발생했다고 보진 않은 것인데, 이제는 조달청이 직접 불공정행위 자체를 들여다보고 경찰 수사를 맡기겠다는 것이어서 브로커나 입찰견적대행사를 활용한 입찰 행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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