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장기입원 수속부터 마치고 돈 뽑아먹을 궁리만”…치료 안하는 요양병원
시설 규모 이미 선진국
부정수급 페이백 문제 지속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에서 2022년 1437곳으로 1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병상 숫자도 7만6556개에서 27만2021개로 3.5배 늘었다.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long term care)은 5.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핀란드보다 10배 이상 많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노인층으로 진입하는 이들은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생활을 중시하는 추세를 감안해 다인실 위주 시설을 1인실 위주로 바꾸고 침실 최소 면적을 확대하는 한국형 유니트케어 시범사업을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숫자로 보면 한국은 이미 요양 선진국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갈길이 멀다. 의료 서비스나 안전 관리체계는 미흡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요양시설의 불법 행태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이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청구해 적발된 징수대상 금액은 최근 10년 간 1981억원에 이른다.
특히 병원비 결제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불법 페이백 브로커들로 인해 불필요한 장기 입원 환자가 양산되면서 정상적인 요양병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요양병원 진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사회복지학회장)는 “상당수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하여 사회적 재원을 형성하고 있지만 의료보장내용에 대한 적절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실손보험 관리에 구멍이 생겼고 이용자가 여기에 담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브로커에 대한 매일경제 보도 이후 요양병원협회는 페이백 엄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배포하는 한편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자정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정부에 대해서도 페이백 요양병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 수위 강화 등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고 신고 유인책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며 “병원에서 이뤄지는 부당청구의 대부분은 비급여로 청구되기 때문에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인 의료비 비중은 매년 늘어나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장기요양기관은 2019년 2만4953곳에서 지난해 2만8366곳으로 4년 새 14% 늘었다. 장기요양급여 비용도 같은 기간 6조2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정수급 기관은 전체 기관의 5% 수준이라지만 1342개소에 이르고 적발금액도 작년 기준 667억원에 이른다. 특히 건강보험공단 직원들과 친인척들까지 부정수급 요양시설에 연루돼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임 정책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 내에서도 주기적으로 관련 직원을 조사하고 해당 지역의 인사전보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주기적으로 관리와 점검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무연고자 유류금품 처리 실태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설장과 종사자 5만4957명에 대해 유류금품 처리 적용지침 교육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요양병원은 입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집중하고, 의료 서비스 필요성이 감소할수록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는데 모아진다.
임 부회장은 “의료서비스의 요구도가 높은 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요구도가 낮은 일부 환자는 요양원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기본 전제”라며 “다만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입소하는 환자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정책관은 “한국의 노인 돌봄 서비스는 의료, 요양, 돌봄 영역이 별도의 대상자 선정 기준을 가지고 있어 중복 선정이 될수 있다”며 “통합판정체계 구축을 통해 의료와 요양 필요도를 공통의 기준으로 평가해 상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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