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뿌리에서 자라 함께 시간을 보냈던 형제자매도 60대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큰 갈등이 없었는데도, 어느 순간 마지막 통화가 언제였는지 떠올리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는 정이 식어서라기보다, 서로를 이어주던 환경과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60대 이후 형제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다섯 가지 이유를 살펴본다.

형제 관계를 지탱하던 가장 큰 기둥은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안부를 묻고 명절에 모일 명분이 있었지만, 그 기둥이 무너지는 순간 형제들은 각자의 궤도로 흩어진다.
부모라는 공통의 화제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어색한 침묵뿐이다.
이제는 억지로 모일 이유를 찾지 못하는 시니어들에게 형제는 피 섞인 타인이 되어간다.

60대가 되면 누구나 자기 집안의 최고 어른이 된다.
내 배우자, 내 자식, 내 손주를 챙기는 것이 형제의 안부를 묻는 것보다 압도적인 우선순위가 된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지켜야 할 내 울타리는 견고하다 보니 형제라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생존의 무게중심이 옮겨간 결과다.

부모님이 남긴 유산이나 병원비 분담, 제사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하는 순간 형제애는 급격히 식는다.
누가 더 고생했네, 누가 더 가져갔네 하는 해묵은 감정들이 터져 나오면 혈연은 금세 원수가 된다.
재산이 많으면 싸워서 멀어지고, 재산이 없으면 서로 부담스러워 멀어지는 것이 60대 형제의 서글픈 초상이다.

어릴 땐 다 똑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형제들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경제적 수준, 정치적 성향, 자식들의 형편이 달라지면서 대화의 공통분모가 사라진다.
만나서 자랑질로 들릴까 봐 조심하고, 상대의 사정에 눈치 보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차라리 안 보고 사는 게 속 편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형제는 태생적인 관계지만, 유지하는 데는 지독한 노력이 필요하다.
안부 문자 한 통, 생일날 건네는 작은 선물 하나조차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관계의 동력은 멈춘다.
남남이 되는 건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성의를 포기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혈연이라는 이름에 안주해 방치된 관계는 결국 고독한 노후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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