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 호텔도 지었죠” 23년째 공사판 지휘하는 그녀

강다은 기자 2022. 1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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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19> CNC종합건설 손성연 대표
지난달 4일 경기도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을 찾은 손성연 CNC종합건설 대표. 손 대표는 매주 한두 번은 반드시 건설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김지호 기자

지난달 4일 경기 지역 한 지식산업센터 건설 현장을 찾은 손성연(62) CNC종합건설 대표는 트렁크를 열어 여기저기 흠집이 난 안전모와 운동화를 꺼냈다. 그는 “안전모가 안 어울리기도 하고 머리도 눌리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사 경영자로 23년째인 손 대표는 회사 업무 외에도 대한건설협회와 세계여성이사협회 활동까지 하면서도 매주 한두 번은 반드시 건설 현장을 찾는 ‘현장파’다. 그는 “시공에 차질이 생긴 현장을 수습하느라 한 달 가까이 현장을 지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2000년 설립한 CNC종합건설은 문을 연 그 해 4월 양주 포승공단에서 첫 계약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수원지법 여주지원청사, 수원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기도 신청사 건설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북한 개성공단에 진출해 우리나라 입주 기업 지원센터, 호텔, 공장 등을 짓기도 했다. 지금은 세종~안성 고속도로, 과천 지식산업센터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매출 573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매출 6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여성 토목기사 1호… 개성공단 진출도

손 대표는 ‘대한민국 여성 토목기사 1호’로 통한다. “토목공학과에서 4년 전액 장학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1978년 명지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수도권 지역 대학 토목공학 전공자 1000여 명 중 여자는 손 대표뿐이었다. 졸업 후 건설사에 취직했지만 남성 위주의 건설업계에서 불합리한 대우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가 창업을 한 것도 “똑같이 일하고도 남자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 바엔 내 일을 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창업 이후에도 선입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는 “조금만 실수해도 ‘거봐 여자 사장이라 그래’라는 말을 들었다”며 “늘 긴장 속에 살아야했다”고 말했다. 2017년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건설에 참여했지만, 해안 매립지였던 부지는 연약지반이라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장비가 내려앉는 일이 반복돼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45억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하지만 손 대표는 수십 일간 현장을 지키며 끝까지 공사를 마무리했다.

◇부동산 개발로 사업 확장 예정

최근 건설업계는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CNC종합건설은 올해 사상 최대 수주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손 대표는 “지난 상반기에만 수주 1000억원을 달성했고 올 연말까지 수주액 18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NC종합건설은 건설 수주에만 그치지 않고 부동산 개발 쪽으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손 대표는 “수 년 전부터 개발 쪽 일도 해보고 싶어 아파트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상표 출원 중”이라며 “건설 기획에서부터 준공까지는 잘할 자신이 있지만 부동산 개발 쪽은 노하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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