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세이브 오승환 “오늘은 조금 뿌듯해 해도 될 것 같다”[일문일답]

심진용 기자 2023. 6. 6. 2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오승환이 6일 대구 NC전에서 500세이브 기록 달성 후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돌부처는 돌부처였다. 한·미·일 통합 500세이브,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올렸지만 오승환(41)은 담담했다. 축하의 물세례로 흠뻑 젖은 머리칼과 현충일을 맞아 특별히 입은 베테랑 유니폼 군데군데 묻은 케이크 자국이 아니라면 평소와도 그리 다를 것 없는 그였다. 오승환은 6일 대구 NC전 9-6 승리를 프로 통산 500번째 세이브로 지켜낸 뒤 취재진과 만나 “이게 끝이 아니다. 그래도 500번의 팀 승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조금은 뿌듯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소감이 어떤가

“아홉수라면 아홉수가 걸려 있었던 기록인데, 모르겠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 어떻게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다.”

-500세이브 감회가 있을 텐데

“오늘 같은 경우는 ‘500번 팀의 승리를 지켰구나’ 이거에 대해서 조금, 잠깐은, 뿌듯해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세이브 기록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동료들이 축하해줬는데 항상 고맙다.”

-기록을 빨리 세우고 싶다고 했다

“좀 많이 늦어졌다.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고,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마무리 보직에서 내려왔고, 말도 안되는 선발 경기도 나갔다. 그래도 그런 계기를 통해서 빨리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그게 가장 큰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가 없는지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고, 멋있는 대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정말로 없다. 세이브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건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어떤 경기가 더 쉽고, 어렵고 그런게 떠오르지 않는다. 항상 똑같은 것 같다.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니고, 우승 결정짓는 마지막 세이브도 아니니까.”

삼성 오승환이 6일 대구 NC전에서 500세이브 기록 달성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면

“올시즌은 부모님도 힘드셨던 것 같다. 매일매일 어머니한테 카톡도 오고. 이제는 경기 나가서 점수 줄 때가 더 많으니까. 장인 어르신은 야구를 워낙 좋아하시지만, 장모님은 야구를 아예 모르신다. 그런데 이제는 야구 박사가 되셨다. 제가 좋지 않다 보니 그렇다. 와이프도 결혼(2022년 1월)하고 난 이후로 제가 야구 못하는 모습을 너무 보다 보니 좀 눈치를 보고 미안해하는게 스스로 많이 미안하더라.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마흔 두살에 마무리 자체가 대단한데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유니폼 입고 뛸때는, 상대 타자가 20대 초반이라도 같은 입장이니 그런 생각할 필요는 없다. 4월에 아이가 태어나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불펜에서 나올 때 후배들이 박수 치며 응원하더라

“오늘이 500세이브라는 것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망치지 말자’는 생각이 좀 더 강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3점차 상황에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팬들이 환호했다.

“너무 예전이긴 하지만, 시민야구장 시절에는 정말 팬분들이 공 하나하나 그렇게 열광을 해주셨다. 그렇게 자주 해달라는 건 아니고(웃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팬분들도 기록을 알고 계시구나라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일본과 미국팬들에게도 한마디.

“오키나와 가면 아직도 일본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아직까지 기억을 해주시는데, 그분들이 한국야구 찾아보실 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에서도 세인트루이스 팬분들이 아직도 (인스타그램) DM을 많이 보내 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언젠가는 분명히 잊히기도 하겠지만, 그분들이 한국 야구를 더 재밌게 보시고 관심 가지실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

-선발로 갔을 때 기록 무산 우려가 나왔고, 루머(은퇴설)도 돌았다.

“거기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좋지는 않않지만, 포기할 건 아니었으니까. 전혀 신경 안썼고, 제가 이겨내면 당연히 (마무리) 자리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은 목표가 있다면

“KBO 리그 400세이브(현 378세이브)가 일단 있는데, 물론 그걸 향해서도 뛰겠지만 지금 팀 성적이 좀 안좋은 상황에서 승리를 지키는게 가장 크다. 블론하지 않고 계속 세이브를 하다보면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팀이 많이 이기면 또 세이브도 따라오는 거니까. 블론하지 않는게 가장 큰 목표다”

대구 라이온즈파크 더그아웃 뒤편에 놓인 오승환의 모자와 글러브. 글러브 속에 500세이브를 달성한 공이 들어있다.



대구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