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공안, 행인 검문하며 시위 봉쇄… 기자 취재사진도 삭제
SNS서 시위예고된 지하철역 검문
공안 대대적 단속에도 곳곳 시위
中 광저우서도 시위… 경찰, 휴대전화 검사 28일 밤 상하이 지하철에서 경찰이 승객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있는 장면이라며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이다. 트위터 캡처 |
공안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던 기자를 막아섰다. 공안은 스마트폰의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며 기자에게 삭제를 요구했고 실제 삭제하는지 감시했다. 30여 분 뒤에야 집에 돌아가는 조건으로 기자를 풀어줬다. 황좡역에서 약 1.5km 떨어진 즈춘리(知春里)역, 런민(人民)대역 등 다른 지하철역까지 공안들이 배치돼 있었다. 지난달 ‘반(反)시진핑’ 현수막이 내걸렸던 인근 고가도로 쓰퉁차오(四通橋)에서도 공안들이 행인들을 일일이 검문했다. 27일 밤∼28일 새벽 시위가 열렸던 량마허(亮馬河) 부근에서도 공안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보통 형형색색의 조명이 량마허를 비추지만 이날은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조명을 모두 꺼 칠흑같이 어두웠다. 황좡역도 주변 가로등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중국 당국은 이날 오후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시위가 벌어진 도시들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27일 상하이에서 시위대를 거꾸로 매단 채 연행하는 등 무차별 과잉 진압 논란이 인 뒤 28일부터는 아예 시위 자체를 못하게 원천 봉쇄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29일 저녁 산둥성 지난시에서 주민들이 방역요원들과 충돌하고, 28일 밤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소를 부수는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中공안, 검문때 폰에 텔레그램 등 설치 여부 확인
中, 시위 원천봉쇄
과잉 대응 논란 무릅쓰고 통제 강화
외신 “공안, 시위자 집 찾아내 협박”
중국 당국은 최소 15개 도시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과잉 대응 논란을 무릅쓰고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공안들이 행인들을 검문할 때 중국 정부가 금지하는 사이트에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과 텔레그램 등 외국 소셜미디어를 스마트폰에 설치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2030세대가 주축이 된 시위 참가자들은 VPN을 사용해 중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한 텔레그램과 트위터에 접속한 뒤 이를 통해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시위 참가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색출과 조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27일 밤∼28일 새벽 베이징 량마허 시위에 참여한 3명도 포함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공안이 자신에게 경찰서에 출두해 시위 참여 관련 기록을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통신에 “우리 모두 필사적으로 휴대전화의 (소셜미디어) 대화 기록을 삭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안이 (우리에게) 오더니 내 친구 중 한 명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데려갔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몇 시간 뒤에 공안이 친구를 풀어줬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공안들이 시위 참가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은 베이징 시위에 참가했다는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안이 집으로 찾아와 시위 장소인 량마허에 갔는지, 어떻게 알고 갔는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물었다”고 전했다. 당시 시위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특정인을 정확히 찾아내 찾아왔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시위 영상이 온라인에 계속 올라오면 중국 당국이 인터넷망을 끊거나 모바일 통신망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반정부 시위에 대학생이 많이 참가하자 “중국 교육부가 전국 대학 긴급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사상 교육을 잘 수행하고 해외 세력이 학생들과 유착되는 일을 방지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 여론 조작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CNN비즈니스는 “트위터에서 중국 시위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엉뚱하게 포르노물이나 스팸이 나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나 협력자들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중국 전역에서 하나의 사안으로 연계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시위를 통해 철옹성같이 여겨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독재 권력에 금이 갔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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