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같아도 만기가 다르면 아예 다른 종류의 채권으로 봐야 한다고요?
‘방현철 박사의 머니머니’는 시장분석, 자산운용, 재테크 전문가, 증권가 고수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정상우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부장과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법’이란 주제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정상우 부장은 13년의 경력을 가진 채권 펀드 매니저로서 현장에서 채권을 직접 사고 팔 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정상우 채권 매니저는 과거엔 채권에는 거액으로만 투자를 해야 해서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개인들도 소액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소액 채권 투자나 채권 펀드, 채권ETF(상장지수펀드) 등의 방법으로 개인이 적은 돈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채권ETF는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어서 주식과 같이 쉽게 매매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과거 채권ETF는 만기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만기가 있는 채권ETF가 나와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만기가 있는 채권ETF는 채권 가격 변동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서 이자 수익을 챙기는 ‘바이 앤드 홀드(buy and hold)’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같은 종류의 채권이라도 만기가 다르면 다른 채권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삼성전자 주식은 우선주와 보통주라는 두 종류밖에 없지만, 채권은 같은 국채라고 해도 2년, 3년, 5년, 10년, 20년, 30년 등 만기가 다양한 채권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만기에 따라 가격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만기가 다르면 다른 채권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채권 금리가 높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채권은 주식과 달리 성장성보다는 기업이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안정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무작정 금리가 높으냐 낮으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신용등급에 따라 적정한 금리인지가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만기가 다른 채권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때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 변동성도 커진다”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다면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정 매니저는 “다만 만기가 긴 채권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므로 절대적인 수익이 얼마나 나올 것이라고 사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단기에 절대 수익을 기대하는 채권 투자자라면 쿠폰(명목 금리)이 낮지만, (시장) 금리는 높은 채권에 투자하면 수익과 함께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방현철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