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HR)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분석하고 채용 트렌드를 전망합니다.

이력서를 접수하고 채용 공고를 나열하던 온라인 구인·구직 게시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공개채용 중심이던 채용 시장은 수시채용 체제로 빠르게 이동했고, 기업들은 학력이나 스펙보다 직무 적합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채용 과정이 세분화되고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기업과 구직자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적합한 상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HR 플랫폼의 경쟁력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공고와 이력서의 양적 확보가 주된 지표였으나, 현재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재와 기업을 정확하게 연결하는 '매칭 알고리즘'이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국내 주요 HR 플랫폼인 사람인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AX'를 사업 전면에 내세웠다. 시중의 범용 AI 모델을 단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자사가 보유한 이력서·채용공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HR에 특화된 AI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AI보다 데이터…'초개인화 채용' 구현
17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대중화로 기술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기업 간 AI 모델 자체의 차별화 난도가 높아졌다. 기업들이 비슷한 수준의 AI 엔진을 쉽게 도입할 수 있게 되며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아진 탓이다.
이는 HR 플랫폼 생태계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이력서 요약이나 면접 질문 생성 수준의 AI 서비스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엔진을 정교하게 학습시킬 '데이터 자산'의 규모와 품질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실제 채용 결과, 직무별 합격 이력서, 매칭 히스토리 등 데이터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인의 AX 전략도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년 가까이 축적한 이력서와 공고 데이터가 AI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사람인은 관련 기술 내재화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회사는 2014년 인공지능 연구 조직인 'AI 랩'을 신설했다. 현재 약 20여명 규모로 운영되는 이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비롯해 언어학, 수학, 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내부적으로는 대규모 채용 데이터를 다루는 빅데이터 분석 부문과 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AI 알고리즘 부문을 분리해 운영 중이다.
관련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사람인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연결 기준 매출액(1212억원)의 8.15%인 99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대비 9.72% 수준인 27억원을 집행했다.
투자 결과는 지식재산권(IP) 확보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인은 '기업의 구인 행동 패턴 분석을 통한 자동 공고 등록 추천 시스템', '내재적 인적성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및 장치' 등 HR 기술 관련 특허 12건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등록된 '구인기업 선호도와 구직자 선호도의 양방향 분석을 통해 구직자에게 적합한 구인공고를 추천하는 시스템 및 방법' 특허는 사람인이 고도화하는 양방향 매칭 기술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기업과 구직자의 적합도를 계산하는 매칭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AI는 다이렉트 소싱…최종 검증은 사람

사람인 측은 자사 서비스가 챗GPT나 제미나이 등 범용 AI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HR 특화 데이터 학습량을 꼽는다.
사람인 관계자는 "범용 AI가 공개 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범용 모델이라면 사람인의 AI는 수년간 축적된 채용공고와 이력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학습 데이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략은 LLM(거대언어모델)을 적용한 자연어 검색 및 서류 매칭 에이전트에 반영돼 있다. 구직자가 자연어로 구직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이력서와 공고 간 적합도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 해당 공고 지원 시 구직자의 강점과 보완점을 개별 분석해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플랫폼의 역할을 정보 나열에서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전환해 매칭 확률을 높이는 '초개인화' 전략의 일환이다.
기업 대상 채용 워크플로우 솔루션도 개편 중이다. 채용 시장이 지원자를 기다리던 '인바운드'에서 기업이 인재를 먼저 찾는 '다이렉트 소싱'으로 전환되면서 B2B 솔루션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람인은 지난해 2월 'AI 공고 코칭 서비스', 3월 '인재 추천 구독 서비스'에 이어 7월 기업용 통합 플랫폼 '사람인 채용센터'를 출시했다. 인사담당자가 공고 작성부터 지원자 선별, 인재 추천, 합격 통보 등 채용 전 과정을 하나의 솔루션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인재 평가 단계에서도 지난해 2월 'AI 모의면접', 같은해 10월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 도구인 '컬처핏'을 연달아 도입했다. 스펙을 넘어 직무 역량과 조직 적응력을 평가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한 조치다.
채용의 최종 의사결정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AI는 방대한 지원자 중 적합한 후보군을 선별해 탐색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강점이 있지만, 지원자의 정성적인 태도와 조직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인의 AX 전략도 채용 과정의 물리적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가 반복적인 1차 탐색 업무를 처리하고, 인간 면접관은 심층 검증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구조다. AI 기술과 축적된 HR 데이터가 채용 시장을 어떻게 혁신해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원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