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정태겸의 풍경](73)
길가에는 어느덧 사과가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근처를 지날 때면 으레 들렀다 가게 되는 곳이 경북 영주의 부석사다. 소백산 끝자락 부석면에 앉은 부석사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있었다. 타들어 갈 것만 같은 태양은 누그러지고 짙게 물들어가던 초록의 빛깔도 조금씩 너그러운 색채를 갖춰가고 있었다. 여름의 꽃 백일홍(배롱나무)은 마지막 꽃잎을 산들산들 흩날렸다.
이 절의 이름인 부석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나타나는 무량수전 곁에 있는 바위가 바로 그 떠 있는 돌이라고 한다. 의상을 흠모했던 여인 선묘가 용이 되어 이 자리에 사찰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상을 도왔다는 이야기. 의상을 막아섰던 무뢰배들을 선묘가 커다란 돌을 띄워(부석) 물리쳤다는 고사가 깃든 절이 부석사다. 그래서일까. 절이 참 예쁘다. 영주에 내려올 때면 잊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는 이유다. 보물찾기하듯 모르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도 부석사의 매력이다. 안양루 아래 처마의 장식이 멀리서 보면 가부좌를 튼 수없이 많은 부처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게 그중 하나다.
안양루에 올라 부석사에서만 맞이하는 풍경을 본다. 소백산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움. 부처의 세상에 올라서일까. 언제 찾아와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사진 정태겸 /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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