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5년간 자체 모뎀 칩 개발했지만 아이폰15에서 빠진 이유는?
애플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아이폰용 통신 모뎀 칩을 개발 중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모뎀 칩 마켓을 지배하는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통신용 칩 제작하려 했으나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모뎀 칩은 아이폰을 무선 통신업체에 연결하는 부품으로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지시에 따라 2018년부터 자체 칩 개발 및 제작에 나섰다. 애플은 2019년에는 이를 위해 인텔에서 스마트폰 모뎀 시스템 사업부를 인수했다.
WSJ는 애플의 전직 엔지니어와 임원을 인용해 애플이 당초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인 아이폰15 시리즈에 자체 통신용 칩을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문제로 칩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애플은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고 퀄컴과의 관계를 끊기 위해 자체 모뎀칩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의 자체 모뎀칩은 지난해 말 진행한 테스트에서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고 쉽게 과열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회로 기판은 아이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결국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칩 개발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링 팀들은 기술적인 문제, 의사소통 차질을 겪었다. 내부적으로 칩을 구매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면서 개발 속도가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발을 이끄는 총책임자 없이 미국과 해외에 있는 개별 팀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일부 매니저들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엔지니어들은 과한 목표를 세우거나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애플의 전직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은 애플 임원들이 무선 칩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어 비현실적인 개발 일정을 세웠다고 말했다.
애플의 자체 통신칩 개발이 시작된 2018년에 회사를 떠난 제이딥 라나데 전 무선 담당 이사는 “애플이 지구상에서 최고의 실리콘을 만든다고 해서 모뎀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직 퀄컴 임원 서지 윌레네거는 “이 같은 개발 지연은 애플이 모뎀칩 개발의 정교함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모뎀칩은 5세대(5G) 무선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다른 장비와 표준을 사용하는 세계 각국의 2G, 3G와 4G 네트워크와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하기 까다롭다. 반면 애플의 프로세서는 아이폰과 맥북만을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실행하면 된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통신용 칩 구매를 위해 퀄컴에 72억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자체 칩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앞서 애플은 2017년에 퀄컴의 모뎀칩 라이선스 비용이 너무 높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퀄컴도 반격에 나서며 두 회사는 법쩍 싸움에 휘말렸다. 양사는 2019년에 소송 문제를 일단락했다.
최근에는 퀄컴의 애플 모뎀 칩 공급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양사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지난 11일 애플은 아이폰용 모뎀칩을 2026년까지 최소 3년 동안 더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며 애플의 자체 칩 개발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최소 2025년 말까지 자체 칩을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터 이퀴티 리서치의 무선통신 전문가인 에드워드 스나이더 상무이사는 “애플은 퀄컴을 정말 싫어한다”며 “칩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