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직접 겪고 있는 나라의 군사 전문가들이 내리는 평가는 다릅니다.
탁상 위의 분석이 아니라, 실제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의 경험이 녹아든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가 한국의 신형 자주곡사포 K9MH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놀라웠습니다.
스웨덴의 '아처', 독일의 'RCH 155'와 같은 세계 최정상급 포병 시스템과 정면 비교하면서 "K9MH가 앞선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러시아와 4년 넘게 포 대 포로 싸워온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인정한 무기. 과연 K9MH는 어떤 무기이고, 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요?
디펜스 익스프레스, 왜 이 무기를 주목했나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MH 곡사포를 심층 분석한 보도를 냈습니다.
이 매체가 K9MH를 주목한 계기는 한화디펜스USA가 미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 사업' 시제품 제안 요청에 K9MH를 공식 제출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세계 최강 미 육군의 차세대 포병 사업 후보 목록에 한국산 무기가 이름을 올린 것이죠.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단순한 소식 전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화가 공개한 K9MH 시연 영상을 직접 분석하고, 유럽의 동급 경쟁 시스템들과 수치를 하나하나 비교하는 방식으로 보도를 전개했습니다.
4년 넘게 포병전의 현실을 몸으로 겪어온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K9MH를 해부한 것입니다.
그 결과가 한국 방산업계를 놀라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9초에 9발, 수치가 증명한 화력
디펜스 익스프레스 분석의 핵심은 발사 속도였습니다.
매체는 한화가 공개한 시연 영상을 분석한 뒤 "K9MH의 발사 간격은 약 7.5초"라고 밝혔습니다.
한 시연 사례에서는 초기 장전 시간을 제외하고 59초 남짓한 시간 동안 9발을 쏘아냈습니다.
매체는 이를 두고 "집중 사격 임무에 적합한 고속 발사 포병 시스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대 포병전에서 발사 속도는 단순한 스펙 수치가 아닙니다.
드론이 실시간으로 전장을 감시하는 환경에서 포병은 쏘는 순간부터 표적이 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포탄을 퍼붓고 즉시 자리를 이탈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복적으로 증명해온 이 냉혹한 교훈을 K9MH는 수치로 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병의 교과서 '아처'와 맞붙다
스웨덴의 아처 자주곡사포는 현대 차륜형 자주포의 기준으로 꼽히는 무기입니다.
완전 자동화된 포탑, 버튼 조작만으로 가능한 사격 체계, 압도적인 생존성을 갖춘 아처는 오랫동안 이 분야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도 "아처 시스템은 오랫동안 포병 시스템의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K9MH는 이 아처와 비교해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아처의 장전 주기는 8~9초이고 분당 8~9발의 발사 속도를 유지합니다.
K9MH의 7.5초 발사 간격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입니다. 더 나아가 정지 상태에서 첫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면 아처가 약 23초인 데 비해 K9MH는 20초로 오히려 더 빠릅니다.
포병전에서 3초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닌 것입니다. 다만 진지 이탈 시간은 아처가 약 34초, K9MH가 약 50초로 이 부분에서는 아처가 앞섰습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를 두고 "발사 속도, 생존성, 전술적 유연성 간의 지속적인 절충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독일 RCH 155도 넘어선 장전 속도
비교는 아처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독일의 RCH 155와도 K9MH를 비교했습니다.
RCH 155는 독일 라인메탈과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이 공동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로, 유럽 방산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매체의 분석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K9MH 곡사포는 장전 속도 면에서 독일의 RCH 155 시스템을 능가한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매체의 최종 평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전반적으로 K9MH 곡사포는 화력, 자동화, 기동성 간의 뛰어난 균형을 보여주며 차세대 차륜형 포병 시스템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전쟁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유럽 최정상급 무기들을 제치고 K9MH에 이런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숫자 이상의 무게를 갖는 것입니다.
앨라배마 공장과 현지화 전략, 미국 시장을 여는 열쇠
디펜스 익스프레스가 K9MH의 성능만큼이나 주목한 것은 한화의 미국 시장 공략 전략이었습니다.
매체는 "한화는 K9MH 시제기 1차 인도를 확정하고 앨라배마주에 생산 시설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제조 시설의 현지화를 통해 미국 방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한화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현지화 전략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큽니다.
미국은 방산 조달에 있어 자국 생산을 강력히 우대하는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외국산 무기라도 이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죠.
그러나 앨라배마에서 직접 K9MH를 생산한다면 사실상 미국산과 동일한 자격을 얻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의 포병 수요 급증, 미군이 새롭게 요구하는 빠르고 저렴하고 자동화된 차륜형 자주포의 조건, 그리고 실전 경험으로 검증된 K9 플랫폼의 신뢰성.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지점에 K9MH가 서 있는 것입니다.
전쟁을 가장 잘 아는 나라가 먼저 인정한 무기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