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포착한 거대 행성들의 충돌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끼리 충돌하는 극적인 순간이 포착됐다. 천문학계는 지구의 위성 달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하게 해 줄 귀중한 정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주축으로 한 국제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1만1000광년 떨어진 항성 가이아(Gaia) 20ehk 주변에서 두 행성이 충돌한 상황을 파악했다고 18일 전했다. 이번 관측 성과는 국제 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3월 호에 먼저 소개됐다.

행성 충돌은 달의 탄생 원리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이해하는 주된 단서로 꼽혀 왔다. 이런 진귀한 상황을 포착한 전례가 드문 터라 이번 성과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워싱턴대 천체물리학자 아나스타시오스 재니다키스 박사는 “여러 관측 장비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지구에서 고물자리 방향으로 약 1만1000광년 떨어진 항성 가이아 20ehk 주변에서 이상한 감광 현상을 감지했다”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밝기가 3회 극적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심한 깜빡임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지구에 테이아가 충돌해 달이 만들어졌다는 자이언트 임팩트 가설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가이아 20ehk는 태양처럼 중력과 에너지 방출이 균형을 이루면서 일정한 밝기로 수십억 년 동안 빛나는 주계열성”이라며 “다양한 관측 장비가 잡아낸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2021년 빛(가시광선)이 어두워진 순간,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이 급격히 강해진 상황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가이아 20ehk 주변의 두 행성이 나선을 그리며 가까워졌고, 서로 스치듯 반복해서 접촉한 끝에 2021년 정면충돌, 맹렬한 열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행성 간의 충돌이 우주에서 흔할지 모르나, 인류가 그 전모를 해명한 것은 큰 성과라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아래 그래프는 가이아 20ehk의 가시광선 밝기 변화(녹색과 노란색 점)를 보여준다. 항성의 밝기는 세 번 약해진 후, 전체적으로 크게 흐트러지듯이 낮아졌다. 그 아래 그래프는 적외선 밝기(분홍, 파랑, 검은색 점)를 나타내며, 가시광선이 어두워짐에 따라 적외선의 밝기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가이아 20ehk의 시기별 밝기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사진=아나스타시오스 재니다키스>

아나스타시오스 박사는 “이 현상은 약 45억 년 전 지구와 원시행성 테이아가 충돌해 달이 탄생했다는 자이언트 임팩트 가설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갓 태어난 지구에 화성 크기의 천체 테이아가 충돌, 그 충격으로 흩어진 파편이 달이 됐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공상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가이아 20ehk 주변에서 발견된 먼지구름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천문단위 1)와 거의 같다”며 “이 먼지구름이 식어 굳어지면 지구의 달과 같은 새로운 천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으로 달의 역할에도 새삼 관심이 모였다. 달과 같은 큰 위성은 주성을 소행성 충돌로부터 보호하고 조수간만의 차를 만들며,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이번과 같은 행성 충돌이 우주에서 얼마나 일어나는지 알게 되면,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행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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