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위로가 되기를 - '마이 리틀 퍼피' 이준영 대표

액션과 전략 게임의 '드림모션'이 돌연 웰시코기의 푹신한 털 뭉치를 빚어낸 건 꽤나 역설적입니다.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와 같은 날카로운 칼날을 다루던 이들이 가장 말랑한 이야기를 꺼내 들게 된 배경에는, 이준영 대표의 반려견 '봉구'와의 짧고도 애틋한 이별이 있었습니다. 창업 전부터 막연히 꿈꿔오던 기획은, 안락사를 앞둔 8살 노령견 봉구와 함께한 7개월의 시간, 그리고 이별을 겪으며 반드시 완수해야 할 그만의 '사명'이 되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슬픔으로 가장 보편적인 위로를 건네고자 했던 이 진심이 통한 덕분일까요. 최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이 게임의 엔딩을 보며 울음을 참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스팀 평가 97%,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찬사는 수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결과이자, 게임이 전한 진정성에 대한 화답입니다.

모니터 너머로 타인의 슬픔을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작은 강아지가 되어 세상을 달리는 경험은 근본적으로 다른 온도를 지닙니다. 영상 속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배경일 뿐인 강아지들의 눈에 새겨진 흉터나 다리의 상처, 그리고 냄새를 맡으며 나아가는 숨소리는 직접 패드를 쥔 모험가에게만 말을 걸어오는 '교감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이준영 대표는 조심스럽게 화면 밖 관객들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초대합니다. 결말을 알고 있다 해도, 직접 그 세계의 냄새를 쫓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는 과정 자체가 남겨진 이들에게는 진정한 치유의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봉구와 함께 달렸던 지난 개발 여정과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이준영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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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명:마이 리틀 퍼피(MY LITTLE PUPPY)
  • 개발사 : 드림모션
  • 배급사 : 드림모션, 크래프톤
  • 플랫폼 : PC(스팀), PS-닌텐도 스위치(예정)
  • 키워드 : #개 #웰시코기 #탐험 #감정적인 #풍부한스토리 #귀여운 #릴랙싱
  • 장르 : 어드벤처
▲ 드림모션 이준영 대표와 봉구
출시 직후 반응이 좋습니다.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97%)'은 물론이고요. 스트리머들이 이 게임을 하며 자신의 반려동물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시는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처음 구상할 때부터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마음이 움직일 만한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출시하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은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저희가 돈을 주고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스트리머분들이 자발적으로 방송을 해주셨거든요. 특히 일본에서 화제가 많이 돼서 '니지산지'나 '홀로라이브' 같은 대형 버튜버 기획사 쪽에서 방송 요청이 오기도 했습니다. 스팀 평가란을 보면 마치 먼저 떠난 강아지에게 보내는 '천국행 편지'처럼 되어버렸는데, 그걸 보며 저도 여러 번 울컥했습니다.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게임을 통해 잘 전달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억에 남는 스트리머 반응이 있다면요?
한국 분 중에는 '짬타수아' 님 영상이 기억에 남습니다(웃음). 원래 방송 콘셉트가 이런 쪽이 아니신데, 시작부터 울컥하시더니 스팀 평가에도 "개발자님 억만장자 돼서 노견 DLC 꼭 내달라"고 남겨주셨더라고요. 해외 쪽에서는 '비주 마이크(Biju Mike)'라는 유튜버가 인상 깊었습니다. 여성 유튜버분들은 우는 모습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남성분들은 안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게임 끝나자마자 울면서 "이 게임 너무 좋다"며 자기 강아지를 끌어안는 영상을 올려주셨는데, 그게 참 고맙고 뭉클했습니다. 또, 고양이를 키우는 스트리머(소풍왔니)가 "얘는 나를 안 기다려 줄 것 같으니 내가 찾아가야겠다"며 고양이를 껴안는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
드림모션은 원래 '액션 장인'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칼 대신 강아지의 시선을 택하셨죠. 이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대표님의 반려견, 실제 '봉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봉구를 떠나보내고 나서 이 게임을 기획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창업 전인 10년 전부터 언젠가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계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현실상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액션이나 전략 게임에 집중해야 했죠. '마이 리틀 퍼피'는 드림모션의 10년 비전을 향한 첫걸음 같은 게임입니다. 본격적인 개발은 2022년 9월부터였지만, 봉구를 입양한 2021년 12월부터 구체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가 혼자 살았기 때문에 보호소에서 입양이 잘 안될 것 같은 아이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게 봉구였어요. 8살 노령견에 한쪽 눈도 아팠고, 삐쩍 마른 상태였죠. 데려와 보니 심장사상충이 있었고, 치료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폐렴 합병증으로 7개월 만인 2022년 7월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 이준영 대표가 봉구와 산책하던 모습
초기 구상 단계에서도 주인공이 웰시코기였나요?
아닙니다. 10년 전 처음 구상할 때는 당시 인기 있는 견종을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포메라니안'으로 할까, 아니면 다른 견종으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명감이 없던 시절이라 단순히 '어떤 강아지가 게임 캐릭터로 적합할까'를 따지던 때였죠. "사람이 죽으면 개가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 자체에는 꽂혀 있었지만 구체적인 캐릭터는 정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다 봉구를 입양하고 "역시 웰시코기는 엉덩이지" 하면서, 봉구를 주인공으로 하면 이야기도 좋고 서로 알 수 있겠다 싶어 웰시코기로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사적이고 아픈 기억을 게임으로 옮기는 작업이, 개발자로서 그리고 반려인으로서 어떤 의미였을까요?
봉구를 보내고 나서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맞진 않지만 "내가 이런 게임을 만들려고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전까지는 막연한 소망이었다면, 봉구를 보낸 후에는 이 게임을 만드는 게 '사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믿고, 제가 못 해준 것들을 담아 저와 봉구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이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
보통 '무지개다리' 설화 속 강아지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 클리셰를 비틀어, 냄새를 맡고 주인을 '마중 나가는' 모험을 그립니다. 이 능동적인 설정이 남겨진 반려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유저 피드백 중에 "내가 만나러 갈 건데 왜 굳이 개가 나와서 고생하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웃음).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제가 지금 40대인데 천수를 누리고 70~80살에 간다고 치면 봉구는 저승에서 30년 넘게 저만 기다려야 하잖아요.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건 그것대로 너무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구는 분리불안이 있어서 제가 1시간만 외출해도 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기다리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봉구라면 저승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제 냄새가 나면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중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런 희망과 역동적인 이야기를 담아 스토리를 구성했습니다.
게임 내 시간 설정에 대한 유저들의 귀여운 토론도 있습니다. 주인이 천수를 누리고 올 때까지, 봉구는 저승 입구에서 50년 넘게 잠들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곳의 시간은 지상과 다르게 흐르는 걸까요?
게임 내 텍스트가 적다 보니 세계관 설명이 불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설정상 엔젤링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초반부 '강아지 천국'이 진짜 사후세계입니다.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고 시간도 영원한 행복한 곳이죠. 반면 봉구가 모험을 떠나는, 엔젤링이 회색으로 변하는 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인 '저승(림보)'입니다. 이곳은 현실 세계처럼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중간계입니다. 봉구는 사실 강아지 천국에서 편안하게 잘 쉬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었으면 아빠가 천국으로 왔겠지만, 30년 넘게 기다려온 아빠 냄새가 나니까 천국을 뛰쳐나와 위험한 저승(경계)으로 마중을 나간 거죠.
등장만으로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기와 허스키, 그리고 흑인 군인과 셰퍼드 조합이었는데요. 대사가 없는 와중에도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어떤 분들은 아기가 나와서 불편하다고도 하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세상의 다양한 죽음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삶만큼이나 죽음에도 다양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기와 허스키뿐만 아니라 흑인 군인과 셰퍼드의 경우도, 게임 내에서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지만 '군 작전 중 불의의 사고로 함께 떠난 이들'이라는 설정을 담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각자의 배경지식이나 상상력을 통해 그들의 사연을 유추하고, "그래도 사후세계에서는 그들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구나"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세계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양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도 큽니다. 엔젤링이 없고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데, 혹시 정체가 무엇인가요?
고양이는... 애초부터 이 저승 세계에 속한 생명체이자, 사실은 '사신의 다른 모습'이라는 설정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게임에 등장하는 사신 캐릭터와 고양이의 눈 색깔이 같습니다. 설정상 봉구처럼 마중 나가겠다고 탈출하는 강아지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사신들이 골치를 썩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재회의 정류장'을 만들어두고, 그곳만큼은 안전지대로 지키기 위해 사신이 가장 친근한 모습인 고양이로 변해서 머물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아무리 강아지 게임이라도 애묘인들을 위해 고양이를 차별하면 안 되니까 꼭 한 마리는 넣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저승의 묘사가 참 마음 아프면서도 따뜻했습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실험견이나 투견 등 생전에 고통받았던 아이들이 그 상처를 지닌 채로 머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계관과 연결되는데, 진짜 사후세계인 '강아지 천국'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치유되어 멀쩡하고 예쁜 모습입니다. 하지만 모험의 주무대인 '저승(중간계)'에 머무는 아이들은 아직 사후세계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생전의 상처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미련이나 할 일 때문에 기꺼이 저승에 머무는 존재들입니다. 예를 들어 챕터 2에 나오는 '서핑하는 남자와 보더콜리'의 경우, 불의의 사고로 바다에서 함께 생을 마감했다는 설정입니다. 원래는 사후세계로 가야 하지만, 둘 다 서핑을 너무 좋아했던 친구들이라 "여기가 파도도 좋고 딱이다, 우리 그냥 여기 있자" 하며 저승(경계)에 머무르는 거죠. 이처럼 각자의 사연과 행복을 위해 스스로 머무름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들개 패거리' 역시 투견, 실험견 등 인간에게 학대당한 피해자들이었다는 설정이 마음 아프기도 했는데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비극적인 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강아지들이 대중매체에서 밝고 귀여운 면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유기견이나 안락사 문제 같은 어두운 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들개 패거리'는 그런 아픔과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총체입니다. 반대로 봉구는 밝은 면을 대변하죠. 이 양극단에 있는 강아지들의 대립을 보여주고, 결국 강아지를 위해 헌신하다 죽은 수의사를 통해 이들이 치유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귀여운 게임이 아니라 강아지와 사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입체적인 이야기를요.
많은 스트리머와 유저들이 게임을 하며 오열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개발진들은 어땠나요? 개발하면서도 울었을까요?
개발을 하며 수없이 플레이하다 보니, 저는 스팀 플레이 타임이 400시간이 찍혀 있습니다. 엔딩을 수백 번 보다 보니 나중에는 조금 무덤덤해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엔딩 장면이 화면 속에 구현됐을 때는 울컥해서 울음을 꾹 삼켰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작업이 완료된 출시 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했을 때는 마음이 참 싱숭생숭했어요. 그날 집에 가서 화분장(봉구의 유골을 묻은 나무 화분)을 해둔 '봉구 나무'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아빠가 약속 지켰다"고 속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개발자 친구들도 작업하면서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게임 내에는 대사가 한 줄도 없습니다. 사람도 강아지도 호흡과 행동으로만 소통하죠. 대사를 배제한 선택이 오히려 감정의 진폭을 더 키운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나는 지금 강아지다"라는 몰입감을 주는 게 목표였습니다. 강아지가 사람 말을 언어로 알아듣거나 이단 점프를 하는 건 리얼하지 않잖아요. 강아지는 표정, 톤, 제스처로 소통하니까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대사를 없애고 짖거나 웅얼거리는 소리만 넣었습니다. 유저들이 답답해할 수 있다는 리스크는 알았지만, 그게 강아지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상황 전달을 위해 컷신 제작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UI도 미니맵 대신 냄새를 시각화해서 따라가거나, 오줌으로 길을 마킹하는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개발팀 내에서 "미니맵은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걸 넣으면 결국 그냥 게임이 된다"며 제가 반대했죠.
모델링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웰시코기뿐만 아니라 말라뮤트, 진돗개 등 다양한 견종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람 캐릭터는 많이 만들어봤지만, 네 발 달린 강아지를 리얼하게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초기에 만든 모델은 지옥에서 온 개 같았고... 불쾌한 골짜기가 심했습니다. 개발팀원들이 유튜브, 백과사전을 뒤지고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까지 가서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며 만들었습니다. 걷기, 달리기 모션만 십수 번을 다시 만들었죠. 특히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말라뮤트'는 대형견이라 동작이 크다 보니, 발가락 움직임 하나까지 어색한 게 너무 잘 보여서 웰시코기보다 더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 드림모션은 어느샌가 전 세계 1위 개 모델링 개발사가 되었을지도
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유독 애착이 갔던 강아지가 있다면요?
초반 강아지 천국에서 봉구의 탈출을 도와주는 하얀 강아지(천사 조수의 엉덩이를 깨무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이름은 '방울이'인데, 실제로 제가 봉구를 떠나보내고 입양한 유기견이 모델입니다. 원래 저희 회사 밑 고깃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취객들이 자꾸 만져서 스트레스로 입질 사고를 냈어요. 쫓겨날 상황이 되자 주인분이 저에게 입양을 부탁하셨죠. 봉구를 보낸 지 6개월밖에 안 돼서 고민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입양했습니다. 게임 속에서나마 봉구와 방울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넣었습니다.
▲ 이준영 대표와 방울이
▲ 게임에 등장하는 방울이
게임 속 봉구의 꼬리가 짧은 것(단미)을 보고 유기견 시절의 아픔을 유추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 봉구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반영하신 것 같은데요.
단미 논쟁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봉구는 입양 당시 이미 단미가 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용 목적의 단미나 단이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게임 속 봉구의 꼬리가 없는 건, 봉구가 유기견이었다는 증거이자 상실감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입니다. 실제로 한 유저분이 "왜 단미를 했냐"고 항의 메일을 보냈다가, 제 사연과 의도를 듣고는 오히려 사과하고 위로해주신 적도 있습니다. 천국인데 꼬리가 살아나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아빠가 기억하는 봉구의 모습이 꼬리 없는 모습 그대로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다 보니 '유튜브 에디션'으로 즐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결말을 다 알고 나면 구매 필요성을 못 느낄 거란 우려도 있으셨을 텐데요.
뼈아픈 부분입니다. 스트리머분들 덕분에 화제성은 높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보다 많이 낮은 상황입니다. 반복 플레이 요소가 없는 스토리 게임의 한계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직접 패드를 잡고 플레이해보면 분명 다릅니다. 제가 세계관을 잘 전달하기 위해 맵 곳곳에 배치한 디테일들, 예를 들어 수의사 근처 강아지들의 각각 다른 아픔이나 상처 같은 요소들은 직접 탐험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반은 읍소하는 심정이지만(웃음), 당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언젠가 강아지가 사무치게 보고 싶고 그리울 때가 온다면, 그때 저희 게임을 찾아주세요. 봉구는 언제나 그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판매량 때문에 DLC 계획에도 영향이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래 올해 안에 노견 스토리와 도베르만 이야기를 담은 DLC를 낼 계획이었습니다. 이미 구상은 다 끝난 상태고요. 하지만 지금 판매량으로는 DLC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잠시 보류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안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 언젠가는 꼭 만들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지금은 본편을 더 알리고 콘솔 버전 출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 개인적으론 도베르만 DLC 기원합니다
콘솔 버전 출시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PS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준비 중입니다. 일단, 콘솔 버전은 한정판 등 실물 패키지도 준비하고 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정책상 아직 유저 분들에게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잘 준비해 좋은 모습으로 선보이겠습니다.
조작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조작감은 저희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패드 플레이 시 미세한 보정이 들어가는데, 좁은 길에서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네발짐승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미숙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많은 플레이어가 곁에 있거나 먼저 떠난 반려동물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별의 상실감을 겪고 있을 분들, 그리고 게임 속에서 봉구와 함께 열심히 달리고 있을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핵심 메시지는 "만나야 할 이들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봉구를 보내고 7개월밖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었지만, 8kg였던 봉구가 떠날 때 14.5kg까지 건강하게 살찌워서 보냈다는 것, 그리고 이 게임을 통해 약속을 지켰다는 것으로 위안을 얻었습니다. 이별이 올 것을 알면서도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택한 분들은 이미 생명의 가치를 아는 분들입니다. 저희 게임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작은 위로와 희망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구조 직후의 봉구
▲ 건강하게 살이 찐 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