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도 공매도도 사상 최대…‘팔천피’ 앞두고 커지는 과열 신호

권우석 기자 2026. 5.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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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 빚투에 183조 공매도 대기자금…상승 기대·고점 불안 공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70 넘어…이란전쟁 발발 초기 이후 최고치

코스피가 8000선 돌파를 앞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곳곳에서 과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고, 동시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 자금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승 기대감과 고점 불안감이 동시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9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25조461억원, 코스닥시장 10조9524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포모(FOMO·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를 느낀 투자자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증시 랠리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36조683억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잠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경계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매도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 11일 기준 182조9675억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지난 6일 처음으로 180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대차거래는 기관투자자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거래로, 대차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주변 대기 자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 136조989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13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지난 6~7일 이틀 동안에만 약 12조원이 유입됐다.

이는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을 당시 저가 매수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에는 급락 이후 반등을 노린 자금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지수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 기대감에 추격 매수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열 우려가 더 크다는 평가다.

역대급 ‘불장’ 속 단타 매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일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0.85%로 지난달(0.59%)보다 급등했다. 지난해 평균(0.48%)과 비교하면 시장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손바뀜이 활발했다는 의미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매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수 상승만을 근거로 시장 전반을 낙관하기보다는 상승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기 매매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뿐 아니라 거래비용도 누적돼 투자 수익률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다시 치솟고 있다. 전날 VKOSPI는 종가 70.14를 기록하며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 변동성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 특징이 있다. 다만 최근처럼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VKOSPI가 오르는 것은 단기 급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가 불과 5거래일 만에 18.5% 급등할 정도로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 자체가 부담 요인”이라며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 급락 같은 변동성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도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 변동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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