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입구컷?" 인종차별 하던 유럽 명품관, 한국인에게만 VIP 대우를?

파리 명품가에 번진 한국어, 루이비통이 움직였다

2023년 5월 파리 한강 잠수교에서 열린 루이비통 프리폴 컬렉션 패션쇼는 현지 패션계를 술렁이게 만들었습니다. 피에트로 베카리 CEO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 서울에서 첫 프리폴 쇼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구찌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펼쳤고, 샤넬은 연내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유럽 명품 업계가 일본과 중국 사이 끼어 있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을 무시하던 거만함은 사라졌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한다"고 보도했습니다. 2022년 기준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을 압도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매장 문턱이 낮아진 배경, 숫자가 말합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 명품 소비액은 16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5,100만 인구 국가가 14억 중국보다 1인당 소비에서 6배 높은 수치를 기록한 셈입니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는 지난해 2분기 한국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2배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르티에의 리치먼드 그룹도 한국 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으며, 프라다는 중국 봉쇄정책으로 7% 감소한 매출을 한국 등 강한 상승세가 상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샤넬은 2022년만 4차례 가격을 인상했지만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해 1조5,913억 원이라는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일본인은 왜 밀렸나, 구매력 격차가 벌어졌다

일본과 한국의 명품 소비 패턴을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합니다. 한국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2022년 전년 대비 37% 증가한 234대를 기록했지만, 인구가 2배 많은 일본은 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벤츠와 벤틀리 등 명품 차량 소비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유럽 명품 매장 관계자들은 "한국인 고객은 재방문율이 높고 구매 결정이 빠르다"며 "일본인 고객보다 객단가가 2030% 높은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명품 소비가 활발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2030대 비중이 일본에서는 30% 수준인 반면 한국은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프랭탕부터 라파예트까지, 한국어 간판이 걸렸다

파리 오스만 대로의 프랭탕 백화점은 2024년 유럽 백화점 최초로 카카오페이 결제를 도입했습니다. 프랑스 관광청과 협력해 한국인 고객에게 5% 할인 쿠폰과 최대 16% 택스리펀 혜택을 제공하며,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라발레 빌리지 아울렛은 한국인 전용 VIP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라파예트는 명품관 '라 메종'에 VIP 쇼핑 라운지를 신설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한국어 전문 쇼핑 도우미가 배치돼 있어 언어 장벽 없이 쇼핑이 가능합니다. 몽테뉴 거리의 디올 본점과 포부르 생토노레의 에르메스 매장도 한국인 고객을 위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백화점 VIP 기준 상향, 한국인 소비력이 바꿨다

국내 백화점들도 VIP 기준을 잇달아 상향 조정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5년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하며 연간 1억2,00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최상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레드 등급도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블랙 등급은 1,000만 원으로 통합 상향됐습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조를 따랐습니다. VIP 고객이 점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대비 2024년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런

소비 양극화 속에서 상위 소득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맞춤형 서비스와 독점 제품 경험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스몰 럭셔리가 이끈 저변 확대, MZ가 주도했다

2024년 국내 명품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스몰 럭셔리'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명품 브랜드 제품군을 뜻하는 용어로, 주얼리와 시계, 뷰티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초혼 연령 상승과 혼인 건수 증가로 고가 예물 수요가 늘어났고, 차별화된 자기 표현 수단으로 명품 액세서리가 부상했습니다.

2024년 국내 명품 주얼리·시계 시장 규모는 3조6,885억 원에서 4조4,467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중고 명품 시장도 2025년까지 3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Z세대는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리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명품 구매가 보편화, 플랫폼 전쟁 시작

컬리는 2022년 11월 '뷰티컬리'를 론칭해 백화점 입점 브랜드 30%를 포함한 1,0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카카오톡은 2023년 6월 '선물하기 LUX'를 도입해 200여 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켰으며, 쿠팡은 2024년 10월 'R.LUX'로 독립적인 럭셔리 버티컬 서비스를 개편했습니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단독 제품과 전문 요원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차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시그니처 패키지와 니치 향수 라인업 강화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통해 체험과 접점을 확대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합니다.

물질주의와 과시 욕구, 사회문화적 배경도 작동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명품 소비 성향을 '과시 소비의 일환'으로 분석합니다. 사회적 지위를 높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명품을 선택하다 보니 경제적 능력을 웃도는 소비가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론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경기 침체 속 생겨난 보상심리가 과시욕과 결합하면서 일반 소비자도 상류층 유사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SNS 이용률이 높은 한국 특성상 명품을 통한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며, 한국인의 소비가 다른 나라보다 외모와 경제적 성공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초개인화 VIP 마케팅, 충성도가 수익 지켜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명품 업계가 수익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은 초개인화 VIP 마케팅입니다.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들은 VIP 고객 전용 공간, 멤버십 서비스, 맞춤형 상품 경험 등 차별화된 호스피탈리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샤넬은 국내 첫 단독 매장을, 롤렉스는 7층 규모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리뉴얼을 통해 최대 규모 VIP 전용 공간을 선보였습니다. 개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초개인화 전략이 VIP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며 명품 시장 안정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재편, 한국이 새 중심축 됐다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2021년 2,942억 달러에서 2025년 약 3,947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국 시장은 2022년 19조6,908억 원에서 2024년 21조8,150억 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며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이 매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IMARC Group은 한국 명품 시장이 2024년 55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 4.7%를 전망했습니다. 고소득 소비자층 증가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수요 증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며,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명품에 대한 관심도 시장 확대에 기여합니다.

한국·일본 명품 소비 비교

유럽 명품 업계의 한국 러브콜은 숫자로 증명된 소비력에서 비롯됐습니다.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 수준임에도 명품 지출은 오히려 높다는 점에서 과소비 논란이 있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한국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 문턱이 높았던 파리와 밀라노의 명품 매장이 이제는 한국인을 VIP로 모시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