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명상하면 안 되나요?" 보수 교회가 금기시한 명상 수행하는 크리스천들
'외치는 기도' 아닌 '듣는 기도'로 임재 경험
"명상, 기도·묵상과 다르지 않아"
"교회 다니는데 명상해도 되나요?"
"명상하면 마음을 비우게 되는데, 그럼 귀신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요?"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명상에 대한 크리스천들의 질문에는 늘 이런 불안과 경계심이 따라붙는다. 명상은 불교·힌두교 수행이고, 개신교인에게는 금기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명(冥)이라는 한자가 저승을 뜻한다고 해서 사용 자체를 터부시하기도 한다. 보수 교회 목회자들이 '명복(冥福)'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수 개신교 일각에서는 오랫동안 명상을 불교 수행이나 힌두교 전통과 동일시해 왔다. 특히 통성기도와 방언 등 '소리 내' 간구하라고 가르쳐 온 한국교회 정서에서는 오랜 교회 전통인 '관상기도'조차 이단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2011년 개신교 명상의 일종인 관상기도가 불건전한 신비주의, 종교다원주의, 이교적 영향이 혼합되어 있어 복음의 순수성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며 "어떠한 교류도 삼가며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같은 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도 관상기도가 가톨릭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고 보편 종교적 영성을 추구한다며 금지했다.

오래된 개신교 명상 전통, 관상기도 |
발제를 맡은 영인(활동명)은 명상을 "내 안에 빈자리를 만들어 그곳에 하나님을 초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상기도를 수행해 온 그는 "관상기도란, 말과 생각 또는 우리 안에 고착돼 있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넘어서서 하나님 안에 고요히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이나 생각을 멈추고, 깊은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현존에 마음을 여는 것, 존재로서 하나님과 일치하는 것이다.
지금의 교회에서는 묵상이나 단식(금식)기도가 더 익숙하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수도원이나 교회에서 관상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교제해 왔다. 영인은 "일반 교회에서는 그 전통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뿌리인 그리스도 교회에는 향심 기도, 예수 기도,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같은 관상기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신교의 명상과 불교·힌두교의 명상에 차이가 있다면, 불교·힌두교에서는 거울 닦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내 안의 신성을 자력에 의해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창문을 여는 것이라고 한다. 창문을 통해 신의 은총, 하나님의 은혜가 들어오는 것이다. 관상기도를 수동적 기도, 기다림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명상 통해 경험한 위로와 치유 |
영인은 소위 '교회 인싸 라이프'를 살아온 사람이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 어렸을 때부터 반주자, 찬양팀, 해외 선교, 제자 훈련 등 교회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두루 섭렵했다. 그러나 20대에 접어들며 신앙의 메마름을 겪었다. 기도가 나오지 않았고, 이전에 신앙생활을 하며 느끼던 기쁨도 사라졌다. 교회가 낯설어지자 청어람ARMC·기독연구원느헤미야 같은 교회 밖 공동체에서 공부를 이어 갔다. 그러던 중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이 펴낸 <침묵 수업>을 통해 관상기도를 접했다.
영인은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하나님의 현존과 활동에 늘 깨어 있으면서 전인격적으로 응답하는 것, 존재로서 하나님과 일치하는 '관상적 태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샬렘영성훈련원에서 진행하는 향심기도, 침묵 피정 등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했다.

참가자들 "말하는 기도보다 듣는 기도 필요해" |
"하나님 안에 있는 자유롭고 고요한 내면의 깊은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하나님이 계신 열린 원천으로 들어갑니다.
하나님을 향한 단순한 열망으로 기도합니다.
길고 느린 호흡을 몇 차례 반복합니다. (중략)
하나님의 넓은 현존 가운데,
정화하시고 치유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속에 조용히 머뭅니다.
아무런 바람도 없이 그저 하나님의 품에 쉽니다."



이날 참가자들은 명상이 신앙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기독교인들은 듣는 기도보다는 말하는 기도를 한다. 그래서 명상이나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이 힘들다. 그러나 고요함 속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상 교육을 진행한다는 참가자는 "교육을 하러 가면 '종교적인 이유로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교회는 명상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크다. 오히려 종교적이 아니라 영적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은 명상에 대한 포용력·수용력이 높은데, 기복 신앙에 의지하는 개신교인들은 틀과 형식에 더 갇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교 단체에서 활동하며 명상 기획을 하고 있다는 참가자는 "기독교 전통에도 묵상, 단식·금식과 같은 수행이 존재한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요가적인 맥락에서 명상을 한다고 하면 '나를 우상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이런 사람들이 편하게 나올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다. 일반 명상은 신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만, 기독교 명상은 하나님의 존재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하나님의 존재하심,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느끼면서 하나님과 편안하게 동행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걸 충분히 해 줘야 하는데 막아 버리는 게 아쉽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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