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방송 조롱...너무 부끄럽다" KBS 박민 사장 '불신임' 99%

노지민, 정민경 기자 2024. 9. 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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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0일간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낙하산 사장에 엄중한 평가"
KBS, 시사교양국 폐지 강행...이사회는 속전속결 '사장 공모' 추진까지

[미디어오늘 노지민, 정민경 기자]

▲지난해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98.75% 불신임. 박민 KBS 사장이 구성원들로부터 받아든 성적표다. 이 와중에 박민 사장 체제 KBS는 구성원 반발 속에 철회했던 시사교양국 폐지 등 골자의 직제개편안을 다시 KBS 이사회에 '긴급안건'으로 제출해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KBS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4~9일 박민 사장 신임 투표에 참여한 98.75%가 박 사장을 '불신임'했다고 밝혔다. 전체 투표권자 2028명 중 82.59%(1675명)가 참여한 투표에서 박 사장 '신임'은 21명, 1.03%에 그쳤다.

KBS 다수 노조 조합원 99%, 박민 사장 '불신임' '연임 반대'

박민 사장 연임에 대해서도 99%가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이 가운데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률은 93.7%에 이른다. '동의한다'(0.8%), '매우 동의한다'(0.2%) 등 긍정 평가는 1%에 불과했다. 지난해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 중인 박 사장은 올해 12월9일로 임기가 끝나는데, 연임에 도전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4~9일 진행해 9일 공개한 박민 사장 '신임' 투표 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4~9일 진행해 9일 공개한 박민 사장 '연임' 관련 투표 결과.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해도 급격히 악화한 여론을 보여준다. KBS본부는 “1월 조사와 이번 신임 투표를 비교해보면 회사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는 평가가 20%p 이상 증가했다. 부정 평가 전체로 볼 때도 13%p 이상 늘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구성원들이 지난 300일간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낙하산 박민 사장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내린 것”이라 설명했다.

박 사장 취임 후 가장 심각한 문제(복수응답)로는 '수신료 분리 고지에 대한 대응 부실'(1561명)에 이어 '뉴스 및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영향력 하락'(1446명), '편향적이고 무능력한 인물의 보직 기용'(1187명),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폐지, 기적의 시작 편성 등 제작자율성 침해'(1180명) 등이 꼽혔다. '구성원 동의 없는 직급체계 및 조직 개편 추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 응답자도 1022명에 달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4~9일 진행해 9일 공개한 투표 및 설문 결과 가운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발생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복수응답).

KBS 사측, 사내 반발 거센 직제개편안 재추진 속도전

'직급체계 및 조직 개편'은 시사교양국을 폐지해 PD들이 제작해온 시사프로그램을 기자 중심 보도 조직에 이관하고, 매체 특성에 따라 분류돼있던 기술 조직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는 직제개편안을 말한다. 이에 KBS본부 외에도 KBS노동조합, KBS같이(가치)노조 등 사내 노동조합과 관련 직군 협회 등이 공동 집회를 열며 반대해왔다.

KBS 사측이 직제개편안 강행 의사를 내비치면서 박 사장에 대한 내부 비판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12기 이사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직제개편안을 철회했던 사측은, 여야 구도가 7대4로 재편된 13기 이사진의 임시이사회 이틀 전인 9일 직제개편안을 '긴급안건'으로 다시 제출했다. 앞선 이사회엔 회의 7일 전 '주요안건'으로 제출했던 것을 더 빠르게 처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KBS 이사회 안에서도 “KBS 조직 전체를 크게 흔드는 조직개편안이야말로 '주요하고 주요한' 안건으로 이사회에 7일 전에 부의 요청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회사 쪽의 긴급안건 제출은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정재권 이사)는 비판이 나온다.

▲ 2024년 7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같이노조, KBS 기술인협회와 PD협회 등 200여명이 조직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윤석열 눈에 잘 보이기만 하면 되나” “부끄러워 눈 감고 싶다”

박 사장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눈에 잘 보이기만 하면 되나. KBS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다” “최소한 현장에서 얼굴은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시라” “일본방송이라고 조롱당하는 꼬라지가 현 KBS” “너무 부끄러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다” …. KBS본부가 9일 노보를 통해 전한 조합원들의 의견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낙하산 박민 사장은 이번 신임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제라도 지난 10개월 동안 자신이 벌인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며 “생계형 사장이라 사퇴가 힘들다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회사 망치는 짓을 중단하고 조용히 임기나 채워라. 연임 같은 얼토당토 않은 꿈은 꾸지도 말라”고 요구했다. KBS 사측은 10일 현재까지 박 사장 신임 투표 결과 및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출신 KBS 이사장, 法 임명 효력 판단 전 '사장 공모' 추진

한편 임명 효력이 법원에 달린 KBS 13기 이사회에선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차기 사장 공모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박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박 사장 선임 당시에도 이사장이었던 서기석 이사장은 '사장 임명 제청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이달 25일까지 관련 일정, 모집 공고안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안건으로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 서 이사장은 앞서 야권 이사들이 불참한 이사회에서 여권 이사들에 의해 호선됐다.

전임 야권 이사들이 제기한 13기 KBS 이사 임명 효력 정지 신청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재판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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