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첫 금고 운영기관 선정 과정에서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전망이다. 광주은행은 NH농협은행과 별도 법인인 지역농협 점포 수가 평가항목에 반영된 것은 부당하다며 본안 소송을 예고했다. 이번 금고 지정 결과 자체는 수용하되 향후 공개경쟁 과정에서 같은 기준이 반복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일선 광주은행장은 광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지정 과정의 평가항목 문제를 지적했다. 정 행장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은 법인체가 다른데 지역농협 점포 수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은행이 문제 삼는 지점은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 산정 방식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근 광주·전남 합동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제1금고 운영기관에 농협은행을, 제2금고 운영기관에 광주은행을 선정했다. 당시 심의위원 11명은 표결을 거쳐 지역농협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을 평가항목에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결과는 7대4였다.
광주은행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이 별도 법인인 만큼 지역농협 점포 수와 수납 실적을 농협은행의 금고 운영 역량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거 유사 판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순천시 금고 지정 과정에서 지역농협 점포를 농협은행 점포 실적으로 반영한 것을 두고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광주은행은 이 결정이 향후 금고 경쟁의 유불리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기준 광주·전남 지역 점포 수는 광주은행 126곳, 농협은행 93곳이다. 여기에 지역농협 점포 580곳이 더해지면 농협 측 점포망은 광주은행을 크게 웃돈다. 지역농협 점포 포함 여부에 따라 접근성 평가와 수납 실적 평가에서 양측의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구조다.
광주은행은 이번 금고 지정 효력을 멈추는 가처분 신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제1금고와 제2금고 선정 결과를 뒤집기보다 향후 금고 지정 기준을 법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고 지정 결과를 중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지역농협 점포 수 등이 포함되는 부당함을 막기 위한 법적 절차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은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각각 제1금고와 제2금고를 운영한다. 다만 2027년 1월 이후 금고 운영기관은 하반기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평가항목에 지역농협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고 운영기관 선정은 단순한 지역 금융기관 경쟁을 넘어 대규모 지방자금 관리권을 둘러싼 문제다. 2026년 기준 광주시 예산은 8조1000억원, 전남도 예산은 12조7000억원으로 합산 20조8000억원 규모다. 통합 특별시 출범 이후에는 정부가 4년간 매년 5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한 만큼 내년도 예산 규모는 25조원 안팎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은행 입장에서는 통합 특별시 금고 경쟁에서 지역 대표은행의 지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은행은 전국 단위 영업망과 농협 계열 네트워크를 앞세울 수 있다. 반면 광주은행은 지역 기반 금융회사라는 정체성과 기존 영업 관계를 강점으로 내세워야 한다. 평가항목에 지역농협 점포망이 포함되면 광주은행은 출발선부터 불리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 특별시 금고는 예산 규모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지역 금융회사와 전국 단위 금융회사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자리"라며 "지역농협 점포 수를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할 수 있는지가 하반기 금고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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