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 엄마의 손끝에서 시작된 혁신

국내 육아용품·의류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은 전 세계적인 저출생 추세에 당당히 역행한다. 2017년 설립 이래 연평균 매출 성장률 10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매출액은 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에 앞서 뛰어난 제품력으로 무장한 결과다. 전 세계 11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코니바이에린의 성장 비결을 알아봤다. 임이랑 대표의 비법을 고스란히 전한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엄마로서 경험한 고민과 불편함을 창업 아이디어로 승화했다. 최영재 기자

국내 출생아 수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43만6400명이던 출생아 수는 2023년 약 23만 명으로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감소세를 이어온 결과다.

그런데 국내 육아용품·의류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이하 코니)은 2017년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연간 매출 하락’이란 성적표를 받아보지 못했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107%로, 지난해에는 매출액 502억원을 기록했다.

저출생 시대에 코니의 가파른 성장세는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창업 초기부터 미국,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이랑 코니 대표는 “최근 5년간 60%를 웃도는 해외 매출 비중을 꾸준히 유지해왔다”며 “출생아 수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처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나라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7.7% 줄어, 미국(-2.0%), 일본(-5.6%), 중국(-5.7%)보다 감소 폭이 훨씬 컸다. 현재 코니는 11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코니의 주력 제품은 일체형 슬링 아기띠 ‘코니아기띠’다.

천을 어깨에 걸쳐 아기를 감싸듯 착용하는 슬링 아기띠는 착용이 간편하고 안정적으로 아기를 안을 수 있어 신생아와 부모 간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평이다.

하지만 기존 슬링 아기띠 제품은 착용 시 불편함과 불안정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아기띠의 불편함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며 “불편함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일체형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 코니아기띠는 육아 중인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육아용품 시장에 빠르게 확산됐다.

해외 판로 개척에 성공한 코니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턱받이와 신생아 의류, 유아 의류 등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시장에 선보이며 매출 호조세를 이어갔다.

이제 국내 아기띠 스타트업이란 명칭은 코니의 정체성과 규모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글로벌 육아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난 코니는 지난해 매출액 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액 800억원을 내다본다.

임 대표는 “올 상반기 매출을 고려할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며 “매출 증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저출생 현상에 역행하는 코니의 저력을 알아보고자 지난 6월 서울 옥수동 코니 사무실(코니하우스)을 찾았다.

‘코니’ 브랜드 마스코트인 펭귄 인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임 대표는 “산후조리원에서 모유수유를 하던 중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을 다시 보게 됐다”며 “혹독한 환경에 꿋꿋이 맞서며 새끼를 돌보는 수컷 펭귄이 신기하면서도 울림이 깊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수컷 펭귄은 알이 얼음 바닥에 닿지 않도록 발등과 뱃살 사이에 알을 품어요. 그 자세를 부화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유지하는 거죠. 새끼가 태어나도 수컷 펭귄의 고군분투는 멈추지 않습니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먹이를 배 속에 저장해뒀다가 새끼가 소화하기 쉬운 상태가 되면 먹이를 토해내 새끼에게 먹여요. 놀랍고도 감동적인 펭귄의 내리사랑이 코니의 진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안목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코니의 미션은 ‘부모로서의 삶을 더 쉽고, 멋지게’다.

임 대표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마냥 기쁘고 설레는 일이 아니다”라며 “낯설고 막막한 육아 여정이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코니가 전 세계 수많은 부모를 돕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낯설고 막막한 육아 여정’이란 표현은 임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아기 안는 법을 유튜브에서 배웠다”는 임 대표는 고된 육아로 목 디스크까지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세상은 부모로서의 삶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나만큼은 갓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사려 깊게 육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코니가 아기띠에 이어 턱받이, 풋워머, 속싸개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이유다.

코니는 부모의 ‘멋’도 놓치지 않았다.

코니아기띠는 여러 컬러와 사이즈, 소재 등으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가장 많은 품을 들였다. 육아 중이란 이유로 부모가 멋을 포기한다면 동시에 ‘나다움’도 놓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코니아기띠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휩쓸 정도로 세련된 아기띠 디자인을 선보였다. 2021년 4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부문 대상과 최고 혁신 제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그해 6월에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이후 2023년 미국의 IDEA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코니의 고속 성장 비결을 묻자 임 대표는 “제품이 전부”라고 단언했다. 특별한 마케팅 전략 없이 제품력으로 승부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여러 제품 중 코니를 택한 고객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제품력에 공을 들인다”며 “그래야 고객이 코니를 다시 찾거나 주변 지인에게 코니를 소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10명 중 6명이 1년 안에 제품을 재구매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한 번의 요행을 바라지 않아요. 특별한 마케팅 수단으로 매출이 반짝 상승하는 건 장기적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고객이 ‘코니 사길 잘했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평상시에 열심히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어야 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고객이 주변 사람들에게 코니를 추천할 때 떳떳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안목과 취향을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랍니다.”

아무리 제품력이 탁월해도 불만은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전 세계 부모를 상대로 하는 코니는 고객의 쓴소리 관리가 쉽지 않을 법도 하다.

이에 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눈 감고 팔을 휘젓는 것과 비슷하다”며 “현지인의 삶을 모르는 상황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니가 상담 문의와 사용 후기, 소셜미디어 댓글, 요청 사항 등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수집해 제품 개선에 적극 반영하는 이유다.

임 대표는 “코니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온 후기는 모두 한국어로 번역해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모든 제품은 고객의 목소리에서 시작됩니다. 실제로 고객 피드백 덕분에 신제품이 출시된 경우가 많아요. 아기 침받이를 따로 찾는 분도 많았는데 앞뒤 구분 없이 돌려 쓸 수 있는 ‘코니턱받이’를 선보였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아기띠 사이즈 조절이 안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어요. 그래서 코니아기띠의 심플함과 착용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이즈 컨트롤 기능을 더한 ‘코니아기띠 FLEX’를 만들었습니다.”

슬링 아기띠로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코니는 곧바로 제품 다각화에 착수했다.

육아용품부터 신생아·유아 의류, 부모 의류까지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마련했다. 육아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군 덕분에 고객의 구매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그중 코니아기띠 다음으로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은 제품이 바로 코니턱받이다.

임 대표는 “얇지만 습기를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소재를 써서 침받이 용도로 탁월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품 다각화 과정은 최대 난제 중 하나였다. 육아용품보다 의류산업에 침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는 임 대표의 고백이 이어졌다.

그는 “육아용품이 중심인 회사가 의류로 확대하려니 이해도와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의류업은 전 세계의 생산기지와 물류시스템 등이 광범위하게 엮여 있는 산업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출신 전문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코니는 또 다른 난제에 봉착했다고 한다.

“구성원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조직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등 생각할 과제들이 산처럼 쌓였고요. 어떠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지, 인재 영입을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등 심도 있는 고민이 연속적으로 밀려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공동창업자인 남편과 함께 ‘답이 없네, 답이 없어. 끝이 없네, 끝이 없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어넘겼어요.”

임 대표는 “코니바이에린이 갓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사려 깊은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새로운 퀘스트를 깨는 여정이 바로 인생

국내 소셜커머스 기업에서 6년간 마케터로 일했던 임 대표가 창업에 도전한 데는 남편 김동현 이사의 응원과 독려가 있었다.

임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히 대단한기업가가 되겠다는 크나큰 포부로 창업하진 않았다”며 “‘일단 가볍게 시작해보자. 망할 거면 빨리 망하자’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말했다.
직장인에서 창업가, 9년 차 경영인으로 변신하며 정체성의 혼란이 오진 않았을까.

“직장인 시절엔 적어도 일이 끝나면 마무리됐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 대표에게 업무는 끝이 없더군요. 당연히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번데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려면 기나긴 번데기 시절을 인내해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저도 ‘성장하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간 임이랑으로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등을 자문하면서 번데기 시절을 보냈습니다. 기업경영이든 인생이든, 단계마다 새로운 퀘스트(도전과제)를 깨는 여정인 것 같아요.”

임 대표는 현재 당면한 퀘스트로 ‘조직문화의 명문화’와 ‘조직 운영의 체계화’를 꼽았다. 대표 한 사람이 구성원 90여 명을 이끌고 만기친람하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코니는 내년 상반기까지 구성원을 120명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조직 전반에 속속들이 녹아들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임 대표는 “스포츠 팀에서 플레이어가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듯 이 대표의 역할이 유독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조직 문화와 운영 방식을 구체적인 언어로 명시하면 새로운 인재가 빠르게 적응하고 현재 조직문화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코니의 조직문화는 상당히 목표지향적이다. 임 대표는 코니 구성원의 공통점으로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한 사람들”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성도 높게 수행하려는 책임감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재택근무방식을 채택한 상황에서 구성원의 탁월한 성과를 기대하는 임 대표의 경영 철학이 궁금했다. 그는 “코니 구성원이 성취감으로 똘똘 뭉친 이유는 바로 ‘자율성’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는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성실함을 크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잘하거든요. 아무리 출근을 열심히 해도 일하는 속도나 능력이 출중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자율성이 높을수록 일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하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상당히 아낄 수 있어요. 그 에너지를 일하는 데 쏟으면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러면서 임 대표는 “매해 조직의 힘, 조직의 영향력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니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라며 “각 팀이 제때 올바른 고민을 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낸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코니를 둘러싼 인수합병 유혹도 적지 않다. 임 대표는 “그럴 계획은 없다. 코니가 한 기업으로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더불어 나 역시 코니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표가 잘나서 코니가 거듭 성장한 게 아닙니다. 뛰어난 구성원과 함께 좋은 결정을 한 덕분이죠. 저는 계속 이렇게 경영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요. 누군가는 지나치게 막연하고 아름다운 목표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철학이 가장 ‘나답다’라고 생각해요. 코니 구성원도 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다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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