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과 오색찬란한 네온사인, 그 뒤에 숨어있는 평화로운 바다 풍경까지. 특유의 분위기로 전 세계 영화인을 사로잡았던 홍콩 영화 속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소호
홍콩 중심부 센트럴Central에 위치한 소호는 골목을 가득 채운 네온사인과 상점의 활기찬 분위기로 홍콩 분위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소다. ‘사우스 오브 할리우드 로드South of Hollywood Road에서 유래한 소호는 좁은 거리에 아트 갤러리와 부티크 상점을 비롯해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가 즐비해 있어 현대적인 세련미와 문화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지역으로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힙’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중경삼림’의 아이코닉한 장면 속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한 피크 트램, 란콰이퐁, 타이쿤 등 홍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관광명소와 인접해 있으며 홍콩 전통 딤섬부터 트랜디한 퓨전 레스토랑까지 역동적인 미식 현장을 자랑한다. 특히, 소호 벽화거리는 이색적이고도 아름다운 소호의 분위기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홍콩 여행 인증숏 성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세계 최장의 옥외 에스컬레이터.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상징성이 깊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홍콩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약 800m의 길이에 걸쳐 20개의 에스컬레이터와 3개의 무빙워크로 이뤄져 있다. 센트럴, 소호 등 다이닝 및 나이트라이프 중심지부터 문화 예술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타이쿤을 이어줘 현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평소에는 상행으로 운영되며, 통행량이 몰리는 출근시간인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는 센트럴 방면으로 하행 운행된다. 에스컬레이터의 양 측면은 홍콩의 빌딩 숲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이 펼쳐져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에스컬레이터 구간 끝에는 양쪽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어 마음에 드는 거리를 따라 탐방 후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모험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에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상행 운행하는 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이후에 방문하면 왕페이가 양조위의 집을 훔쳐보는 ‘중경삼림’의 명장면을 재현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모건 프리먼과 크리스천 베일이 대화를 나누던 장소 역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중간 지점이다.
란콰이퐁
센트럴 중심부에 자리한 란콰이퐁은 다양한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어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현대식 고층 건물들 사이로 전통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 골목골목에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선보이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어 식사와 함께 술 한 잔을 즐기기 좋다. 캄캄한 밤에 방문하면 깜빡이는 네온사인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전 세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마치 도시의 심장에 있는 듯하다. 홍콩 나이트라이프의 대표적인 스폿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와인 바부터 현지인과 어우러져 젤리 샷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펍까지 90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바가 자리하고 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인 오후 3~4시부터 저녁 7~8시 사이에 방문하면 해피아워Happy Hour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캐슬로드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예스러운 돌담길과 터널이 펼쳐지는 곳. 늘 북적이는 미드레벨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소박하고 매혹적인 스폿으로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센트럴과 미드레벨을 잇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종점에서 도보 5분 정도의 거리로 ‘아비정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거리처럼 보이는 캐슬로드는 영화 ‘아비정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거리이자 유덕화가 장만옥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은 곳으로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다. ‘아비정전’ 촬영 당시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어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같지만, 영화의 장면에 그대로 들어간 듯한 마법의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이중적인 매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캐슬로드로 향하는 길은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과 현대 도시의 영향이 공존해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엿볼 수 있으며 구석구석 부티크와 카페가 숨겨져 있어 찾아가는 매력이 있다. 단,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차도가 나오니 주의해야 한다.
틴하우 사원
틴하우 사원은 홍콩의 활기찬 도심 속 고요한 오아시스이자 문화의 보고이다. 홍콩은 특정한 국교 없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만큼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종교 시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틴하우 사원은 바다의 여신 틴하우를 기리는 도교 사원으로, 예로부터 바다로 둘러싸인 홍콩의 특성상 거친 바다와 태풍에 노출된 뱃사람들과 가족들이 건강과 안전을 비는 곳이었다. 지금도 행운을 기원하는 홍콩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신화 속 동물로 장식된 화려한 지붕과 내부를 장식하는 섬세한 도자기 조각상까지 정교한 디테일에 집중해 관람해 보자. 내부를 가득 채운 향냄새와 속삭이는 사람들의 소리는 오감적인 경험까지 제공한다. 틴하우 사원은 야우마테이, 코즈웨이 베이, 용슈완 등 홍콩 전역에 위치해 있으며 동양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어 관광객도 즐겨 찾는 명소다. ‘영웅본색 1’의 촬영지인 조스 하우스 베이Joss House Bay 틴하우 사원은 1266년경에 지어졌으며 홍콩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유서 깊은 사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룡 섬 근처 ‘신계’ 지역의 퉁룽차우Tung Lung Chau 등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남중국해의 탁 트인 전경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오디오 스페이스
오디오 스페이스는 다양한 종류의 앰프, 스피커 및 오디오 장치 등 음향 전자기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무간도 1’에서 양조위와 유덕화가 처음 만나 음악을 들은 장소로 유명하다. 매장 내에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함께 앉았던 자리가 가게 한편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많은 팬이 찾기도 했다. 현재는 산포콩San Po Kong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무간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디오 스페이스가 오랫동안 자리해 왔던 삼수이포의 압리우 스트리트Apliu Street 덕분이다. 압리우 스트리트에는 각종 전자제품과 부속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어 레트로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압리우 스트리트가 위치한 삼수이포는 각종 로컬 식당, 식재료와 중고 물품을 파는 재래시장, 그리고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 전통 상가가 있는데, 최근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 빈티지 숍 등 힙한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해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네이던 로드
몽콕Mong Kok과 침사추이Tsim Sha Tsui를 관통하는 네이던 로드는 홍콩을 대표하는 번화가이자 쇼핑거리다. 해외 브랜드 매장부터 홍콩 장인들의 소품 숍까지 다양한 쇼핑몰과 상점, 레스토랑, 바, 호텔 등이 들어서 있어 낮에는 쇼핑 명소, 밤에는 홍콩 특유의 매력을 볼 수 있다. 24시간 내내 꺼지지 않는 불빛들로 ‘골든 마일Golden Miles’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화려한 네온사인과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침사추이 스타 페리 정류장에서 홍콩의 명물인 이층 버스를 타면 여유롭게 네이던 로드의 현란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네이던 로드는 화려하고도 활기가 넘치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영화 ‘첨밀밀’, ‘무간도’, ‘중경삼림’ 등 여러 홍콩 영화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중경삼림’의 임청하가 금발 머리를 하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던 청킹맨션Chungking Mansion 역시 네이던 로드 인근에 있다.
하버 그랜드 구룡
하버 그랜드 구룡은 침사추이 왐포아 가든에 위치해 홍콩 섬과 구룡반도의 아름다운 주경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5성급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에 바다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갖추며 하버뷰 객실을 품고 있다. 레스토랑을 비롯한 부대시설에서 역시 빅토리아 항구의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로맨틱하고 럭셔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스타의 거리와 침사추이 산책로 등 주변 관광 명소와의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많은 이들이 영화 ‘도둑들’의 명장면으로 꼽는 엔딩 장면의 배경이 된 야외 수영장은 21층에 위치해 시시각각 변하는 빅토리아 항구를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건너편의 홍콩섬이 한눈에 담기는 숨져긴 하버뷰 명소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장국영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성월동화’ 역시 이곳에서 촬영됐다.
빅웨이브 비치
빅 웨이브 비치는 홍콩의 남쪽에 위치하며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홍콩의 여느 해변과 달리 큰 파도가 많아 홍콩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빅웨이브 비치는 홍콩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인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의 마지막 지점이기도 하다. 트레킹이 마무리되는 순간에 맞춰 해수욕과 수상 레저를 즐기며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쉽게 오갈 수 있으며,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여기에 다양한 로컬 음식점과 카페까지, 1년 내내 관광객으로 붐빌 수밖에 없는 홍콩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 ‘영웅본색’의 대표 주제가이자 장국영이 직접 부른 ‘당년정’의 공식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이며, 여전히 80년대의 감성과 풍경이 남아 있다. 모래사장 위에 자리한 바위 뒤쪽으로 산이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다.
더베란다
더 베란다는 홍콩의 대표 호텔 중 하나인 페닌슐라 호텔이 운영하는 럭셔리 레스토랑이다. 홍콩에서 손에 꼽히는 부촌이자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리펄스 베이Repulse Bay에 위치해 있으며 화려한 외관과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오래된 영화에 나올 법한 천장 선풍기와 화분에 심어진 야자수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여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특히 클래식한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데, 창가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면 예약은 필수다. 홍콩 첩보 영화 ‘색, 계’에서 양조위와 탕웨이가 첫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로 등장해 영화 팬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황후상 광장
홍콩 섬 센트럴 금융지구에 우뚝 솟은 고층 빌딩과 분주한 거리로 둘러싸인 시민 공원으로 ‘동상 광장’으로도 불린다. 영국 식민지 시절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한가운데 세워져 ‘황후상 광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HSBC 초대 은행장 토마스 잭슨Thomas Jackson의 동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홍콩 입법부 건물 앞에 위치한 센트럴의 유일한 녹지대로 도심 속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황후상 광장은 홍콩의 역사적인 랜드마크이자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많은 홍콩 영화와 드라마에 시각적인 매력을 더해주었다. 대표적으로 홍콩 누아르 영화의 매력이 가득한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등장하는 첫 장면이 있다. 이 밖에도 ‘신정무문 2’, ‘살파랑’ 등 여러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해 홍콩 영화의 팬들에겐 친숙한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