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두쫀쿠, 이제 맛없지 않나요?
남편과 산책을 하다 사람들이 웬 작은 가게 앞에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이 가게가 우리가 모르는 맛집이었나 보다’ 하며 품목을 보니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 줄이었다. 작은 동네의 변두리에 위치한 쿠키집을 지나치며 그간 여기서 장사가 되려나 걱정했었는데 쿠키집의 존재감이 이렇게 커지다니 괜히 내가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두쫀쿠의 유행을 실감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쉽게 사다 먹을 수 있는 것인 줄 알고 우리도 다음에 먹어보자는 무색한 말을 했다.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난 두쫀쿠의 열기는 뜨거웠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도 사람들은 두쫀쿠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셰프는 두쫀쿠 대신 ‘안쫀쿠’를 만들었다며 딸에게 혼났고, 두쫀쿠를 몰래 먹다 걸려서 불화를 겪고 있는 가정이 늘었다는 기사까지 났다. 비싼 카다이프 대신 소면을 넣어 만든 가짜 두쫀쿠가 판을 치는 한편, 역으로 두바이에서 ‘코리안 쫀득 쿠키’라는 이름으로 두쫀쿠가 팔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열광하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줄을 설 엄두는 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예약 주문해 우리도 맛을 봤다. 사실 카다이프도 피스타치오도 내겐 익히 아는 맛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그런데 두쫀쿠는 그 예상을 처참히 깼다. 쓴맛을 단맛으로 덮은 이상한 맛이었다. 가짜를 산 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며칠 뒤 남편의 지인이 회사에 사 온 것도 똑같은 맛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아마 질이 좋지 않은 피스타치오가 문제인 듯하다. 튀르키예에서 먹던 피스타치오를 떠올려보면 피스타치오에서는 쓴맛이 나지 않는다. 덜 익은 아몬드라면 모를까 이렇게 떫은 맛은 피스타치오일 수 없다. 동생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를 먼저 의심하던 우리는 서로의 소신 발언에 조금 편안해졌다. 까다로운 입맛을 두고 남편은 ‘역시 오스만의 후예들’이라며 장난을 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의 만남이 이럴 수는 없었다. 두쫀쿠의 유행이 조금씩 꺾이고 있는 이 틈을 타 소심한 소신 발언을 하려 한다. 광적인 유행 앞에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가 조금 편안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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