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기업 집단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OB맥주를 중심으로 소비재 사업을 운영했지만 이후 중공업 분야로 사업을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었으며 회사 내부에 이를 전담하는 조직도 구성했다. 이로 인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수행했던 인물들은 단순히 곳간지기 역할을 넘어 전략가의 위치에서 그룹의 사업 방향을 진두지휘했다.
두산은 공식적으로는 1933년 12월 설립된 기업이다. 다만 창업주 박승직이 창업한 해를 기준으로 보면 1896년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 이전까지 OB맥주 등 소비재 중심의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19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룹 전반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소비재 산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두산그룹은 기업 쇄신을 꾀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경영진단을 의뢰했고 OB맥주를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을 수정해야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오너 3세 중 둘째인 박용오는 소비재 산업을 버릴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고 셋째 박용성, 막내 박용만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박용성과 박용만이 박용오를 회장 자리에서 퇴출시키는 ‘형제의 난’이 일어났다.
두산그룹이 현재의 중공업 산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두산의 M&A 역사가 시작된다. 2001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며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미쓰이밥콕, 두산밥캣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두산그룹이 M&A를 통해 급격히 성장함과 동시에 CFO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은 CEO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CFO가 이를 보좌하는 구조다. 그러나 과거부터 두산은 CFO에게 의사결정과 경영계획, 기획 등 권한을 부여했다. 재무적인 지식과 전략가의 지식을 겸비 한 인재가 필요에 따라서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M&A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도 두산 주요 계열사의 CFO 대부분이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회사의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이뤄진 적극적인 M&A의 중심에는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이 있었다. 전략기획본부 산하 CFP팀은 계열사 및 외부에서 영입한 10여명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그룹의 핵심 M&A를 담당했으며 팀원들의 수첩에는 인수 대상 리스트와 분석이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또 M&A의 사전준비는 물론 현금확보 등 자금조달 방안까지 마련해 성공적인 거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CFP팀을 거쳐간 인물들을 살펴보면 두산의 요직을 차지해왔다. 또 당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CFP팀에 대해 “내가 가장 아끼는 조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산이 M&A를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주요 재무 담당자로는 총 5명이 손꼽힌다. 타임라인 순으로 이재경 전 ㈜두산 부회장, 이상훈 전 ㈜두산 총괄기획(사장), 최형희 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겸 CFO,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겸 CFO,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 겸 파이낸스 총괄 등이 CFO로 재직했다.
㈜두산 CFO들은 CFP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이재경 전 부회장은 전략기획본부 CFO,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을 거치며 CFP팀을 총괄했다. 그는 195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동산토선(현 두산건설)로 입사하며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특히 한국중공업 M&A를 지휘하며 두산그룹을 현재의 중공업 기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일조한 전문 경영인이다.
외부 출신으로는 이상훈 전 ㈜두산 총괄기획 사장과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겸 CFO가 있다. 이상훈 전 사장은 맥킨지에서 2004년 ㈜두산 부사장으로, 박상현 대표는 Gemmy work Partner로 일하다 2004년 ㈜두산 전략기획본부 CFP팀 부장으로 합류했다. 이밖에도 두산그룹은 맥킨지 인사들을 포함해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최형희 전 대표와 김민철 CFO는 내부 출신이다. 최형희 전 대표는 강원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두산에 입사했다. 이후 두산중공업 담수기획 상무와 CFO(전무)를 거쳐 2012년 ㈜두산 지주부문 관리부문장(CFO)으로 합류했다. 2013년 ㈜두산 재무부문 부사장을 거쳐 2015년 말부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8년부터 2020년 말까지는 두산중공업 CFO와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김민철 CFO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두산에 입사했다. 2006년 말 ㈜두산 경영관리 상무, 2011년 두산 사업부문 전무를 거쳐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에 올라섰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두산의 대표이사 및 지주부문 Finance총괄 CFO를 맡고 있다.
역대 두산의 재무라인은 내부 출신 재무통과 CFP팀의 합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전 부회장이 M&A와 재무를 총괄했으며 외국계 컨설팅 회사, 회계법인 등에서 인사들을 영입하며 CFP팀을 중심으로 M&A를 진행했다. ㈜두산의 내부 인사들도 그간의 협업 경험으로 노하우를 쌓았다. 이 때문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또 과거 M&A의 역사를 넘어 이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그룹사 전반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현직인 김민철 CFO는 내부 출신 정통 재무통으로 현재 약 6년간 ㈜두산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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