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체중 문제, 함께 묶어서 다뤄야

- 정신건강과 대사 건강, 모두 개인의 문제로만은 볼 수 없어
- 각 개인이 처한 현실을 중점으로 ‘맞춤형 접근’ 필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먹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급격하게 가라앉는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우울증과 체중 사이에 분명한 관련이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울증은 정신건강 문제를 대표한다. 20~30대 젊은층에서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체중 문제 또한 수많은 대사질환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성인 비만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역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현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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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문제? 환경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어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정신의학 및 약리학 교수인 로저 매킨타이어 박사는 “체중 증가와 우울증이 사회적, 환경적,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낸 사람, 또는 현재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있는 사람은 우울증과 함께 비만이 될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주위 환경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주위에 편의점이 있으면 좀 더 멀리 있는 마트 대신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들이 많기 때문에, 건강과 거리가 먼 식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원리로, 가까운 곳에 백반집이 있는 경우와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느 쪽이 더 건강한 식사를 할 가능성이 높을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정신건강 문제와 체중 문제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돼

우울증과 체중 증가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즉, 우울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 정신과 교수인 로드리고 만수르 박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고전적인 질문과 같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우울증도 없고 체중도 정상인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우울증에 걸려 운동할 의욕을 잃게 되고, 또 더 많이 먹게 되므로 체중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체중이 증가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느끼며 우울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만수르 박사는 “분명 개인적인 문제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이는 실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타난 현상만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까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보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내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등 체중에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다. 소득 문제나 유전적인 체질 문제 등이 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을 탓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각각의 문제가 단순화할 수 없다면, 두 가지를 엮어서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울증의 핵심 요인을 놓치지 말 것

우울증과 체중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고 했을 때,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체중 문제에 비하면 우울증이 더 복잡한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울증이 올바르게 다뤄지지 않는다면 체중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관심과 즐거움의 상실’이다.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고, 애써 그것을 하더라도 재미나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게 되면 어떨까? 미각적 즐거움(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될 수 있다. 우울증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원리로 더 강한 수준의 쾌감이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보다 아슬아슬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단순화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의 경우, 자신이 스스로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라고 생각한 나머지 식사를 거부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는 급격한 수준의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상황에 따른 접근이 가장 중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울증이라는 증상이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똑같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더라도, 그 증상도, 원인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치료 방법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미국 메릴랜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프린스 박사는 “우울증은 정말로 개인화된 증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그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함께 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경우, 이 둘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프린스 박사의 의견이다.

매킨타이어 박사는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먼저 ‘잠을 잘 자고 있는지’를 묻는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잠을 잘 못 자는 상황이라면, 그는 필요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과 체중 문제를 치료하는 데 ‘은총과 같은 해결책’은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개인마다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증거 중심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매킨타이어 박사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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