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송 '하루에 세끼' 영농조합법인 대표
“식사 하셨나요? 우리농업법인의 대표 가공식품인 흑미차라고 하는데 이거 한잔 드세요.”
진도 지산면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하루에 세끼’ 채기송 명인은 검은 빛깔의 따뜻한 차를 건넸다. 둥둥 떠다니는 콘플레이크 덕분에 맛은 누룽지보다 한층 더 구수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줬다.
2009 대한민국 최고기술농업명인(식량부문)’으로 선정된 채기송 하루에세끼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만나자마자 자신과 두 아들이 생산하는 흑미로 만든 차를 내왔다. 채 명인은 바쁜 도시인들이 가공식품으로나마 간편하게 끼니를 챙길 수 있도록 ‘흑미차’를 개발했다.
채 명인이 건강한 흑미를 이용해 개발한 식사대용 흑미차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까지 줄이려는 전략이 주효한 것.
◆무(無)에서 다(多) 이뤘다
채 대표는 농사를 시작한지 40여년 된 베테랑 농업인이다. 진도군 지산면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간척지 땅에서 벼농사를 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농사기술마저 부족한 초보 농사꾼이였던 탓에 한때는 가난의 연속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주로 재배하는 작물은 검은쌀 '흑미'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했지만 영양분이 풍부한 검은 쌀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의서 '본초강목'에 따르면 흑미는 ‘사람의 눈을 밝게 하고 빈혈 예방이나 노화방지에 탁월’해 중국 황실에서 즐겨 먹은 식량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체내 불필요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안토시아닌과 치매 예방에 좋은 감마오리자놀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흑미를 과감하게 재배한 도전정신과 기술 습득의 노력 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이 시너지(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명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를 아는 이들은 그의 외모는 영낙없이 순박한 시골 아저씨 모습이지만 그는 항상 세상의 변화를 읽고 실천하려는 괴짜였고, 지금은 남보다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가진 신지식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 명인도 한 때는 흰 쌀 농사를 주로 짓던 평범한 농부였다. 하지만 세상을 꼼꼼히 지켜보다 소비자들이 소비성향이 단순히 배 부르기 위한 식사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앞으로 성장성이 유망할 것 같은 작물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찾아낸 작물이 건강에 좋은 흑미였다.
이렇게 흑미 재배를 시작한지 어느덧 30여년이 흘렀다. 현재 그는 같은 면적의 논에서 흰 쌀 농사를 짓는 이들보다 두배쯤 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가공과 직거래, 환상의 케미
그는 현재 5만여 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 대농으로 자리잡았다. 두 아들도 농사도 잘만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며 자발적으로 농부를 직업으로 택했다. 지금 채 명인은 두아들과 힘을 합해 최고의 흑미를 생산하고 있다.
투입 없이는 산출이 없다는 명언처럼 투자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육묘장, 저온 저장고, 실온 창고, 농산물 직판장까지 생산부터 판매까지 필요한 모든 시설을 운영 중이다. 직판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우체국과 Qook 쇼핑과 같은 대형 오픈마켓도 뚤었다.
채 명인은 “중간 유통망을 배제하면 좀 더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쌀을 공급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자와의 직거래 매장을 갖췄고, 온라인 쇼핑에 빠진 소비자들을 위해 오픈마켓도 뚫었다"고 말했다.
다른 농부들보다는 훨씬 앞서 나갔지만 여전히 그의 성에는 차지 않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채 명인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서 무척 탈피하고 싶었는데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때마침 가공을 담당하던 둘째 아들이 흑미를 분말로 만든 것이 도화선이 됐다. 뭔가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채 명인은 위생시설과 가공·포장 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 결과 지금의 효자 상품인 흑미차가 탄생하게 됐다. 채 명인은 "흑미차는 쇼핑몰과 직거래 등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했다.
채 명인은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점을 고려해 1인분씩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도 접목했다. 소비자는 흑미차가 소포장이어서 안남겨도 된다는 편의성과 합리성에 손을 들어줬다. 흑미차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채 명인은 농촌진흥청과 쌀 초콜릿을 공동개발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명인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4년 주곡부문으로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됐다. 2007년 농림부 지정 신지식인장 219호, 그리고 ‘2009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식량부문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다른이들로부터 내 노력을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값지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두 아들도 농업을 천직으로 삼았다. 모두 후계영농승계자다. 이들은 직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대도시를 돌며 행사를 열기도하고, 그 덕에 지난 2010년에는 광주도시철도공사와 1사 1촌 자매결연을 맺고 농사철 일손돕기 봉사활동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등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은 첫째 아들은 새로운 농업기술을 활용한 농사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래서 드론 조종사 자격증도 땄다.
채 명장은 “두 아들과 함께 농업를 지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고품질의 곡류를 생산하고, 다양하고 실용적인 가공식품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또 “도·농 교류 활성화를 통해 지역 홍보, 지역 이미지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 생생비즈(https://www.livebiz.today/news/articleView.html?idxno=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