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음식, 잘 ‘소화’시키고 있나요?

-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오히려 ‘독’이 된다
- 잘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잘 소화시키는 것까지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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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인간의 근본이다. 신체가 제 기능을 유지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제공하며, 각 기관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잘 먹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이유다.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음식은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쳐 체내로 흡수돼야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 중에는 서로 소화, 흡수가 잘 이루어지도록 촉진하는 관계에 있는 것들도 있다.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은 무용지물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챙겨먹는 음식이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렇기에 우리는 음식의 섭취 뿐만 아니라 ‘소화와 흡수’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흔히 겪는 소화불량 같은 문제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음식 속 영양소 함량과 흡수율

5대 영양소라며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섭취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그 영양소들이 제대로 소화, 흡수되는 것까지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어떤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영양 정보에 적혀 있는 그 수치가 100% 몸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체내환경은 제각각이다. 개인의 유전적 요인, 건강 상태, 나이, 성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며, 이에 따라 영양소 흡수율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특정 영양소 흡수율이 낮아 결핍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고, 같은 음식을 먹는데 조리 방식이나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흡수율이 다른 경우도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권장 섭취량’을 채우기 위해 실제로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양은 철저하게 ‘개인화’되어야 한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독’

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음식은 무용지물일까? 글쎄,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하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그냥 소화기관을 거쳐서 배출될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음식을 먹은 후 소화를 거쳐 배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장내 환경을 염두에 두고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충남대학교 화학과 이계호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까지만 신경을 쓰고, 이게 몸속에서 소화가 되냐 안 되느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위와 소장을 거치며 소화, 흡수되지 않은 음식물은 대장으로 넘어가 배출될 준비를 한다. 이때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 노출된 채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48시간까지 머물게 된다. 부패가 이루어지기 딱 좋은 환경이다.

이계호 명예교수에 의하면, 현미를 비롯해 건강한 먹거리로 꼽히는 음식은 많지만, 이들이 제대로 소화, 흡수되지 않으면 모두 ‘독’이 된다. 흡수되지 못한 음식물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대장으로 넘어가게 되고, 여기서 부패하며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대장에서 부패하며 '독'이 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얼마나 잘 소화시키는지가 관건

따라서 ‘얼마나 잘 먹는지’에 더해 ‘얼마나 잘 소화시키는지’까지 고려해야만 비로소 건강이라는 목표를 완성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먹어도 건강 이상을 자주 겪는다면, 소화 계통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양소들은 서로 다른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은 침샘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제(Amylase)’에 의해 분해되며, 단백질은 위에서 분비되는 ‘펩신(Pepsin)’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트립신(Trypsin)’에 의해 분해된다. 지방은 췌장에서 나오는 ‘리파제(Lipase)’에 의해 분해된다.

이들 소화 효소 중 어느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영양소 흡수 및 활용에 문제가 생긴다. 선천적인 문제가 없는 한,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소화 효소의 기능이 약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습관’의 문제다.

불규칙하고 영양 균형이 맞춰지지 않은 식습관을 오래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부족한 영양소의 분해, 흡수를 담당하는 소화 효소가 덜 생산되거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영양소를 다시 보충하게 되더라도 제 기능이 회복되기까지 소화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원활한 소화, 흡수를 위한 습관

소화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따라 우리 건강은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 섭취를 권장하는 것도, 영양소 파괴가 덜하고 흡수율이 높은 조리 방법이 널리 전파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또한, 소화에 도움이 되는 습관과 해가 되는 습관을 구분해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음식을 급하게 먹는 습관은 충분히 씹지 않은 채 음식을 삼키게 하므로 소화에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기 전 과도한 음식을 먹게 돼, 소화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사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아무때나 배고플 때 뭔가를 먹는 습관도 소화 효소의 분비 리듬을 해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한편, 평소 충분한 물을 마심으로써 소화 효소의 작용을 도울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장 움직임을 촉진하고 소화기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식사는 전반적으로 천천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식사 후에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소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뿜어낸 독은 몸을 망친다. 밥 먹는 시간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자리잡으면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식사는 삶의 기반이라는 걸 기억하자.

각각의 소화효소가 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식습관을 점검하자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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