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지프 뺨치는 오프로더..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인제=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내연기관의 황혼기가 도래한 오늘날. 낭만이 가득하다 못해 ‘치사량’을 초과한 ‘정통 4X4 SUV’ 그레나디어가 샛별처럼 등장했다. 오프로드부터 도심지역까지, 일상 주행은 물론이며 장거리 운행 시에도 독보적인 부드러운 승차감을 뽐내는 점은 꽤 독보적이다.

다만, 차량의 목적성을 감안하더라도 조향 방식을 향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그런데도, 그레나디어의 상품성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분야별 명품이라 불리는 올린즈사의 서스펜션, 브렘보사의 브레이크 등 값비싼 ‘써드 파티’ 부품을 대거 장착한 덕분이다. 아울러 외관 디자인도 아이코닉한 만큼, 국내 자동차 시장의 ‘이단아’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에 충분하다.

■ 6기통의 부드러운 ‘필링’ ..디젤 못지않은 강력한 ‘토크’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그레나디어는 민첩했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여타 브랜드의 차량 대비, 가장 고급스러운 파워트레인 필링이라고 자부한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BMW가 40i 트림에 주로 장착하던 6기통 가솔린 엔진 ‘B58’을 장착한 덕분이다. 여기에 ZF사의 8단 트랜스미션까지 탑재한 만큼, 내구성과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이미 ‘보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제원을 살펴보면 배기량 3000cc 6기통 가솔린 엔진과 ZF사의 8단 미션의 찰떡같은 궁합 덕분에 최고 출력은 286마력, 최대 토크는 45.9kgf.m를 발휘한다. 다만 그레나디어의 지향점에 맞춰 튠업 과정이 이뤄진 만큼, 발진 성능 대신 ‘토크’ 위주의 세팅이 이뤄졌다. 디젤 차량을 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저회전 구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가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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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랜스미션의 로직도 BMW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내리막길의 경우 RPM이 3000을 넘겨도 엔진 브레이크를 위해 기어를 변경하지 않으며, 평상시에는 ‘저회전’ 구간에서 변속이 이뤄진다. 따라서 일상 주행 시의 RPM은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최대 회전수는 낮다.

아울러 가파른 경사를 올라갈 때면, 엔진의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정도가 생각보다 큰 편이다. 이는 감성을 위한 요인으로 치환될 수 있겠지만,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불쾌한 진동은 대변할 수 없겠다. 불규칙한 상황에서 이따금 느껴지는 만큼, 제조사가 ‘의도’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승차감, 아쉬운 조향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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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다. SUV의 절대 강자 ‘랜드로버’와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우선 세부적인 평가에 앞서, 잠시 차체의 특성과 서스펜션의 특징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그레나디어는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방식을 채택했다. 하중 지지 능력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견인 능력이 뛰어나다. 이 같은 장점은 양날의 검이 돼, 단단함을 넘어선 딱딱한 승차감, 무거운 공차중량으로 인해 운동 성능이 둔해진다. 이러한 탓에, 주로 상용차와 픽업트럭, 오프로더 SUV에 채택된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하지만 그레나디어는 달랐다. 프레임 바디 차량은 대중적인 승차감을 연출할 수 없다는 ‘편견’을 타파해 냈다. 곡선구간에서 피칭과 롤링, 요잉 등의 불쾌한 움직임은 철저히 배재하며 세련된 거동을 보이면서도 요철 구간과 험지, 임야 도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강철 섹션의 두께가 최대 3.5mm에 달하며, 사이드 러너와 락 슬라이더와 같은 액세서리를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대 견인 능력은 3.5톤, 최대 2035리터의 적재 공간을 자랑한다. 아울러 E-코트 처리를 해 내부 캐비티 왁스 도포 및 파우더 코팅 작업을 마쳐 부식될 염려가 없다. 이에 이네오스 측은 차체의 부식에 한해 12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전·후륜 서스펜션은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 타입이 채택됐으며, 아이박의 스프링이 장착됐다. 5링크 구조가 적용됐고, 585mm 이상의 움직임에서도 접지력을 유지한다. 전·후륜 제동장치는 디스크 타입이다. 브렘보사의 제품이 장착돼 중량 3.5톤의 트레일러를 연결해도 문제없이 제동이 가능하다.

완벽할 것만 같았던 그레나디어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스티어링이다.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의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적용됐는데, 유격이 커 적응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이는 그레나디어 정체성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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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나디어는 지프 랭글러처럼 극한의 오프로드 성향을 지양하면서도, 도심형 SUV들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표방하지도 않는다. 사막과 임야, 산, 물웅덩이를 주파해 내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연출해 대륙횡단도 문제없는 차량을 제작하는 것이 브랜드의 지향점이자 특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의 스티어링 채택은 의문으로 남는다. 짧은 일상 주행에서 큰 문제는 없지만, 돌발 상황 시 차를 조향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직관적이긴 하지만, 급격한 조작 시 보타가 필히 요구되는 탓이다. 이는 곧 운전자의 피로감으로 직결되고, 장거리 운행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제조사 측은 “적응이 되면 스티어링휠의 중심점을 찾아내 여타 차들처럼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로 위에서 핸들을 좌우로 돌려가며 핸들에 적응하고 싶어 하는 소유주들이 몇이나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

■ “나 보다 잘생긴 차 있으면 나와봐!”..멋있는 외관, 세련된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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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사이즈는 전장 4895mm, 전폭 1930mm, 전고 2035mm, 축거 2922mm다. 큼지막한 덩치에도 매서운 인상까지 더해져,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안성 맞춤이다. 박스형 SUV의 절대 강자 벤츠의 ’G바겐‘보다도 잘생겼다고 자부한다. 사실 이정도 완성도의 디자인이면, 평가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 역햑을 위해 ’곡선‘을 잔뜩 품은 차량들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스형 SUV‘가 출시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외관 디자인은 합격점이다.

그러면서도 차체의 외장에 범프 스트립을 장착해, 각종 적재물을 장착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네오스에서 판매 중인 공식 액세서리만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 써드파티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활용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특히 후면부의 경우, 스플릿 도어를 장착한 덕분에 활용성이 매우 뛰어나다.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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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SUV임에도 불구하고 실내가 세련됐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비행기의 콕핏을 연상케 하는 조작부가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울러,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인성과 직관성, 반응도 합격점이다. 주행 속도부터 체결된 기어 단수, 기울기와 조향각도, 현재 좌표와 고도까지 표시되는 만큼 사막 한가운데에서 조난을 당할 일은 극히 드물다.

다만 2스포크의 핸들은 운전의 몰입도를 저해한다. 특히 오프로드 주행 시에 핸들이 얼마나 조향 됐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구조적 특성상 핸들의 피드백도 느려, 단순히 ’직감‘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탓이다. 차라리 3스포크 디자인을 채택했다면, 어땠겠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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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고급 세단보다 뛰어난 착좌감을 선사한다. 레카로(Recaro) 시트가 장착된 만큼 장거리 주행 시에도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기자가 타본 차량 중 시트만큼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가죽의 소재도 고급스러웠다. 다만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 총평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그레나디어의 상품성은 뛰어나다.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으며, 수요가 공급을 추월한 상황이다. 지프의 랭글러가 1억원에 육박하는 시대인 만큼, 그레나디어의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승차감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는 브랜드의 지독한 고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둔한 조향 장치부터 2스포크 핸들, 선바이저의 거울 부재 등 사소한 부분만 개선되는 등의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곁들여진다면,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완성차 업계의 콧대를 누를 수 있는 차량이 분명하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그레나디어는 기본형 트림 기준 1억 990만원부터 시작되며, 주력 판매 트림인 트레일 마스터와 필드 마스터는 1억 2990만원부터 시작된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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