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TC본더' 경쟁 격화…한미반도체, 업계 1위 굳힐까

한미반도체 TC 본더 /사진 제공=한미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국내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존 장비의 정밀도를 향상하는 가운데 ,시장 선두인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장비를 앞세워 1위 입지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양산할 16단 HBM4에 차세대 제조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기존 공법을 병행 사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HBM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때 삼성전자는 열압착(TC)-비전도성접착필름(NCF) 방식을,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우(MR)-몰디드언더필(MUF) 기술을 적용한다.

두 기술은 소재와 접합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제한된 높이에 더 많은 칩을 쌓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수다. 기존에는 위아래로 칩을 붙이기 위한 별도의 연결부가 필요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면 칩과 칩이 직접 연결되며 간격이 크게 줄어들고 정보의 이동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하지만 아직 HBM을 위한 하이브리드 본딩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고 원가와 생산성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 공법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6단을 넘어 20단 이상에서도 어드밴스드 MR-MUF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단 HBM3E부터 적용된 어드밴스드 MR-MUF는 열 특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사의 TC-NCF를 앞선다고 평가된다.

권종오 SK하이닉스 패키지(PKG)개발 팀장은 지난 5일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향후 16단까지 어드밴스드 MR-MUF를 주로 사용하고, 20단 이상에서는 피치와 처리 문제로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MR-MUF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병행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소재와 장비의 고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결정에 따라 고성능 HBM에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고, 이밖에 제품에는 원가 문제로 기존 공법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기존 TC본딩을 활용하는 비중이 향후 몇 년간은 높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용 본더 시장은 선두인 한미반도체를 필두로 다양한 업체가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도레이와 신카와가 삼성전자의 공급망에 참여하고, SK하이닉스에는 한미반도체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ASMPT가 장비를 납품한다. 최근에는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에 TC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를 공급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베시는 현재 월 15대 수준인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두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의 첨단 패키징뿐만 아니라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HBM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리처드 블릭만 베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당사의 장비는 2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본드 패드 피치를 위해 설계된 만큼 훨씬 정밀하다"며 "10μm 이하 피치에도 대응할 수 있어 하이브리드 본딩 수준에도 근접했다"고 말했다.

ASMPT는 지난 10월 SK하이닉스로부터 HBM3E 제조를 위한 대규모 TC본더 주문을 수주했다. 회사 측은 SK하이닉스의 주문이 확정되기 전 미리 생산을 시작하는 등 납기를 맞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ASMPT 역시 베시와 마찬가지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생산능력을 2배로 확장할 계획이다.

로빈 제라드 응 체 타 ASMPT CEO는 지난달 실적설명회에서 "우리 TC본더는 10μm 이하의 칩 간격을 충족할 수 있고, NCF와 MUF를 포함한 다양한 공정을 처리하는 유연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에 장비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ASMPT의 급격한 장비 수주와 더불어, 회사의 납품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최종 결렬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여전히 장비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경쟁사의 공세에도 한미반도체의 선두 지위는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높다고 분석된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85억원, 99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68%, 영업이익은 3324% 급증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에서 수주한 장비의 초도 물량이 지난 6월 출하되며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한미반도체는 내년까지 연간 420대의 TC본더 생산 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TC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딩이 병행 사용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에 버금가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장비를 앞세워 대응에 나선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가 HBM용 TC본더를 독점적으로 대규모 수주해 온 경험을 감안하면, 점유율 1위 업체로서 우선 공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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