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는 원래 아침에 슛케이엔 보고 히로시마성을 갈 생각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슛케이엔 개장 시간을 안 보고 가서 애들 등교하는 거나 봤음.
결국은 성부터 보기로 하고 아침을 먹으러 이동했다.
아침은 스키야 신메뉴로 먹어봤다.
베이컨 앤 에그 세트 메뉴였는데, 옆에 나온 고기반찬을 밥에 엎어서 비벼먹으면 그게 규동이지.
오히려 규동에 사이드 시키는 것보다 나았다고 생각함.
밥을 먹고서는 성으로 이동.
원래 계획대로 성을 보고 슛케이엔을 가려 했으면 뒷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왔어야 했지만, 우리는 그걸 몰랐지.
정문으로 들어가버렸다.
물고기의 사이즈에 감탄하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성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천수각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옆에 있는 호국신사로 갔더니, 인도계로 보이는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사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지만 안타깝게도 알코올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오리가 꽤나 많았고, 빵을 뿌리는 할배가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뒷문 옆의 전시관에 있던 샤치호코 복제품.
성의 뒷문으로 나와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슛케이엔에서 멀어진 우리는 일정을 3일차로 미뤄버리기로 결정했고, 남쪽으로 걸어 원폭돔에 다시 갔다.
전날도 그렇지만 여기는 견학 온 일본 학생들이 정말 많았고 서양인 관광객들도 늘 많았음.
평화의 불꽃에서 그 각도로 사진도 찍었는데, 이때 여기랑 평화기념박물관 주변에 어째서인지 방송국이 두 팀 와서 촬영중이었다.
갤 바이럴 돈카츠집은 11시 반에 열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버린 우리는 무지성으로 걷다가 해결책을 발견했다.
나고야 최고 아웃풋
일본에 갈 때마다 코메다를 갔지만, 막상 여기서 커피를 시켜먹은 적은 처음이었다.
맨날 모닝이랑 카츠산도만 사먹었지.
친구는 제리코를 마셨는데 의외로 좋아했다, 나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코메다에서 11시까지 커피를 마시다가 키쿠야 입갤.
우리가 만석을 만들었다.
사진은 나올 때 찍은 거였는데, 없던 줄이 생긴 걸 보니 괜히 기분이 더 좋아졌다.
특 로스카츠를 시켰는데, 진짜 와.
고기가 입안에서 분리되는 게 느껴졌다.
꼭 가셈.
여담으로 그 골목 초입에 있는 라멘집도 나올 때 보니 줄이 생겨있던데, 그곳도 궁금해졌다.
밥을 먹고 나서는 오후 2시에 예약된 사쿠라오 증류소 투어에 앞서 시간이 좀 남았기에 미스도 들어가서 폰데링을 사먹었다.
이후는 전차 타고 하쓰카이치 역으로 향함.
전차역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부둣가에 증류소가 나온다.
게이트 옆의 작은 트레일러는 경비 초소인 듯.
우리는 영어 투어를 신청했기에 오후 2시에 시작되었다.
그룹 인원은 우리 포함해서 한국인 5명, 영국인 4명, 일본인 2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고 보니 히로시마 시내에서도 그렇고 영국인이 진짜 많이 보였다.
투어는 총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그 중 첫 번째 파트를 담당하는 증류기 옆의 방이었다.
여기서 증류소 광고 영상을 틀어주고, 진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진열해두었다.
사진 맨 오른쪽의 피처는 몰트 발효시킨 액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영상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익숙하면서도 눅진한 냄새가 화악 느껴졌는데, 처음에는 진 냄새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날 피트를 입힌 스피릿을 증류하는 날이라서 피트 향이 나던 거였다.
굉장히 기분 좋아지는 냄새였다.
이후 2번째 파트는 몰트 및 그레인을 창고에 보관하고 분쇄하고 발효하는 창고에서 있었는데, 그곳은 촬영 금지였다.
영국인 중 한 명이 몰트 및 보리의 원산지에 대해 질문했고 가이드는 그에 대해 상세하게 대답을 했는데,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증류소 투어의 3번째이자 마지막 파트는 위스키 숙성고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서는 숙성 장소의 이원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곳은 이 사쿠라오 증류소 숙성 창고였고 다른 곳은 산에 있는 버려진 JR 철도 터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천장에 달린 프로젝터로 미야노시카 바이럴 영상을 바닥과 벽에 틀어줬다.
투어가 끝나면 30분간 시음 시간이 펼쳐진다.
인당 3잔씩 마시게 해주는데, 종류가 워낙 많아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나와 친구는 서로 돌려마셨고, 투어에 있던 다른 한국인 1명도 같이 돌려마셔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다.
이후 구글 리뷰를 쓰면 위스키 우메슈를 준다길래 냉큼 해서 받았다.
노징 글라스도 받았으니 이만하면 2천 엔 뽕은 뽑은 게 아닐까?
증류소 한정판 둘 중 하나인 미야노시카 위스키.
피트향이 강했지만, 아쉽게도 그게 맛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첫날 사케 양조장에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혀를 세게 자극하지 않는 술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프렌치 와인 캐스크로 피니쉬를 한 다른 증류소 한정판 위스키였다.
이 역시 시음해봤을 때 아쉽다고 느꼈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가챠를 팔고 있었다.
해피 백은 각각 7천 엔, 만 엔으로 만 엔 상당, 만 오천 엔 상당하는 내용물이 들어있다 주장하는 랜덤박스였다.
그리고 여기서 3천 엔을 현질할 때마다 가챠를 진짜 돌릴 기회가 주어지는데, 우리 그룹에서는 전부 흰색만 나왔다.
아마도 주작이겠지.
증류소 한정판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토우구치 사케 캐스크 피니쉬를 구입했다.
싱몰은 혀를 너무 약하게 쳤어.
그 후에는 미야지마로 가기 위해 전차를 타고 미야지마구치로 향했다.
전날 만들어둔 이코카 카드는 현금으로 여행할 때에 비해 훨씬 쾌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는 JR 연락선을 타고 출발.
딱 만조에 해가 질 무렵에 미야지마로 들어갔다.
너무 늦게 들어갔다는 생각, 이대로 가면 해가 지기 전에 토리이를 찍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뛰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석양 무렵이라서 배경색이 더 잘 나온 것 같다.
토리이 몇 장 더 찍고
사슴들이 기묘한 소리를 내는 한 마리를 졸졸 따라가던 것도 찍어주고
토리이 또 찍고
관광객에게서 종이봉투를 뺏은 사슴도 찍었다.
미야지마 꼭 오세요
상점가로 이동해 미야지마 맥주를 시음했다.
디어 이름을 달고 나온 신제품이 있었는데, 시음한 것 중 1번이 댄싱 디어, 2번이 디어 비어였고 3번은 통상 메뉴인 오이스터 스타우트였다.
댄싱 디어는 향이 되게 화사한, 특색 있는 에일이었고 디어 비어는 무난한 라거였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신메뉴는 캔으로 팔지 않아서 빈손으로 떠났다.
또 다른 갤 바이럴 음식점, 카키야 입갤.
생굴과 바비큐 굴, 굴 튀김에 레몬 맥주를 주문했다.
아쉽게도 레몬 맥주는 라거에 레몬청을 섞은 맛이라 더무 달았다.
굴 요리는 매우 맛있었으며 런치 세트를 못 먹은 게 한이다.
갤에서 봤던 '미야지마 야경' 구도를 따라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찍어야되는지 몰라서 도로 배 타러 갔다.
배를 타기 전에 좀 무서운 일이 있었는데, 선착장 앞에 거의 백 미터가량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줄이 미친 듯이 긴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견학 온 학생들이 다들 검은 교복을 입고 줄 맞춰 서 있던 것이었다.
아마 반장들이 인원 체크를 하던 중이었겠지.
나와 친구는 저 급식들과 같은 배를 타면 진짜 ㅈ되겠다는 생각에 선착장을 향해 또 뛰었다.
다행히도 마구 뛰니 떠나기 직전의 연락선에 올라탈 수 있었다.
히로덴 역 야경도 찍어주고
퇴근 시간대에 시내 한복판을 통과하는 전차를 탔다가는 늦어질 것 같아서 JR 전철로 돌아갔다.
굴 뒤에 2차로 간 곳은 또 다른 갤 바이럴, 사케뱅크 히로시마.
1시간 동안 사케를 들이부었다.
주인장은 들었던 대로 친절했고, 뭘 마실 지 고민하고 있자 추천에 스스럼이 없었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완두콩을 씹고 있던 다른 사람은 알고 보니 한국인이었고 우리가 들어간 지 한 30분 정도에 주인과 참이슬에 대한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이후 다른 아저씨가 그 토론에 뛰어들면서 셋은 우리 둘이 나갈 때까지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중 제일 맛있었다고 느낀 건 아이치현 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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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에 거의 비어있는 유키모 역시 꽤나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해장을 위해 3차로 전날 밤에 갔던 교자노오쇼를 다시 들어갔다.
전날에도 직장인들은 라멘을 많이 먹고 있던데, 그 맛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풍미가 좀 독특한 쇼유라멘이었던 것 같다.
그 뒤 원래 4차로 가려고 했던 야키토리집이 만석이라 +81로 이동.
대체 어떤 영문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들어갔을 때 이미 한국인 3명이 바에 앉아있었다.
그 때문인지 바텐더가 우리에게 오토시에 대해서 설명하려 했고, 이미 알고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자 오토시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자릿세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밑반찬값이라고 할 걸 그랬나 지금까지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음식 자체는 되게 맛있었다.
츠쿠네에 노른자가 없던 점은 의외였지만, 오토시가 간 마에 노른자를 올린 거라 그거랑 같이 먹으니 잘 어울렸다.
마지막으로는 '그 가게'
생초코와 치즈를 바른 크래커.
이미 사케뱅크에서 충분히 마셨던 우리는 시즈널 칵테일만 주문했다.
갤에서 바이럴당한 명성대로 정말 맛있었고 걸걸한 목소리의 노익장 바텐더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친구는 연초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키위와 토마토 칵테일.
마지막으로는 편의점에서 연골이랑 푸딩, 돼지 귀 같은 걸 사들고 레몬사와를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