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속읍시다”…SNS 조작 광고, 이렇게 탄생했다 [창+]
이제 숙제는 이 배우를 진짜 인플루언서로 만드는 것. ‘돈’이면 됩니다.
6만 원이면, 팔로워 500명을 살 수 있습니다.
결제 누르고 자고 일어나니 인플루언서가 돼 있네요?
준비 끝, 이제 본격적으로 SNS에 뿌려보겠습니다.
원료 정보를 강조하면 좋을까요? 아니랍니다.
<인터뷰> 김태민/식품전문변호사
우리 요새 SNS도 다 이렇게 숏폼 형태로 막 10초, 15초 내에 끝내야 되잖아요. 그러면 이 비포애프터는 정말 짧게 끝낼 수 있거든요. 예전 사진 딱 보여주고 6개월 한 다음에 슈슈슉 지나간 다음에 딱 보여주면 게임 끝나는 거죠. 뭐 그동안에 이걸 먹었습니다 하면 ‘어? 이거 먹으면 바로 이렇게 되는구나’ 라고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편하게 광고를 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저희 제품 먹고 살 뺀 사람이 아직 없는데 어떻게 만들죠?
방법을 찾아봅시다.
남성 건강식품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 ‘근육 없던 시절 사진 있는 배우’를 구하고 있군요.
또다른 업체... ‘비포 애프터 사진‘을 팔라고 하거나,
‘사진 보정 해도 되는 배우’를 모집합니다.
그 후, SNS에 이런 비포 애프터 광고가 올라온 걸 발견했습니다.
“이거 딱 하나만 드시면 효과가 바로 나타납니다“
“진짜 얼굴 작아진 거 보이시나요?”
코리아바이오사이언스도 도전해봅니다.
인플루언서 사진을 조금 ‘뽀샵’해보고...
체중계 눈금도 아령 들고, 조작해봤습니다.
<녹취> 광고 대행 업체 (음성변조)
(취재진: 비포애프터 이런 것도 좀 실을 수 있을까요?)
비포 애프터 내용이 페북 쪽에서 제한된 광고 내용이라 원래는 안 되는 거긴 한데, 비포 애프터 라는 말 없이 사진으로 한다든지 돌려서 진행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비포 애프터’에 의사 추천까지 넣은 저희 제품 광고,
SNS에 뿌려지기 시작합니다.
'후기’도 필수죠,
블로그 후기에 리뷰도 살 수 있습니다.
<녹취> 광고업체 녹취 (음성변조)
(취재진: 블로거 분들이 실제로 먹고 살이 빠져야 써주는 거 아니고요?)
사실 체험단이라고 해서 3개월동안 먹고 내 체중이 감량됐다고 써주시면 좋겠지만, 몸매가 좋은 사람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제공해주는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 체험단을 진행하시는 광고주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체험단 같은 경우에는 건당 만 원, 만오천 원 이렇게도 진행하실 수 있고 인플루언서한테 하려면 그때부턴 비용이 많이 올라가는 거라서...
마지막 ‘작업’, 하나 더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녹취> 언론 홍보 대행업체 (음성변조)
뭘 먹는 데 대해서 신뢰성이 떨어져버리면 아무리 광고를 해도 효과가 안 나고. 광고에서 쓰지 못하는 단어들을 좀 기사에서 쓸 수는 있어요. 기사가 이제 그 브랜드 신뢰성을 좀 높이는 영향을 준다라는 이야기죠. 포털 기사 나가는 정도라 본다 하면 대부분 10만 원 이하대예요.
저희가 쓴 보도자료, 네이버 기사로 그대로 걸렸습니다.
<녹취> 언론 홍보 대행업체 (음성변조)
기사가 광고법에 저촉되지는 않아요.
광고법이라... 저희 제작진이 낸 광고는, 법적으로 이래도 되는 걸까요?
<인터뷰>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
(취재진: 실제로 먹고 뺐다 라고 하더라도?)
안 되죠
(취재진: 체험기라도 안 되는 거예요?)
체험기, 비포 애프터 다 똑같은 거고요. 절대로 안 됩니다. 연예인이 와서, ‘어, 제가 이거 먹었는데 진짜 좋았어요'
<녹취> 연예인 체험후기 광고(음성변조)
제 다이어트에 이 친구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껏 먹어도 걱정 싹!
<인터뷰> 김태민/ 식품전문변호사
안 됩니다. 아예 법에 ‘추천’ ‘보증’ ‘인증’ ‘이거 제가 의사인데 이거 인증합니다. 다 금지하도록 아예 문구를 박아놨습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타 모든 사람들이 추천 보증 인증하는 것은 금지라고 해놨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15kg 감량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왜 못하게 할까요.
<인터뷰> 정세운 약사
만약에 뭐 진짜로 그렇게 빠지신 분들이 있으면 다른 이유 때문이지 식품 때문에 그렇게 빠졌다고 보기가 좀 어려워요. 지금 의약품들의 효과만 봐도 그 정도로 빼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충분한 검증 과정 수많은 사람들의 임상 실험을 거쳐서 만들어진 의약품도 그 정도 빠지기가 힘든데 건강기능식품이 그렇게 빠질 수 있다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고요. 안전하게 다이어트 보조를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골(목표)에 다가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도이지. 뭐 다른 거 아무것도 안 해도 그것만 먹어도 쭉쭉쭉 빠진다, 이런 물질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업체들, 이거 모르는 거 아닙니다.
국가 교육도 받습니다.
그래서 식품 광고법에 따라, TV 광고나 포털에선 ‘체험 후기’도 ‘전문가 추천’도 내보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무대가 SNS가 되면 유명 연예인 광고도 ‘불법’을 넘나듭니다.
<녹취> 연예인 후기 광고
정말 다이어트라곤 절대 못할 거 같던 제가 어떻게 뺐겠습니까. 밥 먹고 15분 안에 그냥 이 제품을 먹고 너무 너무 효과를 봤거든요
<녹취> ○○연예 기획사 (음성변조)
항상 광고주 측에도 우리는 이런 거 하지 않도록 해달라, 신경을 쓰고 있긴 하거든요.
<녹취>△△연예 기획사 (음성변조)
저희가 광고 계약을 하면 편집권을 드리는 거예요. 거기서는 자기들(광고주)이 마음대로 자막을 넣을 수도 있는 거예요. (연예인이) 피해자일 수도 있죠.
유재석 씨와 이 의사도 피해자입니다.
<녹취> SNS 광고
“최근에 해외에서 보니까 약이 뭐가 개발됐다고, 일론 머스크도 약 가지고 요즘 이야기가 많던데요”
“화제던데요”
“약이 예전에는 식욕억제를 많이 했어요.”
예능 방송에 카톡 표시만 넣어 자기네 건강식품처럼 둔갑시킨 이 광고,
상담 버튼을 눌러봤습니다.
‘유퀴즈’에 나온 그 약 맞냐고 하자, 맞답니다.
<녹취> SNS 업체
(취재진: 한달치 얼마일까요.)
기초형은 28만 원, 빠르게 빼려면 35만 원입니다.
방송 도용에 턱없이 비싼 가격까지 부르는 이 사기업체, 협박에 가깝게 부추깁니다.
민수 씨, 오늘 이 이야기의 제일 큰 피해자입니다.
<인터뷰> 김민수 / 건강식품 구매 피해자
꿈의 비만치료제, 일론 머스크‘ 하면서 그거 보고 카카오톡 연결돼서 그렇게 시작됐죠.
처음엔 41만 원짜리 한 달치 약을 샀고, 거의 다 먹을 때쯤,
“이제 진정한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인터뷰> 김민수 / 건강식품 구매 피해자
먹고 있는 도중에 이제 그거는 1차다. 1차는 너의 지방을 좀 유하게 만드는 게 목표고 그 다음에 2차가 있는데 그게 이제 지방이 배출되는 약이다. 부드럽게 된 너의 지방이 멈추게 되면 약을 안 먹고 멈추게 되면 니가 살이 갑자기 더 불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고 깜짝 놀라라 하고 사게 됐죠.
(기자: 그렇게 얼마를 더 결제했나요?)
그래서 선입금이 20만 원 넣고 188만 원 결제했죠.
2차 약도 효과는 없었는데, 오히려 이 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수 / 건강식품 구매 피해자
그런데 얘를 먹으면 지방이 나온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해봐도 설사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죠.
안 된다. 안 빠진다. 자기가 무슨 교수님같은 사람을 불러온대요. 제 혀랑 손이랑 배랑 사진 찍어서 보내줘요.
그러면 갑자기 이게 문제다, 이러면서 다음 걸 사라고 해요. 비포애프터도 있고 ’몇 kg 빼준다‘도 있고 전문가 있고 그건 당연히 있는 거라 불법이라는 생각도 못 했어요.”
이렇게 보낸 돈만 거의 900만 원...그제야 멈췄습니다.
성분 분석을 해봤습니다.
초반에 민수 씨가 받은 약은 정체불명,
<인터뷰> 신호상 국제특성분석연구소 고문 / 전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여기서 검출된 것들은 천연적으로 검출되는 그런 유기산들이 쭉 나오더라고요. 그런 것들은 어떤 뭐 약효가 특별히 있다거나 그런 것들은 아니고 식물 추출물 이런 거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방을 배출해주겠다’며 설사만 하게 한 이 약병은 뭐였을까요.
<인터뷰> 신호상 교수
디에틸프로피온이라고 하는 그것도 이제 마약성 식욕 감퇴제거든요. 그 물질이 의심이 되는 그러한 성분이 검출이 됐습니다. 그거는 불법으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방송 : 2024년 10월 1일 (화) KBS 1TV, 21:40 <시사기획창> '500억 한방에 [속여,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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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리 기자 (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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