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가운데, 이렇게 따뜻하고 평화로운 봄 풍경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바로 강남과 서초 사이를 흐르는 작은 하천, 양재천 이야기예요. ‘산책로’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단조롭고 밋밋한 풍경을 떠올리기 쉽죠. 그런데 양재천은 그런 고정관념을 살포시 깨주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끝엔 꽃잎이 내려앉고 눈앞엔 벚꽃이 터널처럼 피어 있어요. 길가에는 감성 가득한 카페들이 반짝이고, 잠시 고개를 돌리면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조용히 스며든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지죠.
이렇게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계절의 감성이 잔잔하게 어우러진 곳이 바로 양재천이에요. 오늘은 그 양재천을 따라 걸으며 꼭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벚꽃 축제의 현장과, 주변의 매력적인 공간들을 천천히 소개해드릴게요.
양재천 벚꽃 등 축제

서울에는 벚꽃 명소가 많아요. 여의도 윤중로, 석촌호수처럼 워낙 유명한 곳들도 있지만, 조금 더 조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찾는다면 단연 양재천이 제격이에요.
양재천은 매년 4월이면 봄꽃으로 화려하게 변신해요. 특히 ‘양재천 벚꽃 등(燈)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빛과 음악, 그리고 계절이 어우러진 야경 명소가 되죠. 2025년의 축제는 4월 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고, 주무대는 영동1교부터 영동2교 구간이에요.
이 구간은 벚꽃나무가 양쪽에서 하늘을 덮고 있고, 등불이 길게 늘어서 있어 밤이 되면 말 그대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져요. 낮에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밤에는 빛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이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축제예요.
게다가 단순히 풍경만 있는 게 아니에요. 곳곳에서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버스킹, 플리마켓, 불꽃놀이까지 진행돼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밤에는 연인과 손을 잡고 걷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이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감정을 채우는 경험에 가까워요.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다면, 딱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랍니다.
1. 도시 한복판에 숨겨진 숲, 매헌시민의숲

양재천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넓은 숲. 바로 매헌시민의숲이에요. 서울에서 ‘숲’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넉넉한 시간을 선물해줘요.
1986년에 조성된 이 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도심 속에서 온전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예요. 넓은 잔디광장, 시원한 바닥분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그리고 성인도 충분히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잘 마련돼 있어요.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고, 혼자 조용히 책 한 권 들고 벤치에 앉아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에요. 무엇보다도 차량이 거의 없고 조용해서,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어요.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아래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에요. 바쁜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그 '멈춘 듯한 시간'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숲 속에는 또 하나의 숨은 보물이 있어요. 바로, 조용히 역사의 의미를 품고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이죠.
2. 조용히 역사와 마주하는 시간, 윤봉길의사기념관

매헌시민의숲 깊은 곳. 나무들 사이로 한 채의 기념관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요. 바로 윤봉길의사기념관이에요. 화려하진 않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울림이 담겨 있어요.
1층에는 윤 의사의 유품들이 전시된 유물 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사진들이 차분히 전시되어 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천천히 둘러보면 마음이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전체 관람은 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여운은 오래 남아요. 입장료는 무료이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와서 역사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고요. 서울의 벚꽃길 한복판에서, 이토록 깊고 의미 있는 장소를 만날 수 있다는 건 꽤 특별한 경험이에요.
걷는 여행 중 문득 마주한 역사 한 장면. 그건 어느 관광지보다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거예요.
3. 커피 향 따라 걷는 길, 양재천 카페거리

봄날의 산책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 그건 아마도 좋은 커피 한 잔이겠죠. 양재천에는 그런 순간을 위한 감성적인 카페 거리가 있어요. 양재천을 따라 이어진 골목에는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로컬 카페와 베이커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프랑스식 디저트로 유명한 ‘크레미엘’이에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크루아상, 그리고 향긋한 라떼. 테라스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은 그냥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올 거예요.
카페거리 자체가 넓지 않아서, 걷는 내내 하나씩 구경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기 좋아요. 혼자 힐링하러 와도 좋고, 연인과 조용한 데이트 코스로도 정말 좋아요.
음악, 인테리어, 커피 맛까지. 각기 다른 분위기의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4. 덜 알려졌기에 더 특별한, 조용한 포토 스팟 산책길

축제 구간인 영동1교에서 2교 사이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정말 여유롭고 아름다운 구간들이 펼쳐져요. 특히 양재시민의숲 뒷길이나 카페거리 뒤쪽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걷기에도, 사진 찍기에도 정말 좋아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고, SNS에서 '서울 도심 속 숨은 벚꽃길’로 불릴 만큼 조용하면서도 그림 같은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삼각대나 카메라를 들고 가보세요. 햇살, 나뭇잎, 꽃잎이 만드는 그림자들이 자연스럽게 필터처럼 작용해서 어디서 찍어도 감성샷이 완성되거든요.
마무리하며
양재천은 봄이 오면 마치 다른 세상처럼 변해요. 햇살과 벚꽃이 어우러진 낮은 따뜻하고 생기 넘치고, 밤이 되면 은은한 빛과 잔잔한 음악이 감성을 가득 채워줘요.
그 곁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작지만 마음을 쉬게 해주는 공간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주말, 어디론가 봄기운을 느끼러 나가고 싶다면 굳이 멀리 떠날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냥 양재천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복잡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그 길 위에서 당신만의 봄이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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