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편치 않은 경남의 스승들
경남지역 교원 절반 이상이 스승의 날을 기리는 방식에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경남교총)는 13일 오전 10시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승의 날 온라인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제43회 스승의 날(5월 15일) 한 주 전인 지난 7~10일 도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원 27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 10명 중 5명꼴인 1434명(52%)으로 집계됐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936명(34%)으로 바로 그 뒤를 이었고, '현재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한 이는 393명(14%)에 불과했다.
개선 또는 폐지를 꼽은 이유로는 형식적인 행사 개최와 교권 추락, 스승과 교권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1369명(35%)은 '형식적인 기념에 그치고 있어 의미가 퇴색됐다'고 답변했고, 1355명(34%)은 '실추된 교권 존중과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755명(19%)은 '학생들의 작은 성의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청렴을 비롯한 공직기강 확립이 더욱 강조돼 불편하다'는 이는 426명(11%)으로 나타났다. 26명(1%)은 기타 의견으로 '몇십 년 전 촌지를 들먹이며 스승의 날에 뭐 하나라도 받지 않는지 지켜보는 사람들과 성의를 무시당한다며 서운해하는 사람 사이에서 불편함만 늘어나는 날이다', '학교와 교사 정체성이 변질됐다', '교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만 가중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스승의 날 운영 방안을 묻는 문항에는 1779명(64%)이 '교권 존중의 날로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권이 존중받는 문화조성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학부모·교원이 다 함께 스승의 날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 가족 화합의 날로 운영한다'는 응답자는 467명(17%), 교육 가족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스승의 날을 공휴일 또는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넘어가야 한다는 등 기타 의견을 제시한 이는 299명(11%)이었다. 반면 '기존대로 운영한다'고 답한 이는 234명(8%)에 머물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교원들을 상대로 교직 생활 만족도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현재 교직에 만족하고 행복하냐'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이는 349명(13%), 그렇다고 밝힌 응답자는 950명(34%)이다. 같은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교원은 217명(8%), '그렇지 않다'는 사람은 428명(15%)으로 전체 645명(23%)을 차지했다. 835명(30%)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교직 생활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으로 가장 많이 꼽힌 답변으로는 '행정업무와 교육활동 법적 책임 과중'(1062명·27%)이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 방해와 문제 학생 지도 등 학생 생활지도 어려움'(943명·24%), '학부모 민원·관계 유지'(916명·23%), '교육계 매도·불신 여론'(417명·10%), '잦은 정책 변경'(361명·9%), '학교 구성원 간 갈등과 분쟁'(216명·5%), 기타(61명·2%) 순으로 나타났다.
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창원 사파초등학교장)은 "무너진 교원들의 자긍심과 열정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교권 존중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스승의 날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의 날은 형식적인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가르치는 기쁨을, 학생들에게는 배우는 행복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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