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간·철학은 서민 서사…이자카야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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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매일 찾아와 조용히 한잔하고 가는 단골들 덕분에 안정감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관광객이 증가해 단골이 한잔하며 머무는 모습이 줄어든 것이 쓸쓸하다."
일본 교토부 쿄토시에 있는 이자카야 '아카가기야'의 주인 이토 히로토 씨의 말이다.
이자카야 주인의 철학과 공간의 호흡, 단골의 삶을 집요하게 기록해 온 저자는 이자카야를 지역성과 공간, 인간관계와 기억이 교차하는 문화유산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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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옮김 /안목 /각권 2만7500원 /세트 5만5000원
- 일본 3대 이상 운영 노포 26곳
- 단순 술집이 아닌 ‘문화 생태계’
- 지역성·역사·단골의 삶 등 담아
- 아날로그 ‘편안함의 미학’ 조명
“과거에는 매일 찾아와 조용히 한잔하고 가는 단골들 덕분에 안정감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관광객이 증가해 단골이 한잔하며 머무는 모습이 줄어든 것이 쓸쓸하다.”

일본 교토부 쿄토시에 있는 이자카야 ‘아카가기야’의 주인 이토 히로토 씨의 말이다. 관광객보다 오랜 단골이 머무는 모습을 더 소중히 하는 히로토 씨는 아버지 스에지로 씨가 돌아가신 후 가게를 이어받았고, 아들 고키 씨가 아카가기야의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훗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노포 이자카야를 40여 년간 탐방하며, 술집을 음식의 세계에서 문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미학자 오타 가즈히코의 대표작 ‘일본 이자카야 유산’이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이자카야 주인의 철학과 공간의 호흡, 단골의 삶을 집요하게 기록해 온 저자는 이자카야를 지역성과 공간, 인간관계와 기억이 교차하는 문화유산으로 제시한다.
이자카야(居酒屋)는 술(酒)이 있는(居) 집(屋)이다. 편안함(居心地)의 이(居), 자기 자리(居場所)를 뜻하기도 한다. 이 말에 이자카야의 본질이 숨어 있다. 일본인에게 이자카야는 하루의 일을 마치고 편히 쉬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장소다.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저 기분에 따라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따뜻한 음식과 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대대로 이어져오는 삶의 일부다.
오타 가즈히코는 전후 일본의 생활문화가 아직 ‘손의 감각’으로 유지되던 시대를 직접 경험하고 기록해 온 마지막 세대의 미학자다. 디지털 이전의 시절, 그는 일본 전역의 이자카야를 직접 걸으며 사진을 찍고 주인과 술잔을 나누어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자카야를 건축과 시간, 인간의 관계가 교차하는 문화적 풍경으로 바라보는 독자적인 관점을 확립했다.
그는 ‘일본 이자카야 방랑기’ ‘이자카야 베스트100’ ‘달빛 아래의 카운터’ 등 20여 권의 책을 썼다. ‘일본 이자카야 유산’은 오래된 건물의 질감과 주인의 철학, 단골의 온기를 세심하게 담아내 “공기까지 기록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에는 이자카야를 단순한 술집이 아닌 문화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문화청장 표창을 받았으며, 현재도 방송과 집필을 통해 이자카야가 지닌 생활미학과 인간적 풍경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애초에 선정 기준부터가 다르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초·중기에 걸쳐 문을 열고, 옛 건물과 내부 구조를 가능한 한 그대로 지켜 온 이자카야들이다. 최소 3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되며, 유행이나 상업성에 휩쓸리지 않고 서민적 성격을 유지해 온 26곳 만을 엄선했다.
저자는 소개한 이자카야를 통해 드러나는 생활문화의 총체성을 강조한다. 지역성과 손맛, 단골의 삶과 가게 역사, 세대 교체와 보존 과정. 술과 안주, 조리법. 이자카야를 구성하는 요소를 치밀하게 기록했다. 도쿠리와 포렴, 사케 칸키, 미인화 포스터 등 전통 오브제가 지닌 미적 의미부터 세대 간 대물림의 서사도 함께 조명했다. 이자카야를 단순한 술집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선이 돋보인다.
저자가 그린 도면과 일러스트. 두 명의 사진가 오비 준스케와 후지타 가즈히로의 감각적인 사진. 이 자료들은 오래된 가게가 지닌 ‘편안함의 미학’을 전한다. 마치 그곳에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저자는 교토의 아카가기야에 가면 카운터의 가장자리를 늘 찾는다. “이곳에 앉으면 이 가게의 손님임을 자각하게 되고, 자연스레 자세를 바르게 하며 ‘가게의 분위기를 내가 만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 옆에 조용히 앉아 한잔하면서 오래된 이자카야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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