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제시한 VR에서 ‘걷는’ 방법, 신기하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VR 기기는 보통 방 같은 실내에서 사용한다. 실제 사용자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이에 VR 헤드셋 제조사들은 사용자들이 방안 여기저기 부딪히지 않도록 가상의 경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일부 사용자들은 VR 트레드밀이라는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VR 트레드밀은 VR 러닝머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름처럼 제자리에서 걷기, 뛰기와 같은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기기다. 단 VR 트레드밀은 착용 방식이 독특하다. 상체를 지지대에 고정한 뒤, 바닥을 바닥에 끌 듯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런 장비는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디즈니, 획기적인 VR 트레드밀 개발 중
디즈니는 몰입감 있는 VR 체험을 위해 보다 신박한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움직이는 타일형 VR 트레드밀이다.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디즈니는 최근 래니 스무트(Lanny Smoot) 이매지니어(Imagineer)와 그가 개발 중인 홀로타일(Holotile)이라는 바닥 타일형 VR 트레드밀 기술을 일부 공개했다.
이매지니어란 상상(Imagine)과 기술자(Engineer)의 합성어로, 상상 속에서나 볼 법한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자를 말한다. 이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테마파크나 놀이기구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어 낸다. 디즈니가 이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회사 소속 이매지니어들은 디즈니랜드, 디즈니월드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을 맡는다.
스무트가 개발 중인 홀로타일은 셀 수 없이 많은 원형 타일로 이뤄져 있다. 사람이 올라서면 사람의 이동 방향에 따라 각각의 타일이 함께 움직인다. 그 덕에 사용자는 타일 위에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다. 걷는 위치가 항상 제자리이기에 별도 경계 구역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타일이 제각각 움직이기에 여러 명이 올라가서 사용할 수도 있다.
단 시연만 봐선 홀로타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측하기 어렵다. 타일이 알아서 사용자 보폭에 맞춰 회전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스무트는 홀로타일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 VR 전문 매체 믹스드(Mixed)는 “타일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도 센서와 카메라가 사용자 동작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홀로타일, 어디에 접목할 수 있을까
스무트 이매지니어는 향후 홀로타일이 공연과 같은 콘텐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람들이 한곳에서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보는 것을 상상해보라”며 “댄서들이 놀라운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홀로타일을 활용한 무대를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홀로타일이 다양한 곳에 접목할 수 있지만, 정확한 분야를 언급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럴만하다. 홀로타일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테크크런치는 홀로타일 위에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무게를 지탱할지 등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홀로타일은 아직 연구 프로젝트 단계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실제로 활용 가능한 분야를 꼽을 수 있다는 애기다.
홀로타일 시연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시연에 나선 스무트가 의도적으로 느리게 것는 모습을 보였고, 각 타일이 회전하면서 꽤 큰 소음이 들렸다. 장치 자체도 개인 사용자가 구매할만큼 값싸지 않아 보인다. 이에 홀로타일은 개발 성공 시 디즈니랜드와 같은 공간에서 VR 경험을 제공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 제약을 허물기 위한 노력, 이전에도
이전에도 홀로타일처럼 현실의 제약을 넘어 가상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연구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미국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연구진과 국내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진은 지능형 매트를 이용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발 압력을 감지하는 매트를 이용해 제자리 걷기, 뛰기와 같은 동작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매트에는 발 압력을 인식하는 고해상도 센서가 탑재된다. 이 기술은 현실의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자 움직임을 가상 공간에 반영할 수 있고, 매트형이기에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유명 빅테크 업체들이 VR을 넘어 혼합현실(M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는 제한된 공간에서 사용 가능한 비슷한 기술을 내놓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