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쿠팡, 1분기 어닝쇼크…대만 ‘계획된 적자’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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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올해 1분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보상비용 부담으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실적은 국내 핵심사업의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대만과 파페치 등 신사업을 확장해온 쿠팡의 성장공식에 부담 요인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수익성 악화와 규제 리스크가 겹친 가운데 쿠팡은 대만 시장에서 ‘계획된 적자’를 이어가며 물류효율화에 따른 재무 부담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7조 보상 부담…성장 둔화·규제까지 ‘삼중고’

6일 쿠팡Inc에 따르면 1분기 영업손익은 2억4200만달러(약 3545억원)로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2억6600만달러(약 -3870억원)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 증가한 85억400만달러(약 12조4597억원)를 기록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지난해 4분기(12조8103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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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말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 비용이 꼽힌다. 쿠팡은 이번 분기에 전 고객 대상 보상금 약 1조6850억원(약 12억달러)을 실적에 선반영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률(30.3%)이 전년 대비 1%p 하락하는 등 수익 지표 전반이 악화됐다. 여기에 사고 여파로 고객구매 패턴이 왜곡되면서 선제적으로 확충한 물류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져 유휴설비 및 재고관리 비용도 증가했다.

비용 부담과 함께 시장 성숙기 진입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1분기 프로덕트커머스 활성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약 70만명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고객성장률 역시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인 2%대에 그치며 과거 두 자릿수 성장세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의장을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내부거래 규제 등 행정 리스크가 현실화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2한국’ 꿈꾸는 대만…국내 수익성 회복 변수로

국내 본업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대만을 필두로 한 신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2022년 대만 로켓배송 론칭 이후 누적 1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한국형 물류모델의 현지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와 구매력을 갖춘 대만은 물류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신사업 투자를 떠받칠 재무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쿠팡은 국내 로켓배송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대만과 쿠팡이츠, 파페치 등 성장사업에 재투자해왔다. 그러나 이번 분기에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여파로 현금흐름이 위축되면서 전사 차원의 자원운용 효율성과 투자유연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성장사업 부문의 1분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손실은 3억2900만달러(약 4820억원)로 전년 대비 96% 급증하며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물류 인프라 투자의 특성상 단기간 내 비용절감이 쉽지 않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투자속도를 늦출 경우 초기 시장 선점 효과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4545억원) 내외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정면돌파할 방침이지만, 국내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대만 사업의 흑자전환 시점까지 재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 기반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까지 막대한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며 “쿠팡이 한국에서 입증한 ‘계획된 적자’ 전략을 대만에서도 성공시키려면 재무적 인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마진 확대 재개”…버티기 들어간 쿠팡

/사진 제공=쿠팡

향후 흐름은 국내 지배력 유지와 대만 사업의 수익궤도 진입 시점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3월 대만 4호 스마트 풀필먼트센터가 완공되며 현지 인구의 70% 이상이 로켓배송 권역에 편입됐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사업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6억2000만달러(약 9000억원)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활성고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락인 효과’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1분기 고객 1인당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하며 질적성장 국면 진입을 뒷받침했다. 특히 본업인 프로덕트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 마진율이 6.2%로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 의장은 “4월 말 기준 탈퇴 회원의 약 80%가 재가입했다”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고객이탈 우려를 일축했다.

대만 사업의 성장흐름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방향도 제시됐다. 김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대만 고객 유지율이 한국 사업 초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자체 라스트마일 네트워크가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물류 전반에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도입을 확대해 운영효율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연간 기준 마진 확대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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