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SK하이닉스 성과급·삼성전자 성과급

머스크 ‘태극기 러브콜’…반도체 인력뺏기 ‘전쟁’

하이닉스 투명하고 단순한 보상체계로 인재 사수

삼성전자 50% 상한과 EVA…‘복합 기업’의 난제

보상 ‘돈싸움’ 아닌 기업전략…삼성 ‘해법’ 찾아야

애사심·애국심 한계…임금·보상체계 개편 필요

자율주행차와 로봇에 이어 서버용 반도체까지 자체 개발에 나선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SNS에 태극기를 줄지어 올렸습니다. 대한민국의 AI 반도체 설계·생산·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테슬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전기차 기업이 반도체 전용 공장까지 짓겠다고 선언하며 한국 인재를 콕 집어 부른 장면은 상징적이면서도 충격적입니다.

엔비디아·구글·브로드컴도 3억~4억원의 연봉과 주식 보상을 내걸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대한민국 인재들을 부릅니다. 메타는 오픈AI 인재들에게 1억달러의 보너스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AI·반도체 고급 인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인재 유치는 이미 국가 간 ‘전쟁’이 됐습니다. 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호국신산’(護國神山)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보상 체계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자 기업 철학의 시험대가 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명문화했고, 기존의 연봉 50%(기본급의 1000%) 상한을 없앴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 OPI(초과이익분배금)에 연봉 50% 상한을 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거액 성과급 지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회사는 개선안 마련을 고심 중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마다 처한 조건과 역사, 사업 구조가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단일 반도체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AP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이자 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까지 포괄하는 종합 전자기업입니다. 단일 사업 구조와 복합 사업 구조의 차이는 보상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떤 보상안이 인재를 붙잡고 조직을 결속시키며 100조~200조원 영업이익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영업익 10% 지급이냐 초과이익 분배냐

SK하이닉스 성과급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공식’입니다.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투명하고 단순한 약속, 그리고 상한을 없앤 결단이 강점입니다. 재무제표만 보면 누구나 자신의 성과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성과급이 경영진의 재량이 아니라 ‘약속된 분배 구조’가 되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형성됐습니다.

성과급의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함으로써 인재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효과까지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대만의 협력 기업인 TSMC 모델을 벤치마킹한 결과이지만 최태원 회장의 결단과 실험을 허용하는 SK의 기업 문화가 결합된 산물입니다. 이런 도전정신과 개방 문화가 없었다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채택하기 어려운 보상체계입니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1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현 체계에서 15조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됩니다. 지난해 47조원의 영업이익에서 약 1억5000만원을 받은 차장급 직원의 성과급이 단순 계산으로도 5억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1억원 내외의 연봉까지 합치면 총 6억원에 이릅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굳이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테슬라나 엔비디아로 굳이 이직할 이유가 없습니다. SK하이닉스 방식은 직관적이고 즉각적입니다. ‘회사가 번 만큼 나도 번다’는 단순 명료함이 인재 사수의 방패가 됩니다.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조건 위에 서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단일 기업이 아니라 메모리·파운드리·AP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이며 동시에 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까지 포괄하는 종합 전자기업입니다. 사업 구조가 대단히 복합적입니다.

그렇다 보니 일례로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6조4000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실적을 견인했지만 DX(모바일·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 그쳤습니다. 부문 간 실적 기여도가 크게 엇갈립니다. 그 결과 성과 배분을 둘러싸고 내부 이견이 발생합니다. DS 쪽은 자신들의 호실적을 반영해 거액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는 반면 DX 쪽은 회사 전체의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DS·DX 간 ‘노노 갈등’이 표출되는 것도 이런 구조적 요인 때문입니다.

최태원 결단과 SK 실험문화의 결합

삼성전자의 OPI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입니다. 이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사용한 자산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개념으로, 자본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상 체계입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중심의 보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식적입니다. 또한 연봉 50% 상한을 둠으로써 비용 변동성을 통제합니다. 재무 관리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구조입니다. 특히 그룹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입니다. 정현호 부회장, 박학규 사장 등 삼성이 전통적으로 재무관리통을 2인자로 두고 그룹을 끌어온 사실에 비춰봐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보상안입니다.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EVA 산정에 사용되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과 자산 평가 기준은 대외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큰 이익을 내더라도 자본비용 증가로 EVA가 줄어들면 성과급이 감소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DS 부문은 자본비용 부담이 크고,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가 적은 DX 부문은 EVA 산출에서 유리한 구조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이익을 기준으로 올해 초 지급된 삼성전자의 부문별 OPI를 보면 회사 전체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1등 공신’ 반도체(DS) 부문은 연봉의 47%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받은 반면 모바일사업부(MX)는 최고치인 50%를 받았습니다. 물론 DS 부문에는 파운드리나 AP등 여전히 이익을 제대로 못 내는 곳도 있지만 메모리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보상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봐도 증권사들의 예측대로 삼성전자가 올해 20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차장급 성과급은 연봉 50% 상한 때문에 1억원에도 못 미칩니다. SK하이닉스의 5억원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EVA의 타당성을 떠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격차입니다. 더욱이 늘 1등이라고 생각했던 삼성전자 직원들이 ‘만년 2등’ SK하이닉스에 보상조차 한두 푼도 아니고 몇억 원 차이가 나는 현실을 수용하긴 쉽지 않습니다.

큰이익 내도 투자증가땐 보상 ‘제자리’

최근 삼성전자에서 노조 가입이 급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직원의 과반을 넘긴 ‘초기업노조’가 탄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EVA 방식을 폐기하고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예를 들면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존 OPI를 유지하되 특정 구간을 넘어서는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추가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사측은 초과 이익이 1조원씩 늘어날 때마다 연봉의 1%씩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되 초과 성과급은 모두 주식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측 방침대로 하면 올해 2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도 삼성전자 성과급은 SK하이닉스에 크게 못 미칩니다. 결국 삼성전자 노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존 TAI(목표달성장려금)와 OPI에 더해 올해부터 전 직원 주식 선택제를 도입하며 ‘가치 공유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까지 완료한 10조원의 자사주 매입분 가운데 일부를 임직원들의 주식 보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구글·엔비디아·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주식 중심의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주가 상승이 곧 자산 증식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주식 보상안은 주가 급락에 따른 리스크와 보호예수로 인한 일정 기간 매매 제한 등 현실적 제약도 존재합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동성이 높은 현금 보상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SK하이닉스처럼 상한이 없고 80%를 즉시 지급받는 구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변동성 관리가 중요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복합 사업 구조와 반도체 경기의 극심한 변동성을 고려하면 비용 통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인재 전쟁의 시대에는 ‘관리의 합리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원들을 감동시키지는 못하더라고 최소한 설득력은 필요합니다.

확실한 현금이냐 미래 주식이냐

테슬라가 전용 팹을 짓고 AI 반도체를 설계·생산하겠다고 나선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대한민국의 메모리·파운드리·설계 인력이 표적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고액 연봉은 고강도 업무에 대한 보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에도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받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지점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논의가 또다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애사심이나 애국심에 기대어 인재 유출을 막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파격 인센티브로 맞설 수도 없습니다. 재무 안정성과 장기 투자를 해치면 본말이 전도됩니다. 핵심은 ‘투명하고 납득 가능한 공식’입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EVA 산식의 투명화, OPI 상한의 완화, 현금과 주식 보상의 균형 있는 결합 등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사 중심, 경영진 중심의 계산’이라는 인상을 지워야 합니다.

이 논쟁은 단순한 돈싸움이 아닙니다. 보상 철학의 문제입니다. SK하이닉스는 투명하고 단순한 공식으로 기준을 끌어올렸습니다. 삼성전자도 복합 기업 구조 속에서 설득력 있는 공식을 제시해야 합니다. 100조~200조원 영업이익 시대에 한쪽은 5억원, 다른 쪽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성과급을 받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재는 이동할 것입니다. 이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입니다.

성과급은 더 이상 덤으로 주는 ‘보너스’가 아닙니다. 인재 전략이자 기업 전략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태극기 인재 유치전’은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전면적인 임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경고합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복잡함은 이해되지만 불투명함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불투명하면 불공정하다고 직원들은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의 보상 해법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다음 10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재용 회장이나 전영현 부회장,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삼성 최고경영진은 ‘관리의 합리성’이 인재를 떠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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