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사이드] “하이퍼스케일러 수요↑램프업 시작됐다”...시총 1兆 돌파한 파두 남이현 대표
이달만 62억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
“무어의법칙 끝났다...성능 올리려면 HW·SW 같이 변화해야”
컨트롤러 넘어 칩·SW·서비스까지...韓 브로드컴 될 것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의 시가총액이 1조원을 다시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가 회복세에 불을 당긴 건 이달 거래소에 올라온 공시 때문이다.
파두는 지난 5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국내 반도체 기업과 각각 31억원 규모의 기업용 데이터저장장치(SSD) 컨트롤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62억원으로 파두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약 225억원의 2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해당 계약에 관심이 쏠린 것은 증권가가 추정하는 해당 기업이 SK하이닉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파두와 SK하이닉스간의 거래가 끊겼다고 알려졌으나 공급이 재개됐다는 것은 메타(Meta)와 SK하아닉스 간의 공급이 다시 재개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파두는 글로벌 회사인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도 고객사로 두고 5세대 SSD 컨트롤러 젠(Gen)5의 과제를 진행 중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메타 뿐만 아니라 구글·애플·아마존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5세대 기업용 SSD 제품 ‘DC SN861 E.1S’가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서버 솔루션 ‘GB200 NVL72′ 사용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에 파두의 젠5 컨트롤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의 엔비디아향 매출이 늘어나면 그간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던 파두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비즈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 파두 본사에서 남이현 대표를 만났다. 파두는 이지효 대표와 남이현 대표가 각자대표를 맡아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남 대표는 파두의 SSD 컨트롤러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남 대표가 있었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연구실 10여명과 함께 개발한 것이 지금의 파두의 핵심 기술이다.
남 대표는 “MS·구글·아마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공급업체) 쪽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램프업(ramp up, 가동률 증가)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불문율인 ‘무어의법칙’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무어의법칙은 반도체칩 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약 2년마다 최소한의 비용 증가로 반도체 집적회로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숫자가 두 배씩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남 대표는 “CPU나 GPU가 혁신적인 성능으로 시장 성장을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성능을 두 배 올리기 위해선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같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기존 공정의 낸드와 컨트롤러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두 부분에서 어떻게 최적화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능이 올라가면 소비전력도 상승하는데 소비자와 데이터센터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파두의 SSD 컨트롤러는 경쟁사 대비 전성비(전력대비성능)가 2~3배 이상 좋다. 성능은 좋은데 전력도 적게 드는 것이 저희의 핵심 기술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파두를 한국의 브로드컴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 서버 한 대에 10종류가 넘는 반도체를 납품하는 종합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공통점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버티컬 생태계(서비스·앱·프레임워크·미들웨어·운영체제·하드웨어·메모리)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운영체제인 iOS와 A16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아마존은 AWS(클라우드)·니트로 시스템을, 테슬라는 도조(Dojo) 슈퍼컴퓨터를 운영한다. 반면 국내 IT 대기업들은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남 대표는 파두를 글로벌 반도체를 넘어 핵심 칩과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다. 파두는 현재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관리반도체(PMIC),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스위치를 개발 중이다.
그는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우리나라엔 마벨·브로드컴 같은 회사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다 해보고 싶다. 시장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불거졌던 뻥튀기 상장 논란과 관련해선 “매출을 추정할 때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도입했다”며 “전체적인 영업과 마케팅 사업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들도 새로 갖추고, 주주와의 소통을 늘릴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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